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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롯데팬曰 “잘 키운 이재곤, 김광현 안 부럽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7. 22.

류현진은 정말 전율스럽군요. 아무리 그의 컨디션이 역대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해도, 지금의 롯데 타선을 완봉으로 제압할 것이라곤 쉽게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21일 경기에서 류현진이 보여준 피칭은 자신이 현 한국 프로야구에서 얼마나 이 다른 투수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 전율의 괴물,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따로 없다!

 

롯데가 단 1점도 내지 못하고 맥없이 패한 건 올 시즌 처음입니다. 막강 홈런포 타선을 앞세워 한 번도 영봉패가 없었던 롯데에게 첫 무득점 경기를 안겨준 주인공은 역시나 괴물류현진이었습니다. 롯데가 정규시즌에서 무득점을 기록한 건 지난해 8 12 KIA전에서 윤석민을 비롯한 4명의 투수에게 0-2로 패한 후 무려 117경기만입니다.

 

상대 투수에게 9이닝 완봉승을 헌납한 건 더 오래되었죠. 롯데의 완봉패는 2008 6 7일이 마지막이었고, 그걸 해낸 투수는 공교롭게도 또 하나의 괴물김광현이었습니다. 이쯤되면 괴물이 아니면 롯데를 상대로 완봉승을 달성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네요.

 

류현진의 피칭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특히 9회말 1 1,3루의 위기 상황에서 홍성흔과 이대호를 연속해서 잡아내는 모습이 압권이었죠. 홍성흔(.439)과 이대호(.418)의 득점권 타율을 감안하면, 적어도 그 상황에서 실점을 허용할 확률은 80% 이상이었습니다. 헌데 어지간하면 외야 플라이 정도는 손쉽게 뽑아내는 홍성흔에게 완전히 먹힌 타구를 유도해 내며 내야를 간신히 넘기는 뜬 공으로 아웃을 잡았고, 이대호에게는 손도 쓰지 못하는 인코스 공략으로 삼진을 뺏어냈죠.

 

올 시즌 가장 유력한 MVP 후보 3인방이 최고로 극적인 장면에서 만나 최선을 다한 승부를 펼쳤고, 타자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었음에도 그 위기를 모두 넘기면서 승리를 따낸 주인공은 투수인 류현진이었습니다. 시즌 초부터 그렇게 달려왔으면 지금쯤 약간은 지칠 기미가 보일 법도 한데, 어째 시간이 갈수록 더 괴물스러워지는 모습이군요.

 

더불어 류현진은 올 시즌 19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QS)를 달성했고, 작년부터 25경기 연속의 기록을 이어갔습니다. 국내 기록은 이미 오래 전에 깼고,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은 1967~68년 밥 깁슨의 26경기 연속입니다. 한 경기만 더 이어가도 타이기록, 그 이상이면 메이저리그에서도 볼 수 없던 기록의 탄생입니다. 리그가 다르기에 큰 의미를 둘 순 없겠지만, 훨씬 오랜 역사와 몇 배나 많은 팀이 존재하는 빅리그에서도 탄생하지 않았던 기록이 우리나라에서 나온다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지요.

 

+ 잘 키운 이재곤, 김광현 안 부럽다!

 

하지만 21일 경기의 주인공이 류현진 혼자라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1-0의 결과라면 상대 투수도 엄청난 위력투를 보였다는 뜻이죠. 그것도 비가 와서 경기가 두 번이나 중단되었고, 상대 투수가 류현진이라는 압박감 속에서도 자신의 피칭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선수의 뛰어남을 말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롯데 팬들은 비록 패했지만, 이재곤의 놀라운 투구 속에서 다시 한 번 그에 대한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재곤은 8회 투아웃까지 7.2이닝 동안 6피안타 1볼넷으로 단 1실점, 류현진을 상대로 한 치도 밀리지 않는 멋진 피칭을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삼진을 잡아내는 류현진과 달리, 꿈틀거리는 뱀 직구와 싱커-슬라이더의 콤보로 범타를 유도해내는 이재곤의 피칭도 매우 위력적이었죠. 5회 다소 아쉬운 수비 등으로 1실점하긴 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류현진의 맞대결 상대로 전혀 손색이 없는 투구내용이었습니다.

 

이재곤은 지난달 22일에도 류현진과 맞붙은 적이 있었죠. 당시에도 이재곤은 2실점하긴 했으나 8회까지 버티며 류현진과의 팽팽한 투수전을 연출했었습니다. 그리고 완봉승을 목전에 뒀던 류현진이 9회말 가르시아에게 동점 2점홈런을 허용했고, 10회말 홍성혼의 끝내기 홈런이 터지면서 롯데가 3-2로 승리했죠. 결과적으로 류현진과 똑같이 8이닝 2실점의 기록을 남긴 이재곤의 호투가 없었다면 롯데는 결코 승리하지 못했을 겁니다.

 

다른 투수도 아닌 괴물’  류현진과 두 번 맞붙어서 1 1, 하지만 1무는 팀 승리의 발판이 되는 무승부였고, 1패는 단 1점을 허용한 결과였을 뿐입니다. 올 시즌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펼친 선수들 가운데 이토록 팽팽하게 맞섰던 투수가 또 누가 있었던가요? 그것도 두 번이나, 게다가 올해 갓 데뷔한 신인이!

 

이재곤은 21일 경기가 올 시즌 10번째 선발 등판 경기였습니다. 10번 중 6번이 QS였고, 그 중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내려온 경기는 단 한 번뿐이었죠. 그리고 경기당 평균 6.47이닝(4)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이재곤의 경기당 투구수가 90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류현진(7.86이닝-113)과 견줄 수 있을 정도의 이닝이터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당장 올해는 몰라도, 좀 더 체력을 기르고 수비를 비롯한 다양한 요소들을 습득하고 난 후인 내년부터는 적어도 이닝 소화능력에 있어서 만큼은 류현진 뺨치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항상 땀을 비오듯 흘리고, 약간은 멍한 표정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의 피칭을 그대로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수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선발로 등판한 10경기에서 이재곤은 지금까지 3 2패 방어율 4.04의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 그리고 그 2패는 다름 아닌 김광현과 류현진에게 당한 패배였습니다. 그리고 고원준, 문성현, 이우선 등의 같은 신인급 투수들과 여러 차례 맞붙어 3승을 거두는 등, 결코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최근 3경기 연속 QS를 달성하면서 시즌 방어율도 3점대(3.91)로 끌어내린 상황입니다. 올해의 신인 투수들 중에는 고원준과 더불어 가장 돋보이는 성적임에 틀림없습니다.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아 7이닝 2실점, 8이닝 2실점, 6이닝 2실점, 7.2이닝 1실점을 기록한 4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내지 못하는 바람에 승수에서 부족한 것이 아쉬움을 남길 뿐이지요.

 

올 시즌 수많은 야구팬들은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류현진과 김광현의 맞대결을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류현진과 두 번이나 맞붙어 두 번 모두 멋진 투수전을 만들어내며, 팬들에게 좋은 시합을 선물한 장본인은 김광현이 아닌 신인이재곤이었습니다. 설사 김광현이었다 하더라도 류현진을 상대로 이토록 긴 이닝을 책임져주며 멋진 투수전을 함께 연출할 수 있었을 지는 사실 의문이지요.

 

이재곤이라는 빛나는 조연이 있었기에 류현진의 1-0 완봉승이 더욱 값져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금은 조연에 불과하고 류현진과의 맞대결임에도 다른 6개 팀 팬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앞선 두 경기의 결과는 이재곤이란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주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적어도 롯데와 한화의 팬들은 그랬을 겁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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