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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김진우 복귀, 특급 유망주들의 초라한 현재

by 카이져 김홍석 2010. 8. 31.

문제아김진우(KIA)가 드디어 복귀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만큼은 어떻게든 야구를 통해 확실하게 재기하기를 바랍니다. 한때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를 짊어질 차세대 특급 에이스로 기대 받았던 선수인지라, 그의 복귀 소식이 반갑게 느껴지네요.

 

광주진흥고 출신의 김진우는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 1차 지명으로 뽑은 선수입니다. 그리고 당시 역대 최고액이었던 7억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했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정작 이렇게 엄청난 액수의 돈을 받고 프로세계로 뛰어든 선수들 중 무난하게 성장해 리그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하는 선수는 의외로 매우 드문 편입니다. 김진우도 그런 선수 중 한 명이었죠.

 

역대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5억원 이상의 소리 나는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특급 유망주는 모두 16, 올 시즌 한화에서 지명한 유창식도 이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문제는 이렇게 엄청난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선수들 중 그 기량을 프로 무대에서 제대로 발휘하며 팬과 구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선수는 정말 몇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 16명의 선수들을 지금부터 살펴보려 합니다.

 

공동 10. 차명주 (1996, 경남상고-한양대-롯데-두산-한화-은퇴) – 5억원

 

우리나라에서 사상 처음으로 5억원의 계약금을 받은 선수가 바로 차명주입니다. 경남상고(현 부경고)-한양대 출신인 차명주는 그 유명한 ‘92학번선수들 중 가장 높이 평가 받는 좌완 투수였고, 롯데에서 1차 지명으로 뽑았습니다. 그리고 무려 5억원이라는, 당시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엄청난 액수를 안겨주었죠. 하지만 그는 프로 무대 적응에 실패한 특급 유망주의 대표적인 사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선발로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그는 1999년 두산 이적과 더불어 구원투수로 변신, 이후 2006년까지 프로 생활의 대부분을 원 포인트 릴리프로 뛰었습니다. 그리고 통산 613경기(46선발)에 출장, 612이닝을 소화하며 26 31 12세이브 방어율 4.51의 기록을 남기고 2007 1월에 은퇴를 결정했습니다. 그에 대한 기대와 엄청난 계약금을 감안하면 참으로 별 볼일 없는 선수생활이었죠.

 

공동 10. 문동환(1997, 동래고-연세대-롯데-한화-은퇴) – 5억원

 

91학번 최고의 투수로 손꼽히며, 대학시절 그 막강한 1년 후배들을 제치고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문동환은 원래 199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롯데가 1차 지명으로 뽑은 선수입니다. 하지만 당시는 프로구단을 준비하던 현대 피닉스의 유망주 싹쓸이가 한창이었고, 문동환은 그들의 최우선 목표였습니다. 결국 문동환은 롯데가 아닌 피닉스에 입단했고, 현대 유니콘스가 정식으로 출범한 후, 전준호를 내주는 조건으로 롯데에 입단할 수 있었습니다. 팀의 인기스타였던 전준호를 대가로 치렀다는 이유만으로도 문동환은 롯데 팬들에게 사랑 받는 존재가 될 수 없었습니다. 신인시절에는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문동환은 98년과 99년에 각각 12승과 17승을 거두며 팀의 에이스급 투수로 발돋움하지만, 이후 부상으로 고생하며 더 이상 롯데에선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죠. 이후 한화로 이적한 후 2006 16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부활하지만, 2007년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프로 통산 성적은 77 64패 방어율 3.78의 평범한 성적. 그의 명성을 감안하면 아쉬운 성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피닉스가 아니라 곧바로 롯데를 선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늘 남는 선수지요.

 

공동 10. 손민한 (1997, 부산고-고려대-롯데) – 5억원

 

당시는 롯데가 어마어마한 투자로 세간을 놀라게 만들던 시절이었습니다. 2년 동안 무려 3명에게 5억원이란 황당한 계약금을 안겨주며 특급 투수들을 싹쓸이 했으니까요. 손민한은 고등학교와 대학은 물론, 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배터리를 이루던 진갑용과 더불어 투-타 최대어로 꼽히던 선수였죠. 롯데는 97 1차 지명에서 둘을 놓고 고민하다 손민한을 선택했고, 그에게 문동환-차명주와 같은 5억원의 계약금을 안겨주었습니다. 문동환이 첫 3년간 반짝하고 만 것과 달리, 손민한은 첫 3년 동안은 부상으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다가 2000년부터 본격적인 팀의 중심 선수로 활약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롯데의 5억원 트리오 가운데 유일하게 팀의 기둥이 되는 에이스로 인정받게 되죠. 최근 2년간은 또 다시 부상에 시달리며 롯데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지만, 롯데의 암흑기를 묵묵히 지켜온 그를 향한 팬들의 신임은 정말 대단합니다. 5억원의 계약금이 아깝지 않은 선수죠.

