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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충격적인 SK의 5연패, 비상구는 있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8. 19.

거칠 것 없이 승승장구하던 SK 와이번스가 충격의 5연패를 당했습니다. 그것도 보약이라 생각했던 롯데 자이언츠에게 3연전 스윕을 당하면서 말이지요. 자존심은 자존심대로 상했고, 상처는 상처대로 입었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최대의 위기를 맞이했지요.

 

롯데와의 3연전은 말 그대로 완패였습니다. 1차전은 김수완이라는 이름도 잘 들어보지 못한 애송이에게 완봉승을 선물했고, 2차전에서는 롯데의 중심타선을 잘 막고도 손아섭과 황재균을 막지 못해 패했습니다. 그리고 3차전에서는 이대호와 가르시아에게 중요한 순간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지요.

 

올 시즌 SK 3연전에서 스윕을 당한 것은 5월말 삼성을 상대로 한 번 허용한 이후 처음입니다. SK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둔 투수가 3명 있는데, 순서대로 류현진-차우찬-김수완이었죠. 롯데는 이번 3연전의 승리로 인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선발 로테이션은 다시금 5선발 체제로 안정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홍성흔 없이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것도 SK를 상대로 말이지요.

 

하지만 반대로 SK는 너무나도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시즌 첫 5연패, 그것도 이번 3연전을 내주기 전까지 시즌 상대전적에서 10 2패로 크게 앞서 있던 롯데를 상대로 연패를 끊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상처가 크지요. 다행히 두산이 이틀 연속 삼성을 잡아준 덕분에 승차는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젠 더 이상 그 차이가 커 보이지 않게 됐습니다.

 

지금 SK의 이러한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긴 합니다. 저만이 아니라 모든 야구 관계자들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던 일이었죠. 하지만 그 동안 김성근 감독과 SK 투수들이 보여준 능력이 워낙 일반적인 상식을 초월하는 것이었기에 섣불리 입에 담을 수 없었을 뿐입니다.

 

현재 SK가 흔들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투수들이 더 이상 김성근 감독의 기대대로 던져주고 있질 못하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김성근 감독이 필살기처럼 사용하던 정우람과 이승호의 부진이 뼈아픈 것이죠. 타선이 제 힘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SK 야구의 근간은 막강 투수력에 있었다는 점에서 초점을 투수들의 부진에 맞추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투수들이 부진한 원인도 명확합니다. 바로 너무 많이 던졌기 때문이지요. SK는 올 시즌 현재까지 106경기를 치렀습니다. 헌데 그 중 이승호는 57경기, 정우람은 63경기에 등판했습니다. 2경기당 1번 꼴이 넘는 횟수이지요. 정대현 역시 자신이 복귀한 후 치른 75경기 중 37경기에 등판했습니다. 결코 적은 비율이 아닙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의 투구이닝입니다. LG 이성열과 오상민도 60경기 이상 등판했고, 그 외에도 50경기 이상 등판한 구원투수가 15명 정도는 됩니다. 하지만 나머지 투수들이 대부분 45~60이닝 정도를 소화한 반면, 정우람의 투구이닝은 무려 88이닝에 달하지요. 70이닝을 넘긴 불펜 투수는 정우람과 이승호를 제외하면 삼성의 안지만(57경기 76이닝)뿐입니다.

 

일반적인 구원투수들처럼 자주 등판하는 대신 적게 던지던지, 아니면 여타의 롱릴리프들처럼 많이 던질 거라면 등판회수라도 적어야 하는데 정우람과 이승호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죠. 당연히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어깨에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고, 그것이 지금에 와서 팀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선발 등판이 8번 포함되었다곤 하지만, 41경기에 등판해 95이닝을 던진 고효준의 피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SK가 지난해 김광현이 빠진 상황에서도 19연승을 달리긴 했지만, 지금은 그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작년에는 김광현 외에도 글로버-송은범-카도쿠라의 선발 3인방이 든든히 버티고 있었고, 전병두와 고효준이 스윙맨으로서 좋은 역할을 해줬지요. 그리고 정대현, 이승호, 정우람, 윤길현이라는 믿을만한 구원투수가 4명이나 있었습니다. 또한, 시즌 막바지였기에 경기가 띄엄띄엄 있어서 4인 로테이션으로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었고, 중간중간 휴식일이 많으니 불펜을 통한 총력전을 벌이는데도 부담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시즌을 시작부터 정대현-전병두-윤길현-채병용이라는 ---을 모두 떼고 시작했지요. 그에 따라 김성근 감독은 사실상 8명의 투수로 시즌을 꾸려갔습니다. 김광현-카도쿠라-송은범-글로버의 선발진과 고효준-엄정욱의 스윙맨, 그리고 정우람과 이승호의 마무리. 8명의 투수가 시즌의 3분의 1을 소화한 시점까지 팀 전체 이닝의 90% 정도를 소화했지요. 나머지 7개 구단의 경우 상위 8명의 투구이닝 합계가 80%를 넘어가는 팀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만큼 SK 투수들, 특히 선발 4명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에게 걸리는 과부하가 컸다는 뜻이지요.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다. 정대현이 생각보다 일찍 복귀했고, 8인 로테이션이 톱니바퀴 맞물리듯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오히려 승승장구했으니까요. 하지만 시즌 중반부터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선발 로테이션의 송은범과 글로버가 갑작스레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선발로 제몫을 못해주기 시작한 것이지요.

