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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준PO 1차전] 놀라운 롯데의 집중력, 두산을 압도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9. 29.

10-5의 롯데 승. 다소 충격적인 준PO 1차전의 결과로군요. 롯데가 이긴 것 자체가 이변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1차전의 전망은 대체적으로 50:50이라고 봤었으니까요. 누가 이겼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식으로 승부가 갈릴 줄은 몰랐습니다. 롯데는 단지 평소 그대로의 야구를 했을 뿐인데, 두산이 스스로 자멸하면서 무너지고 말았으니까요. 롯데의 야구는 정규시즌과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지만, 두산은 평소의 집중력을 완전히 상실한 채 그들답지 못한 야구를 한 끝에 대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수비와 불펜에서 롯데가 두산을 압도했죠. 롯데가 특별히 잘했다기 보다는, 두산이 평소의 그들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수비는 우왕좌왕했고, 9회의 마운드 운영은 최악에 가까웠죠. 물론, 실점 이후에 곧바로 동점 내지 역전으로 따라붙은 롯데의 공격력은 명불허전이었습니다.

 

■ 전준우 왈() – “경험? 그런 거 필요 없다!”

 

포스트시즌이 되면 항상 전문가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죠. 바로 포스트 시즌엔 경험이 중요하다라는 말인데요. 이건 아무런 근거 없는 그들만의 편견에 불과합니다. 포스트시즌에서 경험성적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경험이 있건 없건, 잘하는 선수는 잘하고 못하는 선수는 못하죠. 경험이 아니라 당일의 컨디션과 분위기가 결과를 좌우한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나지완이 그것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준PO 1차전에서는 전준우가 자신의 가을야구 데뷔전에서 그것을 몸소 실천했더군요. 4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 그것도 9회말 선두타자로 들어서서 동점상황에서 날린 천금 같은 역전 홈런까지! 전준우의 활약 덕분에 롯데가 정말 힘들었던 준PO 1차전을 승리로 가져갈 수 있었습니다.

 

포스트시즌에는 경험 많은 선수가 많은 팀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분위기에서 미치는 선수가 나오는 팀이 이기기 마련입니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전준우가 그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 남은 경기들도 기대가 되는군요.

 

■ 기대 이상이었던 롯데의 수비 집중력

 

모든 준PO 예상에서 절대 빼놓지 않고 지적되던 점이 있었죠. 바로 롯데의 수비 불안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대호가 3루수, 황재균이 유격수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질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컸었는데요. 적어도 1차전에서 보여준 롯데 수비진의 짜임새는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지녔다는 두산을 오히려 능가하는 모습이었습니다.

 

2회말 양의지의 강한 타구를 잘 잡아낸 이대호는 3회말 2 3루 상황에서 고영민이 때린 타구도 멋지게 잡아내며 실점을 막았죠. 발목 부상의 후유증은커녕, 오히려 평소보다 더욱 좋은 움직임을 수비에서 보여주며 많은 이들의 우려를 불식시켰습니다. 5회에는 1 1루서 최준석이 때린 좋은 타구를 좌익수 손아섭이 불안정한 자세로 잡아내는 대단한 호수비를 보여주었지요. 평소 롯데 수비진의 최고 구멍으로 지적되던 선수들이 오히려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들이 그렇게 수비에서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경기는 일찌감치 두산의 페이스로 흘러갔을 겁니다.

 

반면, 오히려 두산의 수비진은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요. 평소의 짜임새 있는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뭔가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습니다. 수비의 핵이랄 수 있는 손시헌까지 7회초 선두타자 황재균의 땅볼 타구를 서두르다 놓치고 말았는데, 기록은 내야안타였지만 사실 실책에 가까웠죠. 그 외에도 원활하지 못했던 런다운 플레이 등 두산 수비진은 평소에 비해 몸이 무거워 보였습니다.