 

공동 10. 서승화 (2002, 대전고-동국대-LG) – 5억원

 

프로야구를 본 지 얼마 안 되는 팬들은 서승화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할 수도 있겠네요. 그도 그럴 것이 서승화는 야구 실력보다는 빈볼이나 폭행등의 안좋은 사건으로 더 유명하니까요. 서승화는 고교 졸업반이던 9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LG 2 3라운드에 지명한 선수입니다. 하지만 프로행 대신 대학을 선택했고, 대학 무대에서 에이스급 투수로 성장한 경우지요. 150km/h의 빠른 공을 지닌 195센티짜리 좌완 에이스였으니 당연히 주목을 받을 수밖에요. 하지만 대학시절부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2중 계약 파문으로 무기한 선수자격 정지 처분을 받았었고, 간신히 징계가 1년으로 마무리 되면서 졸업 후 LG에 입단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승화는 1군 무대에서 버텨내질 못했고, 이승엽과의 빈볼 시비, 윤재국 다리 걸기 등으로 인해 잡음만 일으켰습니다. ‘싸가지 없는 선수의 대표격이 되어버린 서승화는 작년에는 후배들을 폭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또 한번 구설수에 올랐는데요. 올해는 박종훈 감독과의 마찰로 또 다시 팬들의 질타를 받았지요. 1군 통산 성적은 2 22패 방어율 6.28이라는 최악의 성적. LG는 그냥 5억원을 날린 셈입니다.

 

공동 10. 강철민 (2002, 순천효천고-한양대-KIA-LG) – 5억원

 

서승화가 뒤늦게 대학에서 빛을 본 케이스라면 강철민은 98학번 동기생들 가운데 가장 일찍부터 두각을 나타낸 투수였죠. 고교 졸업반인 1997년에 행해진, 98신인 드래프트에서 KIA에 고졸 우선 지명으로 선택되었지만, 일단은 대학에 진학합니다. 그리고 1학년이었던 98년과 4학년이었던 2001년에는 대학리그 최우수 투수, 2001~2002년에는 리그 최우수 선수(MVP)로 선정되었죠. 98년 방콕 아시안 게임 당시에는 아마추어 신분으로 드림팀 1’에 뽑혀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습니다. 대학을 졸업 후 입단한 KIA에서 저 정도의 계약금을 준 것이 결코 오버가 아니었다는 뜻이죠. 하지만 가능성만 보여주던 강철민은 끝내 10승 투수로 성장하는데 실패했고, 2006년 이후로는 몇 차례의 수술과 재활을 거치며 만족할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김상현-박기남과 트레이드되어 LG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죠. 이후 김상현의 대활약 덕분에 LG 팬들의 애증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프로 통산 성적은 25 36패 방어율 4.86, 역시 아마추어 시절의 명성이나 계약금에 비하면 턱 없이 부족한 성적입니다.

 

공동 10. 서동환 (2005, 신일고-두산) – 5억원

 

신일고의 에이스였던 서동환은 두산과 LG 1차 지명에서 각각 휘문고 에이스 김명제와 성남고의 강타자 박병호를 지명함에 따라 2차 지명 드래프트로에 흘러나왔습니다. 김명제와 더불어 고교 2강을 형성했던 서동환은 단연 1순위 후보였죠. 하지만 처음부터 서동환은 계약금으로 5억원을 요구했고, 1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롯데는 그를 포기하고 마산용마고 출신의 조정훈(계약금 2)을 선택합니다. 2순위 지명권은 두산이 가지고 있었죠. 김명제를 뽑느라 서동환을 포기해야 했던 두산은 쾌재를 불렀고, 당시 병역 비리 파문으로 투수진 구성이 어려웠던 두산은 흔쾌히 5억원을 안겨주며 서동환을 입단시킵니다. 하지만 프로 첫 등판에서 3명의 타자를 모두 4사구로 내보낸 후 강판 당하는 등, 1군 무대에서 서동환은 아무런 임팩트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두산 팬들은 그에게 새가슴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죠. 부상으로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임의탈퇴 수순을 밟았다가 다시 팀에 복귀했지만, 그가 다시 1군에 올라오기까지는 얼마의 시간이 걸릴 지 알 수 없습니다. 올 시즌도 2군에서 신나게 두들겨 맞고 있거든요. 1군 통산 성적은 1 1 6.88로 총 35.1이닝을 던졌으니, 현재까진 7이닝당 1억씩 받은 셈입니다.

