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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안경현의 은퇴, 그리고 프랜차이즈 스타

by 카이져 김홍석 2010. 9. 10.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안경현(40, SK 와이번스) 19년의 긴 프로생활을 끝마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선수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 친정팀의 코치연수 제안도 뿌리치고 타 팀으로 떠났지만, 새로이 맞은 팀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2군을 전전하다 결국 은퇴 수순을 밟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선수 생활을 이어나가기 위해 내야 자원이 풍부한 두산을 떠나 SK를 택했지만, SK 역시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다. 더구나 안경현의 경우 06시즌부터 주로 1루 수비를 봐온 터라 내야에서의 활용 가치가 그리 높은 선수는 아니었다. 거기에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감소하는 배트스피드는 더 이상 빠른 공을 이겨내지 못했고, 결국 타격에서도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게 됨에 따라 사실상 1군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잃은 상황이었다.

 

만약 기회를 얻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은퇴했으면 모를까, 안경현의 이런 은퇴를 보자니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2008년 두산이 내밀었던 손(선수생활 은퇴 및 코치 연수)을 뿌리치지 않았다면 본인에게는 물론이거니와 팬들에게도 좀 더 뜻 깊은 은퇴무대가 마련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 말이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 프랜차이즈에 대한 예우

 

현재 안경현은 SK 소속의 선수다. SK에서 안경현은 그저 수많은 선수들 중 한 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두산에서 안경현은 팀을 상징하는 선수와도 같았다.

 

16년을 팀을 위해 헌신한 선수다. 그런 선수가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은퇴한다. 두산 팬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두산 팬이라면 누구나 안경현이 마지막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길 바랄 것이다. 이대로 조용히 안경현을 보내는 것은 프랜차이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론, 현재 두산 소속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 노마 가르시아파라를 통해 본 메이저리그의 예

 

‘보스턴의 심장으로 불리며레드삭스 네이션(보스턴 팬)’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노마 가르시아파라(은퇴). 그가 보스턴을 떠난 것은 2004, 팀과의 불화로 시즌 도중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 되면서였다.

 

그로부터 6년 뒤 가르시아파라는 은퇴를 결정해다. 은퇴 당시의 가르시아파라는 보스턴 소속이 아니었지만, 그가 은퇴 무대에서 입은 유니폼은 그토록 사랑했던 레드삭스의 유니폼이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2010 3 11일 은퇴 당일, 보스턴과 가르시아파라는 하루짜리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그 날 은퇴를 선언했다. 그 날 하루만큼은 보스턴 소속이었기에 그는보스턴소속 선수로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은퇴할 수 있었다.

 

우리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만약 두산이 SK쪽에 이런 제안을 한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 SK 입장에서도 별로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은퇴할 선수기에 전력에 손실을 끼치는 것도 아닐뿐더러, SK 입장에서는선수와 팬들을 배려할 줄 아는 구단이라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가르시아파라는 은퇴 무대 기자회견에서 다른 팀들에서 뛰는 동안에도 내 마음은 한결같이 언젠가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자는 것이었다.”고 밝혔던 바 있다. 안경현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안경현은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 안경현은 홍성흔 같이 두산 팬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던 선수도, 김동주와 같이 팀의 간판으로 오랜기간 맹활약을 해온 선수도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 누구보다 두산 팬들이 사랑했던 선수다.

 

이미 안경현이 팀과 결별수순을 밟은 뒤 SK행이 결정되었을 때 팬들은 한번 분노했었다. 라이벌 SK에 안경현을 내준 것은 둘째 치고, 안경현이라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그런 식으로 내보낸 팀의 처우에 분노한 것이다. 물론 구단 측에서는 선수 측의 의견을 존중한 마지막 배려라고 변명할지 모르나, 진정 구단이 안경현을 배려했다면 2007 KIA가 이종범에게 베풀었던 것과 같은 아량(?)을 베풀었어야 했다.

 

하지만 지난 일을 이제 와서 어쩔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꼭 보스턴과 같은 방식을 택하란 것은 아니다.

 

지난 9 2일 두산과 SK의 시즌 최종전 경기는 곤파스의 여파로 인해 광고판과 현수막이 뜯겨져 나가는 바람에 안정상의 문제로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결국 두산과 SK는 아직 한 번 더 경기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가르시아파라의 경우와 같이 두산유니폼을 입힐 순 없더라도 이 경기가 펼쳐지게 될 장소가 두산의 홈인 잠실이기 때문에 SK 쪽에서 그를 출장시켜만 준다면 그의 은퇴무대를 장식해 줄 방법은 다양하다.

 

물론 판단은 전적으로 두 구단의 몫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두산 구단이 중요한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 안경현은 이러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충분한 선수란 사실을.

 

// 버닝곰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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