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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이대형 도루왕 등극의 '불편한 진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9. 27.

야구에서 ‘톱타자는 각 팀에서 가장 영리한 선수로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안타, 사사구, 상대 에러 유도 등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1루로 출루하여 중심 타선에 적시타 찬스를 만들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작전 수행 능력이기도 하다. 또한, 2번 타자의 희생타 없이도 2루를 훔칠 수 있는준수한 도루 능력도 갖추어야 한다. 1번 타자들이야구계의 팔방미인으로 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발 빠른 타자=톱타자라는 등식이 반드시 성립할 수 있을까. 물론 톱타자가 발이 빠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러나발만 빠른 타자를 톱타자로 배치하는 문제는 조금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박찬호가 텍사스에 몸담았을 때, 강력한 타선을 자랑하는 레인저스에도 ‘2% 부족한 점이 있었다. 톱타자에 대한 문제였다. 당시 발 빠르고 출루율이 좋은 프랭크 카탈라노토를 톱타자로 낙점한 텍사스였지만, 그가 부상으로 이탈한 다음이 문제였다. 2003년 당시 덕 글렌빌이라는 발 빠른 외야수를 1번 타자로 낙점했지만, 그는 타율(0.264)과 비슷한 출루율(0.286)로 인하여 전혀 톱타자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 이대형의 도루왕 등극의불편한 진실

 

메이저리그에서 발 빠르기로 소문난 스캇 포세드닉도 1번 타자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때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도루왕에 등극했던 2004년도의 일이었다. 당시 70도루를 기록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타율 0.244, 출루율 0.313의 저조한 성적은 그도루왕 등극의 의미를 쇠퇴시키기도 했다.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선수가 있다. 바로 4년 연속 도루왕을 차지하며, ‘대도의 반열에 오른 이대형(LG 트윈스)이다. 삼성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서 첫 타석 안타 이후 2루를 훔친 이대형은 시즌 66호 도루를 성공하며, 도루 부문 단독 선두에 올랐다.

 

LG 유니폼을 입고 통산 300개 이상의 도루를 성공한 선수는 이대형이 유일하다. ‘꾀돌이라 불렸던 유지현 현 LG 코치도, ‘개구리 번트의 주인공인 김재박 전 감독도 현역 시절 달성하지 못했던 것이 바로 300도루였다. 그만큼대도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프로야구사에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그가좋은 톱타자감인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는다. 기록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그가 올 시즌 기록한 타율(0.261) 8개 구단 1번 타자들 가운데 가장 저조하며, 이대형보다 낮은 출루율(0.341)을 기록한 1번 타자는 김주찬(0.324)이 유일하다. 그는 또한 이번 시즌에 76개의 삼진을 당했는데, 이는 8개 구단 1번 타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그의 무리한 도루 시도가 팀플레이를 가로막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시즌 후반부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가 도루에 실패 회수는 21번으로 이 역시 리그 1위에 해당한다. 이는 굳이 도루를 안 해도 될 상황에서 무리하게 도루를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반증이다.

 

일례로 지난 25일 경기에서도 이대형은 5-4로 앞선 상황에서 무리하게 2루를 훔치다 투수 견제에 걸려들어 아웃이 된바 있다. 만약에 이 상황에서 이대형이 무리하지 않았다면, LG 25일 경기에서 5-5의 무승부를 기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런 경기가 한 두 번에 그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다.

 

타격 또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올 시즌 129안타를 기록했다고는 하나, 이는 모두 시즌 초반과 후반 활약에 힘입은 바가 크다. 시즌 내내 고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것은 이대형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기도 하다. 이에 박종훈 감독은 그를 잠시 라인업에서 빼기도 했으며, 그를 대신하여 이택근을 비롯한 다른 타자를 1번에 배치하고 이대형은 9번에 배치하기도 했다.

 

투수에게 두려운 존재는 홈런을 잘 치는 타자가 아니다. 주루 센스가 뛰어난 선수가 1루에서신경을 거슬러 줄 때가장 두려움을 느낀다. 따라서, 3년 연속 60도루를 기록한 이대형의 기록은투수들의 견제를 뚫고 기록했다는 데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진정한 톱타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발만 빠른 타자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내년 시즌 LG가 선전할 수 있느냐의 여부도 이대형의 활약에 달렸기 때문이다.

 

// 유진 [사진=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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