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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준PO 2차전] 타격 7관왕 이대호를 우습게 본 두산

by 카이져 김홍석 2010. 9. 30.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승부 끝에 4-1 롯데의 승! 1차전이 양 팀의 화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면, 2차전은 양 팀 투수진의 집중력을 엿볼 수 있는 시합이었습니다. 9회까지의 투수전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이만하면 수준 높은 투수전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경기지요.

 

그러나 롯데에는타격 7관왕이대호가 있었습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영웅의 자존심을 건드린 두산은 그 대가를 호되게 치러야만 했습니다. 기세가 오른 이대호는 9회말 선두타자 이원석의 3루쪽 깊은 타구를 잡아내는 환상적(?)인 호수비까지 보여주며 추격의 의지까지 완전히 잠재웠습니다. 2차전 승리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이대호입니다!

 

■ 타격 7관왕을 우습게 본 두산

 

개인적으로는 국내 감독들 중에 김경문 감독을 가장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번 준PO에서 김경문 감독이 보여주는 투수 운용과 작전 지시는 이해할 수 없군요. 10회초에 정재훈이 올라왔을 때부터, 이 경기는 롯데가 이기겠다는 개인적인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정재훈은 전날 32개의 공을 던졌고, 무엇보다 마지막의 역전 홈런으로 인해 몸과 마음에 모두 상처를 입은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런 투수를 1번 타자부터 시작되는 10회에 올리다니요. 제구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해도 10개박에 던지지 않은 고창성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일찌감치 몸을 풀고 있던 이현승을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겁니다. 헌데 정재훈이 올라왔으니, 그 사실만으로도 타순이 좋은 롯데로선 최소 1~2점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1 2루 상황에서 3번 타자 조성환의 고의사구. 아무리 이 타석 전까지 이대호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고 있었다지만, 그는 올 시즌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에 오른 대타자입니다. 게다가 두산전에서만 10개의 홈런과 28개의 타점을 기록하고 있던두산 킬러였습니다. 그런 타자를 뒤에 두고 조성환을 거르다니요. 결국 이대호의 3점 홈런 한 방으로 경기는 끝나고 말았습니다.

 

1점을 주나 3점을 주나 경기에서 지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착각이지요. 두산도 10회말 공격이 2번부터 시작하는 좋은 타순이었고, 롯데의 불펜도 그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었습니다. 1점차 박빙의 상황이었다면, 이미 30구를 넘긴임작가 10회말의 집필 활동을 그토록 쉽게 포기했을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1,2차전에서 보여준 김경문 감독의 경기 운영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 사도스키의 ‘X타는 피칭

 

2차전에서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롯데 선발 사도스키의 이날 컨디션은 참 뭐라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더군요. 구위 자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좋은 최상급이었는데, 정작 컨트롤은 최악이었죠. 다행이 강민호의 리드가 잘 어우러지면서 무실점으로 막아내긴 했지만, 6개의 4사구를 허용하며 위기를 자초하고, 그것을 또 삼진으로 해결하는 ‘X피칭은 경기를 지켜보는 롯데 팬들의 심장을 급격히 요동치게 만들었죠.

 

알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사도스키가 2 2아웃까지 잡아낸 5개의 아웃 카운트는 전부 삼진이었습니다. 3회부터는 맞춰 잡는 피칭이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위기 때는 삼진으로 두산 타자들을 돌려세우며 실점을 허락지 않았죠. 1점이라도 허용했다면, 팽팽하게 유지되던 실이 끊어지듯 한순간 와르르 허물어질 수도 있었는데, 두산이 끝내 사도스키를 무너뜨리는 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사도스키가 6회까지 버텨준 것은 롯데 투수진과 로이스터 감독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겁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위태한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준 사도스키의 호투가 있었기에 롯데가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사도스키가 5회 이전에 마운드에서 내려갔다면, 2차전의 승리는 두산이 가져갔을 확률이 매우 높았겠지요.

