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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양준혁의 덕아웃 합류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14.

혹시나 하고 있었는데, 역시 이 문제가 언급이 되는군요. 사실 플레이오프 당시부터 양준혁이 벤치에 앉아 있는 걸 보고 좀 이상하게 생각하긴 했습니다. 원칙상으로는 코치도 아니고 엔트리에 등록된 선수도 아닌 양준혁이 벤치(덕아웃)에 앉아있으면 안되니까요.

 

두산 김경문 감독은 이런 문제를 시시콜콜 신경 쓰는 사람도 아니니 괜찮았지만, 역시 김성근 감독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결국 미디어데이 행사를 통해 이 문제가 거론되었네요. 김성근 감독은 “KBO에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다라고 돌려서 말했지만, 결국 원칙대로 덕아웃에 앉히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죠.

 

이를 두고 팬들 사이에서도 두 가지로 나뉘어 의견이 팽팽합니다. 양준혁이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 덕아웃에 앉아 있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 팬들이 있는가 하면,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팬들도 있습니다. 사실 원칙에 대한 찬반이라기 보단, 김성근 감독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을 향해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라는 쪽과 그래도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고 있는 것이죠.

 

개인적으로는 이 문제가 미디어데이에서 거론된 것에 대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기서 언급되지 않았다면, 양준혁에 관한 문제는 김성근 감독의 히든카드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죠. 아마 미리 사전에 이와 같은 조율이 없었다면 1차전의 중요한 시점에서 반드시 김성근 감독은 이 문제를 어필했을 테고, 그랬다면 경기 도중에 양준혁이 벤치에서 쫓겨나는 일과 더불어 경기의 분위기를 바꾸는 효과를 가져왔을 테니까요. 괜히 그런 문제로 나중에 시끄러워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양신양준혁은 역대 최고 수준의 레전드급 선수입니다. 그가 남긴 기록과 발자취는 한국 프로야구사에 있어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두산도 그러한 양준혁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그가 덕아웃에 앉아 있는 것에 대해 별다른 어필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특별대우라는 점이죠.

 

그렇기 때문에 양쪽의 의견 모두에 설득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정도로 대단한 선수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을 덕아웃에서라도 함께하게끔 해주고 싶은 선동열 감독과 그것을 묵인해준 두산 측의 마음에 심정적으로 동조하게 되지만, 원칙상으로 그러한 특별대우를 인정할 수 없다는 김성근 감독의 주장에는 정당성이 있습니다.

 

결국 특별대우원칙의 싸움인데, 굳이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한다면 그건 원칙일 수밖에 없죠. 양준혁이니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지만, 바로 그 양준혁이기에 더더욱 SK에서 묵인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죠. 양준혁은 덕아웃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선수단에 힘이 되는 존재이고, 코치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SK 측에서 이렇게 원리원칙을 주장하고 나선다는 것에 대한 야구팬들의 시선은 냉정한 편입니다.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동감하면서도 그걸 SK와 김성근 감독이 주장하다니 참 염치도 없다고 생각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이죠.

 

실제로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SK는 경기 도중 수신호를 통해 전력분석 요원과 정보를 주고 받은 것 때문에 문제가 된바 있습니다. KIA 측에서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고, 선수에게 직접 수신호를 보냈다는 부분에 대해선 부인했지만, 수비코치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았다는 점은 SK 측에서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대회요강에는 분명 '경기 중 구단 직원과 관계자가 무전기·휴대전화·전자기기 등 정보기기를 사용해서 감독·코치·선수에게 경기에 관한 정보제공을 금지한다'라는 조항이 명기되어 있습니다. 정보기기가 아닌 수신호의 사용이라는 편법을 통해 규정을 빠져나가 보려 했으나, 결국 KIA의 항의로 무산되고 말았죠. 이런 SK가 원칙을 운운하고 나섰으니 일부 팬들이 그 모습에 오히려 화를 내고 비아냥거리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누가 말했건, 중요한 것은 원칙은 원칙이고 그것은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점입니다. SK에서 강하게 반발하면 결국 양준혁은 락커룸으로 가거나 아니면 관중석으로 올라가야 할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박경완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고 있었습니다. 박경완이 관중석이 아닌 덕아웃에 앉아 있었다면, SK 투수들과 포수들이 느끼는 안정감은 차원이 달랐을 것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김성근 감독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습니다.

 

아무리 양준혁이 특별한 존재라 해도, 상대가 이해해주는 선에서의 특혜라면 모를까, 상대가 용납하지 않는 특혜는 곤란하지 않을까 싶네요. 단지 양준혁이라는 전설적인 선수 개인을 위한 특혜일 뿐, 그것이 프로야구 전체의 발전을 위한 어떤 조치라고 보이진 않으니까요.

 

개인적인 생각을 밝히자면, 제가 김성근 감독의 입장이었다면 그것을 문제삼지 않았을 겁니다. 양준혁 정도 되는 선수의 마지막 가는 길을 위해 저 정도의 배려조차 해주지 못하는 김성근 감독의 태도에 대해선 참 아쉽고 한편으론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상대 측에서 일단 문제 삼은 이상, 양준혁이 덕아웃에서 물러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로간에 합의가 된 문제가 아니라면, 원칙대로 해야할 테니까요.

 

이번 일을 보면서 원칙이라는 것에 대한 적용이 참으로 애매할 때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심정적으로는 양신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특례를 인정해주고 싶지만, 그런 식으로 특례가 거듭되다 보면 원칙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존경 받는 레전드급 선수이니 만큼 특례를 인정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굳이 그걸 문제 삼은 김성근 감독이 다소 야속하게 느껴지더라고 원칙은 원칙대로 지켜져야 할 것인지. 한국시리즈를 앞둔 시점에서 양 팀의 신경전은 벌써부터 그 치열한 대결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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