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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다음 중 올 시즌의 가장 가치 있는 기록은?

by 카이져 김홍석 2010. 8. 9.
역시 팬들이 좋아하는 것은 투고타저보다는 타고투저가 아닐까 싶습니다. 작년부터 다시금 불어오기 시작한 타고투저의 열풍이 프로야구의 인기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지 않나 싶네요. 사실 각종 기록도 투고타저의 시즌보다는 타고투저의 시즌에 많이 작성되지요. 게다가 올 시즌은 단 한 명의 괴물이 시대를 역행하며 타자쪽의 기록과 균형을 맞춰주고 있으니 더욱 좋구요.

 

올 시즌 작성될 것이 유력한, 혹은 작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되는 기록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놀랍다고 생각되는 5가지만 살펴보려 합니다. 이 중 가장 가치 있는 기록은 과연 무엇일까요? 

 

1. 류현진의 20승-200이닝-200탈삼진-1점대 방어율 동시달성

 

올 시즌 등판한 22경기 전부 퀄리티스타트(QS)를 기록하며 야구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류현진. 하지만 그보다는 올 시즌 류현진에게 기대되고 있는 200이닝-200탈삼진 그리고 1점대 방어율의 동시 달성이 훨씬 가치 있는 기록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자가 더 희귀한기록이긴 하나, 후자의 가치에 비하면 모자람이 있지요. 기준에 의하면 9이닝 4실점 완투승도 QS에는 포함되지 못하니까요.

 

역대 한국 프로야구에서 1점대 이하의 방어율은 총 26번 나왔습니다. 그 중 200이닝 이상의 많은 투구를 하고도 1점대 이하의 방어율을 기록한 것은 총 7번 있었습니다. 선동열과 최동원이 두 번씩, 그리고 박철순, 최일언, 김건우가 한 번씩 기록을 달성했지요. 그 중 200탈삼진까지 동시에 기록한 선수는 선동열(2)과 최동원(1)밖에 없습니. 20승까지 기준에 포함시키면, 이 모든 것을 충족시키는 시즌은 선동열의 1986시즌(262.2이닝 214삼진 24 6 0.99)이 유일합니다.

 

현재 15승을 거두고 있는 류현진은 171.2이닝과 171삼진, 그리고 1.63의 방어율을 기록 중입니다. 앞으로 최소 6번에서 많게는 8번까지 등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그렇다면 류현진은 200이닝-200탈삼진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 분명하고, 20승의 달성 가능성도 남겨두고 있습니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1점대 방어율이 깨질 것 같지도 않지요.

 

20승에만 성공하게 되면 류현진은 선동열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20-200이닝-200탈삼진-1점대 이하의 방어율을 동시에 기록하는 선수가 되는 겁니다. 일반적인 트리플 크라운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기록이 탄생되는 것이지요. 한국 프로야구사에 있어 투수 최고 시즌이라 평가 받던 선동열의 1986시즌과 맞먹는, 아니 타고투저라는 현 리그의 추세까지 감안하면 그 이상이라 평가할 수 있는 성적을 내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선동열의 기록을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 류현진이 등장한 후에도 작년까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입니다. 올 시즌의 류현진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이죠. 

 

2. 이대호의 홈런-타율 동시석권

 

이대호는 8일 류현진을 상대로 2점 홈런을 터뜨리며 지난번 맞대결에서의 완패를 설욕했습니다. 적어도 현역 최고의 타자로서 현역 최고의 투수에게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이로써 5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하게 된 이대호는 98경기만에 100타점을 돌파하며 34홈런 101타점, 타율 .368의 놀라운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 저 타점 기록이 2위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뿐이지요.

 

타율-홈런-출루율(.442)-장타율(.667)-OPS(1.109) 1, 타점-득점(79)-최다안타(139) 2위입니다. 홍성흔이라는 팀 내 걸림돌(??) 때문에 트리클 크라운 달성에 제동이 걸리고 있으나, 홈런과 타율 타이틀을 동시에 석권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요.(참고 : 클릭)

 

이대호의 올 시즌 페이스는 45홈런 133타점 정도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홈런은 역대 6, 타점은 역대 3위에 해당하는 페이스지요. 역대 우리나라의 타자들 중 45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이승엽(3)과 심정수(2)뿐입니다. 그 영역에 이대호가 발을 들여놓으려 하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35푼을 훨씬 넘는 엄청난 고타율과 더불어서 말이지요.

 

역대 한국 프로야구에서 35푼 이상의 타율과 30홈런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1999년의 마해영(35홈런 119타점 .372)뿐입니다. 그리고 그 1999년은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극심했던 타고투저의 시즌이었죠. 올 시즌의 이대호는 사상 최초의 타율 35푼과 40홈런 동시 달성을 노리고 있습니다. 류현진의 기록과 비교하여 뭐가 더 가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쉽게 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떤 것이 더 어렵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대호의 기록일 수밖에 없습니다. 류현진의 경우는 전례(선동열)가 있지만, 이대호의 기록은 전례가 없는 전무후무한 기록이기 때문이지요. 

