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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양승호는 좋은 감독, 롯데의 선택은 탁월했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0. 23.

한 코흘리개 어린 아이가 용돈으로 부모님께 500원짜리 동전 하나를 받았습니다. 헌데 옆에 있던 삼촌이 장난기가 발동해 구경 좀 하자고 500원짜리를 가져가더니 대신 1,000원짜리 지폐를 한 장 줍니다. “이거 나 주고 그거 너 가져라면서요. 그러자 아이가 울기 시작합니다. 삼촌이 자기 돈을 뺏어갔다고 부모님께 고자질을 하면서 말이죠. 동전의 가치는 알지만 지폐의 가치가 뭔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재미있는 상황이죠.

 

요즘에는 코흘리개 어린 아이들도 천원짜리 지폐 정도는 우습게 알기 때문에 이런 광경을 보기 어렵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꽤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제가 보는 앞에서 사촌 동생이 삼촌에게 당한 적도 있고, 저 역시도 어렸을 때 비슷한 식으로 많이 놀림을 당했다고 하더군요.

 

▲ 양승호 신임 감독, 전혀 의외의 인선은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신임 감독이 드디어 정해졌습니다. 지난 4년 동안 고려대를 지도하고 있던 양승호 감독이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는 롯데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로이스터 전임 감독과의 재계약 불발이 결정된 후 팬들 사이에서 떠돌던 후보군에서 살짝 벗어난 인선이라 그런지 팬들의 혼란이 대단하더군요.

 

프로야구판 전체보다 롯데라는 팀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양승호라는 이름은 생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선수로서 특별히 명성을 떨친 경력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고, 롯데와의 특별한 연이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전혀 생뚱맞은 인선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더군요.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양승호 신임 감독은 지난해 LG가 새로운 사령탑을 정할 때 박종훈 감독과 더불어 마지막까지 고민했던 후보였습니다. 두산이 김경문 감독의 후임으로 점 찍어 놓고 있던 인물이었고, 프로야구판에 새로운 신임 감독(감독 대행 제외)이 탄생한다면 항상 그 1순위 후보로 거론되던 사람입니다. 롯데와의 인연이 없어서 팬들이 거론한 후보군에서는 제외되어 있었을 뿐, 구단의 입장에선 신임 감독을 뽑으면서 반드시 돌아보게 되는 그런 인물이었던 것이죠.

 

아직 양승호 감독의 진가는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잘 할지 못할지, 어떤 인물이며 어떠한 철학을 가진 지도자인지에 대해서도 상당부분 감춰져 있단 뜻이죠. 그런데 벌써부터 일부 팬들, 아니 로이스터의 염임을 지지하던 팬들 중 상당수가 나서서 감독 흔들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에 대한 아쉬움은 이해하지만, 이왕 새롭게 시작해야 할 시점에서 그런 모습은 그다지 좋은 태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은 상당히 좋은 감독이었습니다. 트럼프 카드로 치면 에이스나 영어(J,Q,K)까지는 몰라도 10은 되고도 남았죠. 그에 비하면 양승호 신인 감독은 조커입니다. 아직 프로에서 팀을 맡아 한 시즌 전체를 치러본 적이 없기에 정확한 가치를 알 수 없다는 것이죠. 5이하의 쪽박이 될 지, 아니면 에이스 카드가 되어 기대 이상의 대박을 터뜨려줄 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적어도 ‘8’ 이상은 되는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롯데 프런트가 현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선택 최고의 선택은 아닐 지 몰라도 최선의 선택은 된다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그 동안 팬들 사이에서 거론되었던 숱한 후보군 중에서도 양승호 감독보다 롯데에 어울린다 싶은 인사는 제가 생각하기에 단 한 명뿐입니다. 롯데 프런트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은 격으로 굉장히 좋은 선택을 했다고 보여집니다. 가치가 얼마인지 확실히 알 수 없는 이상 섣부른 비난은금물입니다. 그를 향한 비난은 그가 몇 점짜리인지를 확인한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 롯데와 잘 융합될 수 있는 스타일의 감독

