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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이용찬이 없기에 더욱 감동적인 두산의 승리!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11.

미러클두산 베어스의 기적과도 같은 놀라운 승리가 이어지네요. 1차전을 내줬지만, 히메네스의 환상적인 호투에 힘입어 2차전을 잡아내더니 급기야 3차전까지 드라마틱한 대역전승으로 승리를 따내며 삼성과의 플레이오프(PO)에서 2 1패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1차전에서 삼성이 승리한 후, 상당수의 관계자들이 삼성의 스윕을 예상했던 것을 돌이켜 보면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이로써 두산은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시리즈 전적에서 앞서 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사실 두산은 선발 로테이션이 꼬여버린 관계로 4차전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낮은 편이죠. 하지만 이제는 5차전까지 가더라도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5차전에는 2차전의 영웅인 히메네스의 선발등판이 가능한 상황이니까요.

 

3경기 연속 1점차 박빙의 승부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PO는 너무나 흥미진진합니다. 특히 3차전 경기는 매우 극적이었고, 야구팬이라면 모두가 감동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시합이었죠. 두산 팬분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신 분도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의 명승부였고, 불펜의 한계를 드러내던 두산이 기력과 끈기로 이겨낸 멋진 시합이었습니다.

 

모든 야구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그런 경기, PO에서 두산에 패해 탈락한 롯데 팬들마저도 입을 모아 이번 PO 경기는 너무 재미있더라고 말할 정도니 말 다한 거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이와 같은 야구 팬들의 반응에는 두산이 PO가 시작되기 직전에 내린 결단이 큰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 만약 이용찬이 있었다면?

 

개인적으로는 애당초 물의를 일으킨 이용찬을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말았어야 했고, 뒤늦게라도 삼성의 양해를 구해 이용찬을 제외한 것은 두산 구단이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두산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 더더욱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용찬이 있었다면, 야구팬 모두가 이만한 감동을 느끼는 일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용찬이 있었다면 경기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어쩌면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내리 두산이 승리하며 경기가 끝났을 수도 있겠군요. 1차전에서는 정재훈을 대신해 8회부터 마운드에 올라가 불을 끄고, 2차전 역시 9 1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했을지도 모릅니다. 3차전 역시 한 점차 상황이 된 후라면 8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팀의 승리를 그대로 지켜냈을 가능성이 크죠.

 

올 시즌의 이용찬은 그렇게 하고도 남을 만큼의 충분히 믿음직한 마무리였고, 정신적인 충격에서 벗어나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했다면 팀에 큰 공헌을 하며 삼성 격파의 최선봉에 섰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정재훈이 또 다시 무너지는 일은 없었을 테고, 두산의 불펜이 한층 안정을 되찾으면서 한국시리즈를 향한 의욕에 불타고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그렇게 이겨봤자 거기에 감동은 없었을 겁니다. 음주운전, 그것도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선수를 정규시즌 잔여경기 출장 금지와 내년시즌 연봉 동결이라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자체 징계를 내린 후 내심 포스트시즌에는 써먹으려고 음흉한 잔머리를 굴렸던 두산 구단. 야구 팬들은 이미 그 속 사정을 모두 알고 있고, 두산의 그러한 얄팍한 행정에 크게 실망한 상황이죠.

 

그런 이용찬이 포스트시즌에 등판했다면, 설령 좋은 경기력으로 팀의 승리를 지켜낸다 하더라도 그걸 좋아할 사람은 두산 팬들뿐입니다. 아마도 삼성 팬들은 두산을 향해 비겁하다며 손가락질 했을 테고, 나머지 6개 구단의 팬들 역시 두산의 투지와 끈기 있는 모습에 감동을 느끼기 보단 이용찬의 등판을 지켜보며 가슴이 차갑게 식어갔겠죠.

 

이용찬이 없는 가운데서 남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 거둔 승리였기에, 불펜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 속에서도 근근이 버텨내며 최선을 다한 결과였기에, 그런 와중에서 탄생한 감동적인 드라마였기에 야구팬들이 순수하게 두산의 승리에 함께 기뻐하고 박수를 쳐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 엔트리 제외는 이용찬을 위해서도 좋은 일

 

몸은 다친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 낫게 되지만, 한 번 상처 입은 마음과 정신은 쉽게 회복되지 않습니다. 유달리 정신력이 강하거나 그런 면에 무딘 편이라 자신을 향한 비난에 쉽게 휘말리지 않는 선수도 있지만, 남들보다 예민하여 그런 상황에서 더욱 크게 절망하고 위축되는 선수들도 있기 마련이지요.

 

지난해 신인왕을 수상한 올 시즌 만 21세의 기대주 이용찬, 이미 마운드 위에서의 모습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할만한 수준으로 성장한 한 팀의 어엿한 마무리지만, 여전히 그는 구단과 감독이 신경 써서 관리해줘야 할 어린 선수입니다. 아직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을 때, 그것을 극복하기 쉽지 않고, 또한 그러한 충격이 스스로 잘못한 결과라면 이어지는 비난을 받아들이는 것에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투수는 그라운드 위에서 가장 예민하고 민감한 생물이죠.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인해 이용찬은 팬들로부터 엄청난 질타를 받았고, 그로 인한 충격은 아직 가시지 않았을 겁니다. 스스로의 잘못이라곤 하나 내년 시즌 연봉 동결이라는 말도 안 되는 구단측의 징계를 받아들여야 할 만큼의 약자이기도 하지요.

 

과연 이용찬이 이번 PO 엔트리에 포함되어 마운드에 올랐다고 한들,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을까요? 마운드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야구팬 모두가 한 마음으로 그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날릴 테고, 설사 좋은 피칭을 했다 하더라도 두산을 제외한 나머지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했을 겁니다. 과연 21살의 선수가 그런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요?

 

투수는 정말 민감한 생물이고, 아주 사소한 계기로 망가지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이용찬이 이번 PO에 등판해 팬들의 냉정한 시선을 외면하고 자신만의 투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력이 강한 선수였던가요? 오히려 행여나 팀의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을 경우에는 몰려드는 엄청난 비난 속에 멘탈이 완전히 무너졌을 수도 있습니다.

 

2000년 당시 전미 유망주 랭킹 1위 출신의 릭 엔키엘(당시 세인트루이스)은 신인으로 팀의 포스트시즌 1선발로 낙점되었으나, 그 중책으로 인한 정신적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단 1경기만에 투수 생명을 잃어버렸습니다.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게 된 스티브블래스 증후군에 시달리게 된 그는 결국 투수의 꿈을 버리고 타자로 전향해야만 했지요. 이용찬이 그렇게 되지 말란 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럴 땐 당장 경기에 나서는 것보단 시간을 두고 내년 시즌 복귀를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가는 편이 낫지요.

 

 

PO에서부터 PO 3차전까지, 두산 김경문 감독은 이긴 경기나 패한 경기나 이용찬이라는 이름 석자가 떠오르는 순간이 수도 없이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용찬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시리즈가 이토록 흥미롭게 진행될 수 있었고, 이용찬이 없어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두산 선수들이 보여주고 있지요. 정규시즌에서 홍성흔이 빠진 상황에서 롯데 타자들의 집중력이 높아졌던 것처럼, 오히려 이용찬의 부재 속에서 두산 선수들이 더욱 하나로 똘똘 뭉치고 강해진 것 같습니다.

 

미러클두산의 진격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지금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체력적인 문제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 5차전까지 가더라도 승리하기만 하면 한국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와 좋은 경기를 펼쳐줄 것 같다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앞으로도 그들의 거침없는 진격을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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