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에서 이틀 간 벌어진 2010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2차전은 집중력에서 상대를 압도한 롯데 자이언츠의 연승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팽팽하던 경기를 마지막 순간의 홈런 한방으로 승기를 가져왔는데요. 이것은 경기 막판만 되면 예기치 못한 야수들의 실책과 투수들의 난조로 경기를 내주곤 했던 롯데의 평소 모습과는 전혀 다른 경기력이었습니다.
특히, 작년 준PO에서는 1차전을 이기고도 2차전부터 내리 3연패하며 두산에게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내주고 말았었죠. 하지만 올 시즌 현재의 분위기는 전혀 다릅니다. 이대로라면 롯데가 그대로 3연승으로 두산을 제압할 가능성도 커 보이고, 설령 두산이 3차전을 이긴다 하더라도 투수 운용이 완전히 헝클어진 상황이라 대반전을 노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죠.
그렇다면 작년의 롯데와 올해의 롯데는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1~2차전을 통해 드러난 롯데의 달라진 점을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 180도 변한 수비
지난해 준PO에서 롯데는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총 8개의 실책을 범했습니다. 1~2차전에서 각각 1개씩, 3~4차전에서는 3개씩의 범실을 기록했죠. 기록되지 않은 실책은 그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그러니 경기를 자신들의 의도대로 이끌고 갈 수 없었고, 경기 내용도 수준 낮은 졸전에 가까웠습니다. 준PO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저질 경기가 롯데 야수들의 돌글러브에서 탄생했었죠.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다릅니다. 롯데가 정규시즌 후반기에 리그 1위를 달릴 수 있었던 것은 3루 황재균-유격수 문규현의 구도가 자리를 잡으면서 수비가 안정되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홍성흔이 복귀하여, 이대호가 다시 3루수로 가면서 황재균이 유격수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점이 가장 큰 취약점으로 지적 받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게 왠 일?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롯데 야구들의 수비는 거의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이틀 동안 단 하나의 실책도 기록되지 않았고, 오히려 평소 이상의 호수비가 많이 나왔죠. 특히 발목이 좋지 않다던 3루수 이대호의 수비는 경기를 지켜보던 모든 야구팬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습니다. 황재균 역시 기대 이상의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고요.
반면, 오히려 두산이 2경기에서 2개의 기록된 실책과 기록되지 않은 실수 몇 가지가 겹치며 평소의 그들답지 않은 경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국가대표 주전 유격수로 꼽히는 손시헌이 있지요. 내야의 핵인 손시헌이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니, 전반적으로 수비가 흐트러지는 모습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뭐, 작년의 롯데 만큼은 아니지만요.
■ 강민호의 미칠듯한 존재감
1차전에서의 송승준은 분명 컨디션이 좋지 않았습니다. 직구의 구속은 평소만큼 나오지 않았고, 공이 손에서 빠지며 전혀 엉뚱한 곳으로 공이 날아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죠. 반대로 2차전에서의 사도스키는 컨디션이 너무 좋아서 탈이었습니다. 구위 자체는 절정의 위력을 뽐내는데, 컨트롤이 제대로 되지 않아 애를 먹었죠.
하지만 송승준은 3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경기 초반의 분위기를 롯데쪽으로 가져오는데 성공했고, 사도스키는 6이닝 동안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팀 승리의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파트너’ 강민호의 역할이 매우 컸습니다. 정말 2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성장한 강민호의 미칠듯한 존재감이 1,2차전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롯데가 지난 2년 동안 삼성과 두산에게 맥 없이 당하는 동안 불안한 수비와 더불어 가장 두드러졌던 것은 바로 안방싸움에서의 완패였습니다. 2년 전에는 삼성의 진갑용이 공수에서 강민호를 압도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시리즈 MVP로 선정되었고, 작년에는 강민호가 부상으로 빠진 탓에 신인인 장성우가 두산의 용덕한과의 맞승부에서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완패를 당했었죠.
