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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후반기 1위 롯데, 정말 우승할 수 있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9. 27.

롯데는 지난 14일 경기에서 홈구장인 사직에서 SK를 꺾고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습니다. 3년 연속 가을잔치 참가는 구단 역사상 처음이지요. 삼성의 12년 연속에 비하면 참 초라한 기록이지만, 롯데라는 구단이 2000년대 들어 당한 수난사를 떠올린다면 참으로 감개무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팬들의 성원, 반드시 우승으로 보답하겠습니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후 롯데 선수단은 관중석에 있는 팬들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당시에 들고 있던 현수막의 문구가 바로 위와 같았는데요. 지난 2년 동안 준플레이오프에서 행보가 멈췄던 롯데가 올해는 정말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까요? 아니 일단 당장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는 통과할 수 있을까요?

 

# 후반기 1위 롯데, 두려울 것 없다?

 

롯데는 후반기에 치른 43경기에서 27 16패를 기록하여 .628의 높은 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8개 구단 가운데 후반기 최고 승률로 삼성(24 1 15 .600)이나 SK(24 2 19 .533)를 앞서는 훌륭한 성적이지요. PO에서 롯데와 만나게 될 두산은 21 2 21(.477)의 저조한 성적으로 5할 승률에도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후반기만 따져봤을 때, 경기당 평균 6.14득점을 기록한 타선의 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롯데만이 지닌 최고의 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기당 평균 실점은 5.00점으로 3번째로 많았지만, -실점 마진은 +1.14로 역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좋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8개 구단 가운데 후반기에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준 팀이 바로 롯데라는 것을 알 수 있지요.

 

게다가 3위인 두산과 7 2, 2위인 삼성과는 3 2패를 기록했고, 그 동안 자신들의 천적이나 다름없던 1 SK를 후반기 상대전적에서 5 2패로 앞섰다는 것은 정말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산의 투수진은 롯데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고, 완벽함이 사라진 SK의 야구도 롯데를 상대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의 ‘5회까지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의 전승기록을 가장 먼저 깨버린 것도 롯데였지요.

 

참고로 준PO에서 롯데와 만나게 될 두산의 경우 후반기 들어 방망이가 침묵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기당 평균 4.75점을 상대에게 내줬고, 두산이 얻은 득점은 4.73점으로 그 득점력은 8개 구단 중 6위에 불과했습니다. -실점 마진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고, 무엇보다 전반기까지 동률이었던 롯데와의 시즌 상대전적에서 7 12패로 크게 밀리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롯데가 준PO를 뚫고 11년 만의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의 기세와 페이스라면 삼성이나 SK도 특별히 두렵지 않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분명 불안요소는 존재하고 있으며, 그 불안요소들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이번 가을야구의 결과가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홍성흔의 복귀, 수비는 이제 어쩌나?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홍성흔이 복귀했습니다. 복귀 후에 보여준 홍성흔의 방망이는 여전히 날카로웠고, 그는 역시 올 시즌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복귀함에 따라 롯데가 감수해야 하는 것도 분명히 존재하지요. 바로 수비 불안입니다.

 

홍성흔의 존재 자체가 불안요소라거나, 팀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선수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롯데가 홍성흔이 없을 때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요. 롯데는 홍성흔이 합류한 2009시즌의 성적이 2008년보다 나빴습니다. 올해도 쭉 5할 미만의 승률에 머물다가, 홍성흔이 빠진 후부터 승승장구하며 좋은 성적으로 4강 진출을 확정지었지요. 이를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홍성흔이 가세하면 롯데의 타선이 한층 더 강해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팀 분위기를 살리는 활력소의 역할을 하는 홍성흔이기에 다른 이유는 찾을 필요도 없지요. 그렇다면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수비입니다. 홍성흔이 복귀함에 따라 롯데는 다시 이대호를 3루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것이 손아섭을 계속해서 선발출장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죠.

 

롯데가 상승세를 탔던 것은 김주찬(박종윤)-조성환-황재균-문규현으로 짜여진 내야진이 안정을 되찾으면서였습니다. 하지만 이젠 이대호가 3루수로, 황재균이 유격수로 들어가고 문규현은 확실한 백업이 되고 말았죠. 포스트시즌엔 가르시아도 돌아오기 때문에 김주찬이 1루수로 고정될 것임을 감안하면 수비가 좋은 박종윤의 모습도 보기 힘들어 질 것입니다. 박기혁은 아예 준PO 엔트리에서 제외된 상태죠.