 

공동 10. 김광현 (2007, 안산공고-SK) – 5억원

 

, 모두가 인정하는 국내 NO.2 좌완 에이스죠. SK는 안산공고 출신의 김광현이 있었기에 2006년 1차 지명에서 동산고 출신의 류현진을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었고, 1년의 기다림 끝에 김광현을 입단시키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활약만으로도 5억원이라는 계약금이 아깝지 않지요. 프로 4년차를 맞이한 김광현은 현재까지 통산 46 18패 방어율 2.67이라는 아주 좋은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 현역 선수 중 통산 방어율 1위라는 것만 봐도 SK의 투자는 헛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공동 8. 이정호 (2001, 삼성-현대-넥센) – 53,000만원

 

대구 상원고의 에이스로 맹활약하던 이정호는 2000년대 들어서는 처음으로 2의 선동열이란 소리를 듣던 그야말로 초특급 기대주였습니다. 텍사스 레인저스가 무려 120만 달러의 계약금을 제시하며 입단 제안을 했을 정도로 고교 시절의 활약이 대단했지요. 삼성 스카우터들은 그러한 이정호를 잡기 위해 엄청난 정성을 기울였고, 결국 1차 지명으로 뽑은 그를 계약금 53,000만원으로 붙잡는데 성공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정호가 이리 될 줄은 몰랐지요. 고교때부터 150km/h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던졌고, 프로 입단 후에는 155km/h까지 무난하게 던졌던 괴물이지만, 그 역시 심리적인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하는 선수였습니다. 자신의 구위를 1군 무대에서 전혀 살리지 못했죠. 그리고 2004년에 병역 비리 사건에 연루되었고, 2005년 박진만의 보상선수로 현대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서도 이정호를 제대로 키워내는 데는 실패했지요. 올 시즌 4경기에 출장하는 등 간혹 1군에 모습을 보이고는 있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통산 35경기에 출장해 46이닝, 1 1세이브 방어율 6.07을 기록 중입니다.

 

공동 8. 김수화 (2004, 순천효천고-롯데-넥센) – 53,000만원

 

차명주-문동환-손민한의 5억 트리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롯데는 2004 2차 지명 1번으로 뽑은 김수화에게 다시금 엄청난 액수의 계약금을 안겨줬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고교시절의 김수화는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문화 충격탓인지 전라도 출신 유망주들은 유독 롯데만 오면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무너지기 일쑤였습니다. 기왕이면 경남이나 서울 출신을 선호하던 롯데는 팀 성적이 바닥을 기자 2003 2 1순위로 김대우(광주일고)를 뽑았고, 그것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김수화, 2006년에는 다시 한 번 광주일고 출신의 나승현을 2 1위로 지명하죠. 하지만 이 3명의 초고교급 에이스들은 롯데에서의 활약이 아주 미미합니다. 팀의 분위기가 자신이 자라온 환경과는 너무나 달랐던 탓일까요? 김수화 역시도 첫 2년 동안 1 10패 방어율 7.41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한 후 1군 무대에 올라오지 못했고, 얼마 전 황재균과 트레이드 되어 김민성과 패키지로 넥센으로 넘어갔습니다. 앞으로 김시진 감독이 잘 키워내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16명 중 9명을 다뤘을 뿐인데, 벌써 글이 꽤나 길어지고 말았네요. 남은 7명의 선수들은 다음 차례로 순서를 미룰까 합니다. 이번 글의 이유가 되었던 김진우의 이름도 2편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재까지 살펴본 5억원~53,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9명의 선수들은 모두 투수였습니다. 그리고 그 중 계약금에 어울릴만한 활약을 프로에서 보여준 건 손민한과 김광현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좀 너그럽게 본다면 문동환까지는 봐줄 수 있겠네요. 이만하면 오히려 많은 계약금과 과도한 주위의 기대가 선수의 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엄청난 기대를 받았던 선수들이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거나, 부상으로 고생하는 일은 아주 흔한 일이니까요.

 

현역 최고의 투수인 류현진의 입단 계약금은 25,000만원이었습니다. 하지만 5년차가 된 올 시즌의 연봉은 이미 당시 계약금을 뛰어 넘는 27,000만원이죠. 아마 시절의 명성보다는 프로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얼마나 잘 적응하고,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줄 수 있는 배짱이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류현진을 통해 잘 알 수 있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기록제공=Statiz.co.kr]


2편 - 유창식 7억 계약, 역대 신인 최고 계약금 TOP-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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