 

8인 로테이션은 4명의 붙박이 선발이 모두 6이닝 이상을 책임져준다는 전제 하에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송은범과 글로버가 계속해서 많은 이닝을 책임져줬다면, 지금 SK가 위기를 맞이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조기에 강판되는 경우가 잦아지면서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던 균형을 깨버리고 말았습니다.

 

원래의 SK는 타선이 3점을 내면 2점만 내주고 이겼고, 7점을 내면 5점을 주고 승리를 거뒀죠. 하지만 투수들의 컨디션이 김성근 감독의 예상과 통제를 벗어나면서 점점 계산이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전반기까지 60 28패로 .682의 승률을 보이던 SK는 후반기 들어 7 11패의 부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7.5경기였던 2위 삼성과의 격차도 3.0경기로 줄어든 상황이지요. 두산이 삼성을 꺾어주지 않았더라면 그 차이는 더 좁혀질 수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SK는 남은 일정도 최악입니다. 상대팀이 문제가 아닙니다. 일정 자체가 문제인 것이지요. SK가 치른 106경기는 올 시즌 8개 구단 가운데 최소경기입니다. ,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27경기를 앞으로 더 치러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것은 앞으로 다른 팀들이 여유 있는 일정을 가져갈 수 있는 것과 달리, SK는 지금까지와 별 차이 없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당장 다음주부터 프로야구는 기존 일정에서 벗어나 불규칙적인 경기 일정에 따라 시합을 치르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경기를 많이 소화해 놓은 팀들은 5선발을 기용할 필요가 없게 됩니다. 하필이면 그 대표적인 팀이 가장 적은 22경기를 남겨두고 있는 2위 삼성이지요. 사실상 삼성은 3선발까지를 꾸준히 돌리면 4선발이 등판하는 시합에서는 막강 불펜을 총동원하는 작전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밖에 없지요.(개인적으로 1위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선동열 감독의 멘트는 단순한 엄살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SK 5선발을 꾸준히 돌려야 합니다. 그리고 3선발 이내의 좋은 투수를 상대해야 하는 경우는 점점 많아지겠지요. 이래저래 이중고를 겪게 되는 셈입니다. 그 동안 우천 취소가 많았기에 지친 불펜을 쉬게 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시즌 막판에 이자까지 덧붙여서 커다란 빚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지요. 지금 삼성과의 3.0경기 차이가 많아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SK의 목표는 우승입니다. 그것도 다름 아닌 한국시리즈 우승이지요. 그리고 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정규시즌을 1위로 마감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니, 정규시즌 1위만이 현재 SK의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만약 삼성에 밀려 2위로 시즌을 마감하게 되면, SK의 우승 가능성은 상당히 떨어집니다. 시즌 막판까지 순위 경쟁을 벌이느라 투수들은 지칠 대로 지쳐있을 것이 분명하죠. 물론 그 후 준PO가 열리는 동안 일주일 정도의 휴식을 취할 수 있겠지만, 그 정도로 투수들의 컨디션이 완전히 정상궤도로 돌아온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일주일이 결코 적은 시간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더 무리를 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길다고 볼 수도 없으니까요. 그렇게 되면 아마 PO에서 승리를 거두고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 하더라도 삼성을 이기긴 무리일 겁니다.

 

하지만 1위라면 다릅니다. 남은 한 달의 정규시즌 동안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1위만 확정 지으면 최소 2, 길면 3주 정도의 기나긴 휴식을 보장받게 됩니다. 그 정도면 투수들이 넉넉한 휴식과 더불어 컨디션을 회복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죠. 경기감각이 떨어진다는 걱정 같은 건 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이미 2007년과 2008, 2년에 걸쳐 그러한 약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 팀이니까요.

 

, 최악의 시나리오도 있습니다. 삼성은 물론, 두산에게까지 밀려 3위로 시즌을 마감하는 것이지요. 2위인 삼성만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후반기 들어 11 7패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인 두산과의 격차도 어느덧 4.5경기로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맞대결이 5번이나 남아 있지요. 5경기에서 좋은 승부를 벌이지 못한다면, 3위로 추락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롯데가 되건 KIA가 되건, PO에서의 승리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맙니다. 말 그대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되는 것이지요. 다행스러운 것은 시즌 상대전적에서 11 3패로 크게 앞서 있는 LG와의 경기가 5경기나 남아 있다는 점이지만, 이번 롯데전의 경우를 고려해 보면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주 힘든 상황 속에서 시즌을 맞이했지만, SK와 김성근 감독은 그것을 상상을 초월한 투수기용으로 극복했습니다. 후반으로 가면 부상자들이 돌아올 예정이었기에, 잘 나갈 때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많은 승수를 쌓아 두었죠. 그것이 결국 지금의 위기를 가져온 원인이 되었지만, 결코 김성근 감독의 그러한 투수운용을 비난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당시 SK가 처한 상황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으니까요.

 

사실 올 시즌 SK가 독주할 거라 생각한 전문가는 거의 없었죠.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삼성-두산에 이은 3위권 정도로 SK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투수력의 공백 때문이었죠. 하지만 김성근 감독과 SK 투수들은 상식을 깨는 모습으로 올 시즌 독주체제를 굳혀왔습니다. 하지만 야구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하는 것이고, 아무리 극에 달한 훈련을 한다 하더라도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또 한번 느끼게 되네요.

 

한 달 정도 남은 2010년 정규시즌. 과연 SK는 지금의 순위를 지키며 지난해의 아쉬움을 설욕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올 시즌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SK, 과연 그들을 위한 비상구는 마련되어 있을까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SK 와이번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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