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변화된 롯데, 야구가 단체 스포츠임을 깨닫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8. 22.

롯데 자이언츠가 놀라운 한 주를 보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시간 후 펼쳐질 두산과의 일요일 경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진 모르지만, 설령 그 경기에서 패한다 하더라도 이번 한 주간의 롯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SK 와이번스와의 주중 3연전을 모두 싹쓸이 하더니 두산과의 주말 3연전에서도 화끈한 방망이를 선보이며 2경기를 우선 잡아냈습니다. 롤러코스터의 대명사인 롯데이기에 그 기복의 싸이클이 최고점을 찍었다 치면 5연승이라는 기록 자체는 그리 놀라워할 일이 아닙니다. 6월 초에는 중간에 무승부가 한 번 포함되어 있긴 했지만, 8연승을 찍은 적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의 5연승은 좀 다릅니다. 그 상대가 1 SK 3위 두산이라는 점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경기의 내용과 그것을 풀어가는 흐름이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홍성흔의 부상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고가 가져온 의외의 긍정적인 효과가 팀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지금의 롯데는 2008년 당시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과 아주 흡사합니다.

 

우리는 야구가 단체 스포츠라는 것을 종종 잊어버리곤 합니다. 때로는 한 두 명의 스타가 팀의 분위기 자체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할 때도 있지요. SK의 좋은 승률과 성적보다는 류현진의 피칭에 감탄하고 이대호의 홈런에 열광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류현진이라는 괴물 투수를 보유한 한화의 팀 성적은 꼴찌입니다. 류현진 한 명의 힘만으로는 팀을 구원할 수 없었습니다. 이대호가 홈런을 친 35경기에서 롯데의 성적은 17 18패에 불과합니다. 아무리 이대호가 많은 홈런을 친다 해도 그것이 팀의 승리를 보장해주진 않습니다. 최고의 투수와 타자라 하더라도, 그 한 사람만의 힘으로 수십 명으로 구성된 프로야구 팀이 크게 변모하거나 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크게 돋보이고 주목을 받는 것은 뛰어난 개인 성적을 기록한 선수들일지 모르지만, 팀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쳐있을 때입니다. 야구는 한 명이 아닌 9, 혹은 26명이 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단체 스포츠로서의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은 다름 아닌 수비입니다. 에이스급 투수만큼 주목 받지 못하고, 특급 타자만큼 팬들에게 인정받지 못하지만 투수를 포함한 9명의 야수가 만들어내는 수비력이야말로 진정한 팀으로서의 강함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투수는 던지는 그 순간만큼은 철저하게 타자와의 1:1 승부입니다. 타자 역시 자신의 타순에 맞게 타석에 들어선 그 순간에는 투수와의 승부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간혹 작전이 걸리거나 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단체 스포츠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렇게 개인 스포츠적인 면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야구라는 스포츠가 인기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수비를 할 때만큼은 단체 스포츠로서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모든 수비수들은 상대 타자와 각각의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변수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정해진 위치에 그냥 서 있는 것이 아니지요. 상대 타자가 우타자냐 좌타자냐에 따라 수비수가 서 있는 위치가 틀려집니다. 주자가 나가 있는 상황이나, 점수차에 따라서도 마찬가지지요.

 

서로가 서로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때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지켜야 할 규칙도 있습니다. 항상 동료의 움직임을 예상하여 자신의 머릿속에 넣어 두어야 하고, 모든 플레이에서의 콜 플레이는 필수요소지요. 좌익수의 수비 범위가 좁다면, 발 빠르고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는 중견수가 한발 더 좌측으로 이동해 동료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도 있습니다. 야구는 바로 이 수비에서 단체 스포츠로서 가져야 할 유기체적인 조직력과 동료들 사이의 찰떡 같은 호흡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습니다.

 

야구는 어디까지나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스포츠입니다. 수비가 그 가장 기반이 된다는 것이지요. 팀을 강하게 만드는 제1의 요소는 강한 타력도 좋은 투수력도 아닌, 바로 이 좋은 수비력일 수도 있습니다. 류현진의 피칭이나 이대호의 홈런보다 박경완이나 손시헌, 정근우 등이 보여주는 높은 수준의 수비력이야말로 진정한 MVP감인지도 모르지요.

 

롯데의 변화는 공교롭게도 홍성흔의 부상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홍성흔의 부상은 롯데의 수비를 변화시켰지요. 수비가 부족한 이대호가 지명타자로 들어갔고, 새로 영입된 황재균은 붙박이 3루수로 고정되었습니다. 김주찬이 1루수로 들어왔고, 손아섭이 좌익수로 출장하게 되었습니다. 그 사소한 변화가 기존의 전준우와 조성환, 가르시아 등의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며 전혀 다른 수비력을 보여주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팀 타선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홍성흔의 갑작스런 이탈로 인해 선수들의 심리적인 변화도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팀의 4강 진출이 위태로워졌다는 위기감집중력이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하며 선수단 전체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죠.

 

좀 더 높아진 경기에 대한 집중력과 좀 더 나아진 수비 라인, 이것이 최근 5경기에서 롯데가 연승을 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좋은 타격, 혹은 좋은 투구가 좋은 수비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야수들의 좋은 수비는 언젠가 좋은 타격으로 나타난다는 것은 대부분 야구 관계자들의 일관된 지론이고, 저 역시 거기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바입니다.

 

최근 롯데 타자들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 투수를 마구 두들겨서 승리하지 않았지요. 5연승 하는 동안 1~2회의 총 10이닝 중 롯데가 득점에 성공한 것은 단 1이닝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이닝에서는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지요. 하지만 중반에 접어들면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타격에서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그 타선의 좋은 리듬은 경기 초반의 위기를 벗어나는 좋은 수비 리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홍성흔은 정말 좋은 선수입니다. 어쩌면 홍성흔이야말로 김현수를 능가하는 진정한 천재타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롯데로 이적한 이후 놀라운 타격을 보여주고 있지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는 수비가 불가능한 반쪽 짜리 선수이고, 그의 영입은 롯데의 수비진을 경직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얻은 것도 있지만, 분명 잃은 것도 있다는 뜻이지요. 얻은 것이 너무나 커서 잃은 것을 돌아보지 못했을 뿐, 홍성흔의 영입 이후 롯데는 어쩔 수 없이 수비에서의 반쪽짜리 팀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홍성흔의 영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단지 균형의 문제라고나 할까요? 국어와 영어 모두 80점을 받던 학생이 미국에 어학 연수를 다녀온 후, 영어는 100점을 받게 되었지만, 국어 점수는 70점으로 다소 떨어진 것과 비슷하달까요?

 

그 동안 불안한 수비 때문에 늘 고생을 했지만, 그렇다고 선수들이 성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최고의 수비진을 구축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모두가 고군분투하고 있었고, 그랬던 것이 지금 좀 더 수준 높은 수비진을 구축하게 되자 더 큰 효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롯데는 이제서야 비로소 으로서의 야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야구는 단체 스포츠입니다. 그리고 롯데는 이제서야 비로소 으로 뭉쳤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벤치에서 치어리더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홍성흔의 역할도 매우 컸을 것입니다. 팀으로서 균형을 이룬 롯데의 야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진정한 롯데 선수들의 각성으로 이어진다면, 올해의 가을 야구는 좀 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추천 한 방(손가락 모양)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로그인 없이도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