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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MLB 배틀] 왕첸밍 vs 마쓰자카 (부제 : 현역 동양인 최고의 투수는?)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31.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메이저리그에서 에이스급 투수로 활약하던 노모 히데오와 박찬호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최고 투수로서 자연스레 비교대상이 되었었다.


일본 프로리그 최고의 투수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동양인 통산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토네이도’ 노모(123승 109패 4.21), 그리고 불같은 강속구를 인정받아 메이저리그로 직행했었던 ‘코리안 특급’ 박찬호(113승 88패 4.40)의 대결구도는 한일 양국의 많은 야구팬들을 들끓게 만들었었다.


현재 두 선수는 모두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노리고 열심히 훈련 중이다. 한때 최고의 반열에 올랐던 두 투수는 여전히 그들의  꿈을 위해 정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아시아인 투수는 누구일까? 그 답은 뉴욕 양키스의 왕첸밍과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쓰자카 다이스케, 이 두 명의 동갑내기 투수들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 당장은 2년 연속 19승을 거두며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최고의 명문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로 자리 잡은 왕첸밍이 확실히 한 발 앞서있다. 지난 2년 동안 그 많은 승수를 거둔 투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아무도 없었다.


왕첸밍을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받는 에이스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게 해준 구질은 90마일 초반 대에 형성되는 싱킹 패스트볼이다. 싱커는 땅볼 유도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에 장타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왕첸밍이 허용한 홈런 개수는 지난 2년을 합쳐서 21개(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들 중 최소)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득점의 3분의 1가량이 홈런으로 만들어지는 현대 야구에서 더할 나위 없는 장점이며, 비교적 피안타가 많은 왕첸밍이 3점대 중반의 방어율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양키스의 화끈한 타력 때문에 그의 승수를 평가절하 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지난해 왕첸밍이 승리한 19경기에서의 방어율은 2.19에 불과했으며, 이는 타선의 지원과 관계없이 충분히 승리할 만한 수치임에 틀림없다.


또한 양키스타디움은 좌타자에게 매우 유리한 구장이라 전통적으로 양키스의 에이스는 좌완투수인 경우가 많았다. 로저 클레멘스나 마이크 무시나 그리고 마리아노 리베라 등 역대로 봐도 손꼽히는 우완투수들만이 양키스타디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오른손 투수인 왕첸밍이 당대의 양키스를 대표하는 투수라는 점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7시즌

경기

이닝

피안타

피홈런

볼넷

탈삼진

방어율

왕첸밍

30

19

7

199.1

199

9

59

104

3.70

마쓰자카

32

15

12

204.2

191

25

80

201

4.40


노모 히데오의 뒤를 잇는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한 최고의 에이스로서 당당히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던 마쓰자카는 지난해 그 기대치를 100% 만족시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레드삭스의 2선발로 낙점 받은 마쓰자카는 작년보다 올해가 더욱 기대되는 투수다.


방어율은 다소 높았지만, 162경기의 대 장정인 정규시즌을 건강하게 소화하며 15승을 거뒀다. 거기에 에이스의 상징과도 같은 200이닝-200탈삼진까지 달성, 지난 60년간 이와 같은 성적을 거둔 5번째 신인 투수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지난해 마쓰자카가 경기 중에 보여준 단점은 기복이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2실점 이하 경기가 무려 17번이나 되지만, 5실점 이상한 적도 10번이나 된다. 15승을 거둘 만큼 좋은 투구를 보여준 경기도 많았지만, 12패나 당했을 만큼 난타당한 경기도 많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충분히 적응한 올해는 이러한 모습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진출 첫해에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했다는 것도 마쓰자카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세이버매트릭스의 대부 빌 제임스는 2008년판 핸드북에서 마쓰자카의 올 시즌 방어율을 지난해보다 월등히 나아진 3.54로 예상하고 있다.(왕첸밍은 3.75)


왕첸밍과 마쓰자카는 둘 다 올 시즌의 유력한 다승왕 후보다. 리그 최고를 다투는 강팀에 소속되어 있으며, 두 팀 모두 막강 타선을 자랑한다. 큰 기복이 없이 꾸준한 피칭만 선보인다면 동반 20승 달성을 기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보스턴과 뉴욕은 1년에 18차례의 맞대결을 펼치지만, 공교롭게도 지난해 두 선수가 맞대결을 펼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동양인 최고의 자리를 다투는 두 투수의 맞대결은 성사되기만 한다면 엄청난 관심을 끌어 모으는 흥행 카드로 손색이 없을 것이며, 또한 많은 팬들이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80년생 동갑내기인 두 투수는 올해뿐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1라운드는 왕첸밍이 승리했으며, 올 시즌은 그 2라운드가 될 것이다. 두 투수 중 현역 최고의 동양인 투수로 기억되는 이는 과연 누구일까.


다만 아시아 최고 투수를 가리는 이 대결의 장에, 도전장을 내밀만한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없다는 현실이 무척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