 

역시 로이스터, 가을에도 변함없는 그만의 야구

 

흔히 김경문 감독을 두고 뚝심의 야구라는 표현을 많이 하지만, 사실 로이스터 감독이야 말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특유의 뚝심 있는 야구를 하는 편이죠. 그것에 대해 2년 연속 지적을 받아왔고, 그에 따라 한국 무대에서 3년째를 맞이하면서 올해는 예전보다 작전지시가 많아지고, 또한 구원투수들도 상황에 따라 교체하는 회수가 많이 늘어나긴 했습니다.

 

하지만 단 한가지는 결코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특유의 선발 중심의 경기 운영인데요. 그것은 이번 1차전 경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잘 던지던 송승준이 4 2아웃 이후부터 갑작스런 난조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로이스터 감독은 끝내 송승준을 6회까지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 뚝심이 역전까지 허용하고 말았죠.

 

4회에 교체하지 않은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당시 송승준은 2아웃까지 잘 잡아 놓은 상황에서 왼발이 미끄러지면서 갑작스레 밸런스가 흐트러진 상황이었으니까요.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투수도 없었고만루의 위기 상황에서 준비도 되지 않은 구원투수를 급하게 올렸다면 오히려 더 많은 점수를 내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5회초에 경기를 다시 뒤집었으니 5회말에 송승준이 계속 던진 것도 전혀 납득하지 못할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6회에도 송승준이 마운드에 올라온 것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죠. 전날까지 고열로 고생하던 선수가 5회까지 94개의 공을 던진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그때는 교체를 해줬어야죠. 설령 송승준 스스로가 자원했다 하더라도 그건 말렸어야 했습니다. 최대한 양보해도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맞았다면, 그때는 무조건 바꿨어야죠.

 

이건 로이스터가 메이저리그 감독 출신이기 때문에 그런 식의 야구를 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메이저리그였다 하더라도 상황이 이렇다면 어지간하면 6회에는 다른 투수를 올렸을 겁니다. 유독 로이스터‘만 그런 야구를 하는 것이죠. 이건 명백한 투수교체 타이밍의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1차전에서 이겼다고 해도 롯데 코칭스태프가 심각하게 반성하고 돌이켜봐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 강민호는 충분히 제 몫을 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준PO에서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가 강민호와 양의지의 안방싸움이라고 봤었는데요. 역시 강민호는 기대했던 대로의 제 몫을 해준 반면, 양의지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1회초부터 송승준의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 송승준이 4 2아웃까지 무실점 피칭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은 강민호의 리드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이후 송승준이 무너진 것은 투구시 왼발이 미끄러지면서 몸의 밸런스가 완전히 흐트러졌기 때문이지요. 위태한 듯 하면서도 강민호는 블로킹 등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습니다. 적어도 2년 전의 미숙함은 찾아볼 수 없었으니까요.

 

2회초 롯데의 선취점은 히메네스의 폭투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폭투라기 보단 양의지의 패스트볼에 가까웠죠. 그 정도라면 잡지는 못하더라도 블로킹을 해줬어야 했습니다. 제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당시의 공은 땅에 떨어지기 전에 양의지의 글러브에 먼저 맞은 듯 보였으니까요. 만약 이로 인한 실점만 아니었더라면, 히메네스는 좀 더 오랜 이닝을 버티며 더 좋은 투구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 실질적인 MVP는 김사율!

 

경남상고(현 부경고) 출신의 프로 12년차인 김사율. 고교시절에는 백차승-봉중근-송승준의 동갑내기 전국구 3인방에 가려 크게 주목 받지 못했고, 그들이 모두 미국으로 떠난 후에야 고교 최대어라는 멋쩍은 평가 속에 롯데 유니폼을 입은 선수지요. 하지만 입단 후에도 그다지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는데, 올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치더니 이번 준PO 1차전 최고의 영웅으로 등극하는군요.