 

3. 홍성흔의 단일 시즌 타점 신기록

 

지난해 김상현(KIA)이 보여준 타점본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1년 만에 그보다 더 위력적인 타점머신을 보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죠. 게다가 그 주인공이 홍성흔일 거라고는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사실 지난해 홍성흔의 타격은 상당부분 과대평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높은 타율(.371)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지만, 홍성흔의 타점은 64(28)뿐이었죠. 그 앞에 포진했던 이대호와 가르시아의 출루 회수를 감안하면 초라할 정도로 적은 수치입니다. 타율이란 기록의 허구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죠. 사실 페타지니(26홈런 100타점 .333)가 홍성흔에 밀려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했다는 건 한국 야구의 편협함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의 홍성흔은 다릅니다. 전혀 다른 선수가 되어 팬들 앞에 나타났죠. ‘천재타자라 불리는 김현수도 애를 먹고 있는 타율 유지하며 거포로 변신하기에 완벽하게 성공하며 무시무시한 페이스로 타점을 쓸어 담고 있습니다. 이대호의 트리플 크라운 달성에 제대로 태클을 걸고 있지요.

 

101경기에 출장해 26홈런 110타점을 기록 중인 홍성흔은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34홈런 145타점을 기록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역대 한국 프로야구의 최다 타점 기록이 2003년 이승엽이 기록한 144타점이죠. 2위는 같은 해 심정수가 기록한 142타점이고, 지난해 김상현의 127타점이 역대 3위입니다.

 

김상현의 기록은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지금처럼 이대호와 좋은 경쟁구도를 이어간다면 이승엽의 기록 경신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당시 이승엽과 심정수가 50개가 넘는 홈런포의 힘을 바탕으로 대기록을 작성한 것에 비하면, 홍성흔은 그야말로 진정한 타점본능에 의지하여 기록을 쌓아가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지요. 

 

4. 조인성의 사상 첫 포수 100타점

 

포수라는 포지션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얼마나 큰 지 야구팬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역대 한국 프로야구에서 포수의 3할 타율 시즌은 총 10번 나왔습니다. 이만수가 홀로 5번이나 기록했고, 그 외에는 홍성흔, 임수혁, 김동수, 유승안, 최기문이 한 차례씩 기록했지요. 100경기 이상 출장으로 기준을 높이면 이만수의 기록은 2번이 되고, 유승안은 빠집니다. 6번뿐이라는 뜻이지요.

 

포수가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입니다. 헌데 올 시즌 조인성이 포수로서 또 하나의 역사를 쓰려하고 있지요. 현재 조인성은 103경기에 출장해 21홈런 86타점, 그리고 .311의 타율과 .912 OPS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페이스라면 시즌 종료 시점에 27홈런 111타점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지요.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경기수도 우리보다 훨씬 많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수가 한 시즌에 3할타율-25홈런-100타점을 동시에 달성한 것은 고작 20번에 불과합니다.

 

지금껏 한국 프로야구의 역대 포수들 가운데 100타점을 달성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박경완이 40개의 대포를 쏘아 올리며 홈런왕에 올랐던 2000시즌에 기록한 95타점이 역대 포수 최고 타점 기록이지요. 헌데, 올 시즌 조인성이 그 기록을 가뿐히 넘어설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10년 전의 박경완은 28살의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올 시즌 조인성은 35세의 노장이지요.

 

물론, 올 시즌의 조인성의 성적을 두고 역대 포수 최고 시즌이라고 표현할 순 없습니다. 그러기엔 이만수와 박경완의 업적이 너무나 위대하죠. 그러나 그들조차 달성하지 못했던 100타점을 프로야구가 시작된 지 29년 만에 사상 처음으로 도달하게 된다는 것은 분명 커다란 의미가 있습니다. 

 

5. 삼성의 5회 리드시 전 경기 무패

 

43승 무패, 지금 현재까지 삼성이 ‘5회까지 리드하고 있던 경기에서의 성적입니다. 기가 막힐 정도로 황당한 기록이지요. 기록이라는 것이 결국 팀 승리에 보탬이 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되다고 하면, 위에 나열한 개인 기록보다도 가치의 측면에서는 훨씬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사실 삼성의 불펜이 5회 이후로 철벽 같은 위용을 자랑하며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짓밟은 것은 아닙니다. 동점을 허락한 적도 있고, 역전을 당한 적도 있지요. 그리고 저 기록이 의미하는 것이 삼성이 5회 이후로 역전패를 한 번도 당하지 않았다는 뜻도 아닙니다. 단지 5회까지 이기고 있던 경기에서는 이상하게도 모두 승리했다는 것이죠. 5회까지는 지고 있었지만, 6~7회에 역전에 성공한 경기는 나중에 다시 재역전패를 당하더라도 저 기록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건 5회까지는 일단 지고 있었으니까요.

 

실제로 올 시즌 삼성의 구원투수들은 5회 이후로 10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동점이나 역전을 당했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그 10경기에서 삼성은 9 1패를 기록했습니다. 유일한 1패는 개막전에서 오승환이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후 당한 패배였죠. 하지만 당시 경기는 5회까지는 2-4로 삼성이 지고 있었습니다. 6회 이후 역전을 시킨 후, 마지막에 재역전을 당했을 뿐이지요.

 

어쨌든 한 번뿐이라는 겁니다. 삼성이 ‘5회 이후 리드를 잡은 경기에서 패한 적이 단 한 번뿐이라는 점이 중요하지요. 불펜이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하더라도 롯데처럼 단숨에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역전을 당해도 점수차를 최소한으로 유지하니까 타자들이 결국에는 다시 역전을 시켜주는 것이지요. 막강 불펜만이 아니라, 막판에 집중력을 보여주는 타선의 힘이 함께 일궈낸 기록이란 뜻입니다. 팀 스포츠인 야구에서 이 기록만큼 무서운 것이 또 있을까 싶네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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