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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20승’과 ‘전 경기 QS’ 중 어느 것이 더 값질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8. 20.

괴물류현진(한화)은 올해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종전 최고시즌을 꼽히던 데뷔 첫해 2006년의 류현진이 한강의 괴물수준이었다면, 올해는 가히용가리급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올 시즌 최고를 넘어 가히 역대급투수의 반열에 오를만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류현진이 시즌 마지막까지 지금의 페이스를 지켜서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에 남을 업적을 완성하기 바라는 팬들의 성원이 뜨겁다.

 

이제 팬들의 관심은 남은 시즌 동안 류현진이 20승과 전 경기 퀄리티스타트(QS)라는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모아진다. 20승이 모든 투수들의 로망이라면, 전 경기 QS는 아직까지 세계 어느 나라, 어느 프로리그의 선수들도 개척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다. 둘 중 어느 하나 놓치기도 아쉬운 대기록이다.

 

둘 다 쉬운 길이 아니지만 그나마 현재로서 가능성이 좀 더 높은 쪽은 전 경기 QS. 류현진은 올 시즌 등판한 23번의 경기에서 모두 QS를 달성했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무려 29경기 연속, 이미 한국 신기록을 경신한지 오래고 매 경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QS보다 한 차원 높은 하이 퀄리티스타트(7이닝 2실점 이하)도 무려 17번이나 달성했다. 최근 9경기에서는 연속 하이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가며 7이닝 이상을 소화하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두산전을 제외하면 나머지 6개 팀에 모두 승리를 거두었고, KIA(1 2 3.00)를 제외하면 모두 2점대 이하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별한 천적이 없는데다 최근 절정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는 류현진의 구위를 감안할 때, 전 경기 QS에 성공할 가능성이 꽤 높다는 평가다.

 

하지만 류현진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달성가능 한 QS에 비하여 20승은 여러 가지 조건과 운이 맞아야 하기에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20승 고지에 오른 투수는 11명뿐이고 총 15차례가 나왔다. 2000년대 유일한 20승 투수였던 다니엘 리오스(두산) 2007시즌 22승을 달성한 것이 마지막이다. 국내 투수로서는 99년 정민태(20)이 마지막이었고, 류현진과 같은 좌완과 순수한 선발승으로 범위를 좁히면 95년 이상훈(20)으로 벌써 15년 전의 일이다.

 

이상훈과 정민태는 20승을 달성하던 시즌에 각각 30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상훈은 선발로만 20승을 달성했고, 정민태는 구원투수로서 거둔 1승이 포함되어있다. 류현진은 23경기에서 오직 선발로만 나서서 15승을 수확하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단 5번을 제외하면 최소 5일 휴식 후 등판하는 6일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따라서 류현진은 앞으로 약 5회 정도 더 등판이 가능하다.

 

류현진은 최근 8연승 행진 중이다. 그러나 아무리 류현진이라도 남은 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부담은 녹록하지 않다. 류현진이 제아무리 잘 던지더라도 타선과 불펜의 지원이 받쳐주지 않는 한 혼자 힘으로는 승리투수가 될 수는 없다.

 

류현진의 올 시즌 경기당 타선지원은 9이닝 기준으로 4.28,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가운데 네 번째로 낮은 기록이다. 13승을 수확했던 2009시즌의 5.18점보다 거의 1점 정도가 더 하락한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도 다승 1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류현진이 부족한 타선지원을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고 승리를 지켜낸 경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례로 지난 LG전에서 류현진은 9이닝을 2실점으로 틀어막고도 타선지원 부재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등판 일정상 류현진의 다음 상대는 22일 선두 SK이고, 일찌감치 에이스 김광현이 맞대결 상대로 내정된 상태다. 하지만 한대화 감독이 둘의 맞대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고, 류현진이 17일 경기에서 121구를 던진 상황이라 4일 휴식 후 5일만의 등판이 가능할 것인지도 사실 의문이다.

 

정규시즌 막판에 접어들며 치열한 순위경쟁으로 각 팀들의 집중력이 높아져 있다는 것도 확실히 부담스럽다. 특히 지금처럼 한화의 불펜이 취약하고 류현진이 홀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부담이 큰 상황에서는, 잘 던지다가도 7~8회쯤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각 팀들도 한화를 상대로 1승이 다급한 만큼, 호락호락 류현진의 승수 제물이 되려 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야구전문가들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자칫 모든 것을 그르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20승은 하고 싶다고 되는 기록이 아니다. 동료들의 도움도 필요하고 운도 따라줘야 한다. 한화도 20승을 위하여 류현진을 무리하게 등판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류현진 정도 되는 투수라면 20승은 내년에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다. 하지만 전 경기 QS는 평생 한 번 올까 말까한 희소성이 있는 기록이다. QS를 이어가면 승운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류현진 본인도 20승보다는 연속 QS기록을 이어가는데 더 의미를 두고 있다. “체력은 전혀 문제없다. 충분히 기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류현진이 써 내려가고 있는 새로운 역사에 거는 팬들의 기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한화 이글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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