 

두산에 비해 약하다고 지적되었던 롯데의 불펜. 사실 6회말 역전이 된 상황에서 다시 경기를 뒤집을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던 것도 바로 그래서였죠. 헌데 거기서 김사율이 등판했고, 위기상황을 잘 넘기면서 2.2이닝을 무실점으로 잘 막아냈습니다. 7회초에 롯데가 동점으로 따라붙을 수 있었던 것도, 김사율이 6회말의 위기를 잘 막아내며, 흐름을 두산 쪽으로 완전히 넘겨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PO 1차전의 승리투수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최고의 피칭을 보여주었고, 그 절묘한 제구력이 가미된 좋은 투구 덕분에 롯데가 이길 수 있었습니다.

 

■ 예상치 못한 두산의 자멸

 

로이스터 감독이 송승준의 교체 타이밍과 관련해 한차례 실수를 했다면, 김경문 감독 역시 9회초의 투수 운용에 있어서 실수가 엿보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7회에 성급하게 정재훈을 올린 것에서부터 무언가 꼬이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지요.

 

정재훈은 두산의 필승카드이자 마무리 요원입니다. 그런 정재훈이 7회부터 마운드에 올랐고, 결국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죠. 8회는 잘 막아냈지만, 타순이 한 바퀴 돌아가는 9회에도 정재훈을 또 다시 마운드에 올린 것은 다소 상식을 벗어난 마운드 운용이었습니다. 앞선 2이닝 동안 무실점이었다면 모를까, 실점이 있었던 상황에서 3이닝째 정재훈을 믿고 내세운 것은 롯데 타선을 다소 가볍게 본 김경문 감독의 실책이 아닐까 싶더군요.

 

차라리 7회에 이현승을 올리거나 김승회를 일찍 기용한 후 8회부터 정재훈을 가동했다면 상황은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몸이 덜 풀린 상황에서 정재훈의 뒤를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임태훈이 폭풍 같은 볼넷 신공 끝에 밀어내기로 점수를 내줬죠. 자신의 송구 실책까지 합쳐 상대한 4명의 타자가 전부 출루해 모두 홈을 밟았습니다. 정규시즌 중에도 잘 볼 수 없었던 두산 불펜의 자멸이 이 중요한 경기에서 나타날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겁니다.

 

2차전 이후 롯데와 두산의 과제는?

 

롯데는 1차전에서 수비와 타격에서 아주 만족스런 모습을 보였습니다. 가르시아가 2개의 병살타를 합쳐 총 6개의 아웃 카우트를 잡아먹은 것을 빼면, 특별히 책 잡을 일이 없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8회까지 어려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선발 투수인 송승준이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송승준만의 잘못이라기 보단, 로이스터 감독의 석연치 않은 투수교체 타이밍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만약 이 경기에서 롯데가 졌다면, 그 여파는 엄청났을 겁니다. 롯데 타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플레이를 했음에도 진 것이니까요. 그랬다면 또 다시 3연패로 시리즈를 마감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1차전을 승리했다 하더라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지요. 2차전 이후에도 투수교체 타이밍을 이런 식으로 가져간다면, 그 다음의 결과는 예측하기 어려울 테니까요. 단지 선발이 알아서 잘 던져주기만을 바라는 야구라면, 그 한계는 명확하니까요.

 

두산은 선수단 전체가 전반적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8-9-1번인 손시헌-임재철-이종욱이 좋은 타격을 보여줬지만, 중심타선(특히 최준석)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무엇보다 주루 플레이와 수비에서의 잦은 실수가 눈에 띄었죠. 전혀 평소의 두산답지 않은 모습이었습니다.

 

두산이 작년과 마찬가지로 2차전 이후의 대반전을 노리고 있다면, 집 떠난 집중력을 반드시 되찾아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롯데에게 절대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미 보여주었죠. 그렇게 실수를 반복하고도 8회까지 양 팀의 스코어는 동점이었으니까요.

 

분명, 1차전의 결과로 인해 롯데는 많은 것을 얻었고 두산은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리즈는 끝나지 않았지요. 작년부터 패승승승이나 패패승승승이 대유행하고 있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고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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