 

롯데는 올 시즌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세 자릿수 실책(102)을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그 상당수가 저 내야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전반기의 롯데는 실책으로 인해 자멸하며 경기를 어이없이 내주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사실 작년 준PO에서 탈락할 당시에도 그런 모습이었죠. 하지만 올 시즌 후반기는 달랐습니다. 실책은 여전히 많은 편이었지만, 그것이 경기 자체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수비가 안정되어 있던 편이라, 실책이 나와도 그 영향이 그리 크게 느껴지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준PO에서는 예전의 그 불안한 수비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대호의 몸 상태는 아직 수비를 제대로 해낼 수 있을 만큼 완전하지는 않지요. 그렇다면 홍성흔의 복귀는 곧 내야진의 부실함을 초래하게 되고, 그것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되어 롯데의 발목을 잡게 될 지도 모릅니다. 야구는 수비에서부터 시작하는 스포츠라는 점을 잊어선 곤란합니다.

 

# 안정된 4선발,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불펜!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포스트시즌에도 5선발 로테이션을 그대로 가져가겠다고 말했었지만, 결국 신인인 김수완을 준PO 엔트리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렇다면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은 송승준-사도스키-이재곤-장원준으로 꾸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만하면 선발진은 준수한 편이지요.

 

송승준은 시즌 막판에 컨디션이 완전히 되살아나면서 포스트시즌 출격 준비를 마쳤습니다. 사도스키는 삼성과의 마지막 경기서 5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10승째를 챙겼고, 이재곤과 장원준도 마지막 2경기에서 아주 깔끔한 피칭을 선보이며 기분 좋게 시즌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들 4선발의 위용은 상위 3개팀의 선발 로테이션과 비교해도 결코 밀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최근의 컨디션은 월등히 좋은 편이죠.

 

하지만 문제는 불펜입니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포스트시즌 경기 양상은 선발 싸움에서 불펜 싸움으로 변했죠. 특히 최근 몇 년간은 그러한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그리고 그 불펜을 놓고 봤을 때 결코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는 팀이 바로 롯데죠.

 

롯데에서 그나마 믿을 수 있는 불펜요원은 임경완(3.30)과 김사율(3.75)뿐이고, 그 외에는 좌완 허준혁(4.28) 정도가 중용될 만합니다. 하지만 나머지인 강영식(4.44), 이정훈(6.85), 배장호(4.55), 김일엽(4.87)은 승부처에서 믿고 기용하기가 꺼려지는 투수들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중에서 박빙의 상황에서 9회를 마무리하기 위해 내보낼 수 있는 투수가 한 명도 없다는 점이지요.

 

롯데의 선발투수들이 모두들 기본적으로 6이닝 이상은 책임질 수 있는 선수들이라 다행이긴 하지만, 그래도 불펜의 중요성은 감소하지 않습니다. 큰 차이가 없는 두산과의 싸움은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불펜 싸움으로 가기 전에 방망이로 두들겨서 승부를 결정지으면 되니까요. 하지만 삼성과 SK는 전혀 다르죠.

 

리그 최강의 불펜을 보유한 삼성은 그런 식으로 무너뜨리기 힘든 팀입니다. 삼성과의 불펜 싸움에서 과연 롯데가 승리할 수 있을까요? 그런 식의 야구를 지난 4년 동안 내도록 보여준 SK는 말할 것도 없지요.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시즌이 다르다는 것은 지난 2년 간의 결과를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롯데는 2년 연속 정규시즌 상대전적에서 앞섰던 팀들에게 준PO에서 무릎을 꿇으며, 4위에 만족해야 했으니까요.

 

올 시즌의 롯데가 지난 2년 간에 비해 더 강해 보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들은 역대 최고 수준의 화력을 지니고 있으며, 선발진도 지난 2년 동안에 비해 부족하지 않지요. 하지만 수비와 불펜의 상태는 3년 중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롯데의 1차적인 목표는 준PO 통과지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들이 모두 그렇듯 궁극적인 목표는 어디까지나 우승입니다. 일단 준PO만 통과해도 팬들 역시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겠지만, 롯데는 1992년 이후 무려 18년 동안이나 우승과 연을 맺지 못한 팀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됩니다. 우승에 대한 목마름이 가장 심한 것도 롯데고, 로이스터 감독 역시 시즌 출정식 당시부터 시즌 내내 우승을 입에 달고 있었죠.

 

지금의 롯데는 분명 강하지만, 2개의 불안요소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게 보이는 상황입니다. 타력은 강하지만 수비는 약하고, 선발진은 좋지만 불펜은 나쁜 팀. 어떻게 보면 극단적으로 반쪽 짜리인 팀이 바로 롯데지요. 과연 롯데가 올해는 반드시 우승하겠다고 했던 팬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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