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홍성흔이 15일 경기에서 윤석민의 투구에 손등을 맞고 교체되었습니다. 몸 쪽 높게 파고드는 공이었는데, 이미 스윙을 하던 홍성흔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손등에 맞게 된 것이죠. 정밀 검사 결과 손등에 금이 간 것으로 알려졌고, 회복까지 앞으로 한달 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정규 시즌 출장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롯데는 이날 경기의 패배보다 더욱 큰 것을 잃은 셈이 되었습니다. 역대 최고 수준으로 타점을 쌓아가던 타자, 그것도 올 시즌 이대호와 더불어 타격 전 부문에서 1,2위를 다투던 최고의 타자를 앞으로의 싸움에서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된 것이죠.
이로써 롯데는 4강 싸움에 있어 KIA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불리한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남은 일정을 고려해봤을 때, 현재의 2경기 차는 그다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었죠. 헌데, KIA는 돌아온 ‘해결사’ 김상현이 홈런포를 팡팡 터뜨리고 있는데, 롯데는 ‘신 해결사’ 홍성흔이 아웃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KIA가 조만간 롯데를 제치고 4위로 올라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리고 홍성흔의 이번 부상은 MVP 레이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타점-득점-최다안타 1위인 홍성흔의 이탈은 사상 최초의 ‘타격 7관왕’을 탄생시킬 전망이고, 그렇다면 류현진과 이대호가 각축을 벌이고 있는 MVP 판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KBO가 정식으로 집계하고 수상하는 타격 부문 타이틀은 총 8개입니다. 그리고 그 중 현재 홍성흔은 타점(113개), 득점(86개), 최다안타(147개)에서는 단독 1위, 타율(.356)과 홈런(26개), 장타율(.615)은 2위, 출루율(.434)은 3위에 올라 있었습니다. 도루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1~3위에 올라 있었지요.
그리고 이대호는 타율(.367)과 홈런(38개), 출루율(.440), 장타율(.681)에서 1위, 타점(111개)과 득점(83개), 최다안타(146개)에서는 2위에 랭크되어 있었습니다. 이대호가 2위에 올라 있던 3개 부문에서 1위를 기록 중인 홍성흔이 경쟁에서 이탈하게 됨에 따라 이대호의 7관왕이 유력해진 것이죠.
최근 이대호는 9경기 연속 홈런 행진을 벌이며 각종 타격 스탯을 급격하게 끌어 올렸습니다. 시간만 지나만 자연스레 모든 부문에서의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홍성흔의 저항도 거셌고, 특히 4번인 이대호 앞의 3번이라는 점 때문에 득점에서는 웬만하면 역전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페이스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들은 이대호가 안정적으로 1위를 차지하게 될 전망입니다. 3위와의 격차는 엄청나게 벌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이후에 변동이 있을 수도 있는 타율과 출루율에서의 1위만 잘 지켜낸다면, 이대호가 타격 부문 트리플 크라운(홈런-타점-타율 1위)을 포함해 사상 최초로 7관왕에 등극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1994년 이종범과 1999년 이승엽의 5관왕을 뛰어 넘는 프로야구 사상 최다 관왕 기록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죠.
이대호의 놀라운 업적을 고려했을 때, 결코 ‘어부지리’라고 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홍성흔과의 열띤 경쟁 끝에 그를 따돌리고 차지한 7관왕에 비하면 그 감동이 덜 할 수밖에 없겠지요. 당당하게 경쟁을 했다손 치더라도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 아쉬움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타격 7관왕에 성공한다면 류현진이 전 경기 퀄리티 스타트와 20승을 동시에 달성한다 하더라도 이대호가 밀릴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이대호가 남은 기간 동안 홀로 팀의 4위를 지켜낸다면 경쟁에서 앞선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어차피 두 선수가 모두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면, 결국 팀 순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과연 이대호가 홍성흔이란 경쟁자가 사라진 상황 속에서 지금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대호와 홍성흔은 서로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주고 받는 관계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타선 전체로 퍼져나갔지요.
“롯데 타선이 강하기 때문에 홍성흔과 이대호의 기록이 더 좋았던 것이다”는 말은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홍성흔과 이대호가 있었기 때문에 롯데 타선 전체가 시너지 효과를 얻어 지금처럼 강해졌다”는 말이 옳은 것이겠지요. 하지만, “홍성흔이 없었더라면 이대호가 지금과 같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을 것이다”는 말은 둘의 이름 위치를 바꾼 문장과 더불어 둘 다 ‘참’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벌’이란 존재는 바로 그런 것이니까요. 특히 그들처럼 항상 함께하며 서로의 영향을 주고 받는 위치라면 그 효과가 더욱 컸을 겁니다. 그런 3번 타자 홍성흔의 이탈, 그것이 4번인 이대호에게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요?
이대호는 현재까지 올 시즌을 48홈런 140타점으로 마칠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힘을 낸다면 50홈런 달성과 더불어 이승엽이 가지고 있는 단일시즌 최다타점 기록인 144개를 넘어설 수도 있는 상황이지요. 홍성흔이 함께 경쟁하며 서로의 자극제가 되어줬더라면 최근의 컨디션을 놓고 봤을 때,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일이었습니다.
헌데 이젠 홍성흔이 없습니다. 단순히 3번 타순의 출루 머신이 사라졌다는 것과는 또 다른 의미입니다. 과연 이대호가 홍성흔이란 ‘사상 최강의 2인자’가 빠진 상황에서 홀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낼 수 있을까요?
이대호가 앞으로 50홈런과 145타점을 달성한다면, 그 땐 류현진의 성적과 관계없이 MVP를 그에게 하락해도 될 것입니다. 홍성흔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페이스를 더 끌어 올리며, 이대호 역시 ‘라이벌이 필요 없는 독보적인 1인자’임을 증명한 셈이 될 테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7관왕을 달성한다 하더라도 45홈런 130타점 정도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치게 된다면, 저라면 류현진의 손을 들어주겠습니다. 홍성흔의 이탈로 인한 실질적인 기록의 저하가 보는 이들의 심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7관왕이라 해도 라이벌 없이 자신의 기록을 유지하지 못하는 선수에게 MVP를 넘겨주기엔, 올 시즌 ‘라이벌을 허락지 않은’ 류현진이 너무 독보적이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이대호는 수비에서의 치명적인 약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호쾌한 타격과 밝은 웃음으로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던 홍성흔의 부상.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안타깝네요. 그리고 그것이 최고조로 달아 올랐던 MVP 레이스에도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어 더욱 아쉽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홍성흔이 이미 규정 타석을 채웠고, 그로 인해 지명타자 부문의 골든 글러브 수상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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