 

■ 롯데 공격력의 명과 암

 

롯데의 너무나 좋은 공격력은 때로는 독이 되어 돌아오기도 합니다. 바로 이번 2차전 같은 경우가 그런데요. 공격적인 배팅은 안타를 많이 때려내며 상대 투수를 일찌감치 넉다운시키면 다행이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상대 투수의 투구수만 줄여주는 효과를 가져다 줄뿐이지요. 특히 2차전의 김선우처럼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상대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처럼 ‘No Fear’를 바탕으로 한 타격은 상대의 에이스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 있지만, 땜빵 선발에게 맥없이 당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롯데가 가끔 다른 팀을 상대로는 전혀 통하지 않는 방어율 높은 어린 투수들에게 당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죠.

 

6회까지 사도스키의 투구수는 114, 반면 김선우의 투구수는 76개에 불과했습니다. 무려 38개의 차이죠. 타순이 한 바퀴 돌 때까지도 공격이 여의치 않으면, 조금 기다리는 자세로 투구수를 늘리는 작전을 사용할 만도 한데, 롯데 타선은 그런 것에는 전혀 무관심한 모습입니다. 올 시즌 8개 구단 가운데 4사구를 가장 적게 얻어낸 구단이 바로 롯데지요.

 

손시헌의 실책으로 인해 얻은 것이나 다름없는 선취점은 사실 ‘운 좋은 점수였습니다. 포스트시즌에도 정규시즌과 다를 것이 없는 그들만의 야구를 하는 것은 좋지만, 박빙의 상황에서 ‘점수를 짜내는 야구를 할 수 없다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한다 하더라도 삼성을 상대로는 좋은 승부를 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큽니다. 그나마 두산이니까 불펜 싸움이 가능하지, 삼성을 상대로 롯데가 불펜 승부를 시도한다는 것은 무리수에 가까우니까요.

 

■ 되살아난 두산의 발야구

 

두산은 올 시즌 롯데와의 정규시즌 맞대결에서 그들의 특기인 발야구를 살리지 못했었습니다. 되려 롯데가 80%의 확률로 도루를 성공시킨 것에 비해, 두산의 성공률은 59%에 불과했지요. 양 팀의 상대전적에서 두산이 밀린 것에는 바로 이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 봅니다. 그리고 1차전에서도 두산의 도루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2차전이 되자 분위기가 바뀌는군요. 이종욱-오재원-고영민의 스피드로 무장한 3명의 타자를 1~3번에 전면 배치한 김경문 감독의 의도와 그것을 확실하게 실행한 선수들, 심지어 김동주까지도 빈틈이 엿보이자 과감하게 도루를 시도했을 정도로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이 돋보였습니다.

 

물론 그 적극적인 베이스러닝도 3번 고영민과 4번 김현수가 철저히 봉쇄당하면서 빛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1회 고영민의 번트 실패는 정말 실망스러웠고, 6회에는 양의지가 재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홈에서 아웃되기도 했죠. 하지만 어쨌든 두산이 마침내 그들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두산다운야구를 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강민호는 생각만큼 두산의 도루를 막아주지 못했으니까요.

 

두산이 시리즈의 역전을 노리고 있다면, 적어도 공격 부문에서 한 가지는 롯데보다 확실히 앞서는 부분을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기동력이 된다면, 그건 남은 경기에서 큰 변수가 될 수 있을 겁니다.

 

■ 김현수-최준석 딜레마

 

롯데 가르시아는 1차전에서는 병살타 2개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로 혼자서 6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먹더니, 2차전에서도 찬스때마다 삼진으로 물러나는 등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내년 시즌 재계약의 가능성을 점점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의 유일한 좌타거포인 가르시아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상대의 투수운용을 조금 어렵게 만드는 효과라도 있지요.