그런데 올해는 달랐습니다. 3번째 포스트시즌을 맞이하는 강민호의 성장세가 유독 돋보였습니다. 2년 전의 미숙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신중하고 과감하게 투수를 리드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물론 2차전에서는 두산의 도루를 막지 못해 고전했습니다만, 적어도 투수리드 면에 있어서는 강민호의 공이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강민호야 말로 1,2차전 승리의 진정한 숨은 공신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 불펜 영웅의 활용
롯데의 올 시즌 불펜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작년에는 그나마 애킨스라는 마무리가 있었지요. 방어율이 4점대에 육박하는 불안한 마무리였지만, 적어도 세이브 성공률 하나는 리그에서 가장 좋았다는 점에서 큰 힘이 되는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애킨스가 이탈한 후 롯데 불펜은 중간부터 무너지기 시작했고, 그것은 최대의 약점으로 지적되었었죠.
그런데 로이스터 감독이 이번 준PO에서 다소 특이한 방식으로 그 약점을 극복하더군요.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투수 운용을 선보이면서 약점을 커버했습니다. 바로 ‘컨디션 좋은 투수 끝까지 던지게 하기’인데요. 그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그렇게밖에 할 수가 없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롯데는 두산과의 불펜싸움에서 승리하며 1,2차전을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1차전에서는 6회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김사율이 영웅이었습니다. 2.2이닝 동안 34개의 공을 던지며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었죠. 9회에는 허준혁으로 교체되었지만, 그때는 이미 점수차가 5점으로 벌어져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박빙이었다면 김사율로 끝까지 갔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실제로 2차전에서는 임경완이 7회부터 등판해 3.2이닝 동안 41구를 던지면서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지막까지 책임지고 승리를 챙겼습니다. 단 9구이긴 하지만 1차전에도 등판했던 임경완이기에 평소의 로이스터 감독이라면 결코 하지 않았을 투수운용이었죠.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3점차에도 긴장감을 놓지 않고, 좋은 공을 던지던 임경완에게 경기를 마무리짓게 했습니다.
불펜에서 가장 컨디션 좋은 투수에게 경기를 끝까지 맡기는 것. SK의 김성근 감독이 자주 사용하는 방식으로, 롯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투수 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준PO에서 로이스터 감독이 이틀 연속 보여주는군요. 물론, 현재 롯데의 불펜에서 믿을 만한 선수가 임경완과 김사율 뿐이었다는 점도 작용을 했겠지만, 어쨌든 그러한 운용으로 인해 두산과의 불펜싸움에서 연달아 이겼다는 건 의미가 있습니다.
■ 자신감과 집중력
지난해 롯데의 타격은 리그 꼴찌였습니다. 조성환과 강민호가 계속해서 부상으로 시달렸기에 100% 전력으로 경기에 임할 수가 없었고, 그건 준PO에서도 마찬가지였죠. 타석에서는 자신감이 없는 모습으로 일관했고, 그것이 수비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집중력을 상실한 모습을 노출했습니다. 그것도 2년 연속으로요.
그런데 올해는 좀 달라졌습니다. 롯데의 팀 타격은 한국 프로야구 29년 연사를 돌이켜봐도 최강이라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했지요. 그리고 그 강력한 타선의 힘으로 롯데는 후반기 승률 1위의 팀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기는데 점점 익숙해진 선수들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그것이 타석에서도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1차전에서 전준우의 홈런과 2차전 이대호의 홈런은 그런 자신감의 발호나 다름없습니다. 점수를 빼앗겨도 다시 찾아오면 그만이라는 것을 1차전에서 보여줬다면, 2차전에서는 리그 최고의 타자를 보유한 팀의 위압감을 상대방에게 뚜렷하게 각인시켜줬죠. 그리고 그와 더불어 보여준 평소 이상의 수비 집중력이 롯데의 승리를 가능케 했습니다.
3년 연속 똑 같은 패턴으로 당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의 발호인지, 유난히 롯데 야수들의 움직임이 좋았습니다. 수비가 아닌 공격에 최적화된 라인업을 들고 나왔으면서도, 평소보다 훨씬 좋은 수비를 보여주었지요. 특히 그 1등 공신인 이대호가 보여준 몇 번의 호수비는 많은 야구팬의 눈이 동그래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가을만 되면 잠이라도 오는 것처럼 경기 내에서의 집중력을 상실하고 자신감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롯데 자이언츠. 그들이 올해는 전혀 다른 시합을 하고 있습니다. 롯데가 1~2차전을 모두 승리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런 롯데의 경기력을 지켜보고 있는 삼성이 가장 긴장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추천 한 방(손가락 모양)은 글쓴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로그인 없이도 가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