 

반면, 두산의 중심타자인 김현수와 최준석은 이틀 동안 전혀 제몫을 해주지 못했습니다.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나며 팀 타선에 별다른 보탬이 되지 못한 김현수는 2차전에서는 모든 찬스를 홀로 날려버리며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습니다. 물론 1회의 삼진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심판이 3루심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곧바로 스윙을 판정할 정도로 몸의 중심이 완전히 돌아간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나머지 타석에서도 김현수는 그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지요.

 

1차전에서 병살타 1개 포함 4타수 무안타로 5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먹은 최준석 역시 2차전에서까지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나며 타선에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틀 동안 삼진만 5번을 당했죠. 롯데가 1,2차전을 연거푸 잡아낼 수 있었던 것은, 두산의 좌-우 최고의 거포인 이들 두 명을 철저하게 봉쇄한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산이패패승승승의 시나리오를 써나가기 위해선 타격기예와 장돈건의 부활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국대 유격수 손시헌의 이유 없는 불안

 

1차전에서 손시헌은 2개의 안타를 때려내며 타석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주루 플레이와 수비에서 실수를 하며 패전의 숨은 원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로 예상되고 있을 만큼 지난 2년 동안 모든 유격수 가운데 최고의 수비를 보여주던 손시헌의 갑작스런 난조는 팀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원인이죠. 게다가 손시헌은 두산의 주장이자, 내야 수비의 중추이니까요.

 

2차전에서도 손시헌은 2개의 안타를 때려냈습니다. 8회말에는 병살로 물러나긴 했지만, 1,2차전을 통해 두산 타선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선수는 손시헌임을 알 수 있었지요. 하지만 손시헌의 수비는 여전히 불안했고, 기록된 실책 하나 외에도 수비시 위축된 듯한 모습이 종종 보였습니다. 손시헌이 든든하게 중심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두산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불가능하다고 단정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롯데와 두산의 가장 큰 차이점은 다른 그 무엇도 아닌손시헌만한 수비수가 있고 없고의 차이니까요.

 

■ 두산의 반전 시나리오, 과연 가능할까?

 

개인적인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번 시리즈는 3차전에서 마무리될 것 같습니다. 이미 2번의 접전을 모두 승리로 이끈 롯데는 선수단 전체에 자신감이 넘쳐흐르고, 두산의 분위기는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이죠. 2차전의 승리는 1차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차전에서 정재훈이 많은 공을 던진 끝에 홈런을 맞고 패전투수가 되었으며, 그 여파가 2차전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며 동일한 결과가 나오고 말았으니까요.

 

그 여파는 3차전에도 고스란히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두산은 이미 왈론드를 소모했고, 3차전 선발로는 홍상삼이 등판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하루의 휴식을 취한다 해도 정재훈이 100% 구위를 회복할지는 미지수고, 그렇다면 임태훈이 불안한 상황에서 대안은 고창성과 이현승 정도뿐이죠. 홍상삼이 좋은 피칭을 한다해도 5~6이닝이 한계라고 봤을 때, 그 뒤를 막아내기가 무척 힘들 것이라는 뜻입니다.

 

반면 롯데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두산전에 강한 이재곤도 좋고, 좌완이자 고참인 장원준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여차하면 3차전에서 이들 둘 모두를 기용하는 파격적인 투수운용으로 시리즈를 마무리지으려 할 수도 있습니다. 2차전에서 많이 던진 임경완에게 휴식을 주더라도, 1차전의 영웅 김사율의 등판이 가능하죠.

 

양 팀의 분위기가 너무 갈린 상황이라 아무래도 3차전에서도 롯데의 승리를 예상하게 됩니다. 두산이 이기기 위해선 김현수와 최준석이 되살아나고, 손시헌이 안정감을 되찾고, 특유의 발야구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홍상삼이 호투해준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한 일이지요. 한 마디로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 롯데가 승리하여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준비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과연 두산의 반격이 가능할까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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