 

양승호 감독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이 드러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두산의 감독 계보가 김인식-김경문-양승호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이 감독의 성향이 대충 상상이 되지 않으시나요? 그럼 롯데에 어울릴만한 감독인지에 대한 짐작도 어느 정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공식 취임 인터뷰를 통해 스몰볼이란 단어를 언급하는 바람에 일각에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현재 롯데 특유의 자율적인 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로이스터식 야구의 장점을 가장 잘 계승할 수 있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양승호 감독입니다. 로이스터식 야구가 결코 만능인 것은 아니죠. 요는 장점을 그대로 승계하면서도 부족한 요소를 가미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양승호 감독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양승호 감독이 취임했다는 사실 하나로도 야구계에서 롯데의 팀 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그만큼 선수들과의 친화력이 뛰어난 감독이며,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의 지도자입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고려대 야구부의 구타를 근절시킨 장본인이며,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함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죠.

 

아마 야구 감독이었으면서도 투수를 혹사시키는 법이 없고, 그로 인해 당장의 경기에서 패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원칙을 지킬 줄 아는 소신 있는 인물입니다. 그가 감독을 맡은 후 고려대 야구부는 고교 선수들이 가장 기피하던 대학에서 가장 가고 싶어하는 대학 야구부로 그 인식이 바뀌었죠. 당장 고려대의 성적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는 이유(4년간 우승 1, 준우승 1)로 폄하하기엔 장점이 너무나도 많은 감독입니다.

 

어떤가요? 왠지 로이스터 감독의 야구와 일정부분 겹치는 면이 있지 않나요? 로이스터식 야구를 똑같이 계승하지는 않겠다고 했을 뿐, 원래부터 기본적인 야구 스타일 자체가 어느 정도는 닮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출신 감독은 여간 해선 익숙해지지 않을 한국식 단기전의 감각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을 내년의 롯데에서 발휘하겠다는 포부를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이지요.

 

지금의 롯데는 기본적인 텃밭이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박기혁의 입대 공백을 제외하면 타선에서는 구멍이 없지요. 겨울 훈련을 통해 수비력만 보강하면 타선의 힘은 내년에도 1,2등을 다툴 것으로 보입니다. 가르시아의 퇴출은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로이스터 감독이 떠났기 때문이 아니라, 올 시즌 전준우가 급성장하면서부터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이대호를 1루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롯데의 외야는 김주찬-전준우-손아섭으로 갈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럼 롯데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데려올 수 있습니다. 아마도 마무리 투수가 될 확률이 높겠죠. 사도스키-송승준-장원준의 선발진이 견고하고, 이재곤과 김수완도 훌륭히 키워냈습니다. 상태를 지켜봐야겠지만, 손민한도 내년에는 복귀할 예정이죠. 마무리 경력이 있는 손민한은 다양한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롯데 마운드에 큰 힘이 될 전망입니다.

 

감독 한 명이 떠났다고 롯데가 4강 전력에서 멀어진 것처럼 보기엔, 지금 당장 갖춰진 전력이 상당히 탄탄한 편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조화를 시키느냐가 관건이며, 양승호 감독은 그 일의 적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구 스타일도 로이스터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롯데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어떤 팀을 똑같이 벤치마킹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팬들이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의 변화일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처럼 양승호 감독이 자신의 뜻에 따라 가꿀 수 있는 좋은 텃밭이 갖춰진 이상, 내년에도 롯데의 4강 진출은 무난하리라고 봅니다. 인터뷰에서 목표로 우승을 꼽았다는 이유로 말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팀의 신임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우승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요? 어떤 말을 하더라도 욕 먹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원대한 포부를 밝히는 것이 더 낫다고 봅니다.

 

▲ 지금은 일단 격려하며 기다려야 할 때

 

롯데 팬분들은 3년 전을 기억하실 겁니다. 롯데가 제리 로이스터라는 한국 무대 경험이 전혀 없는 외인 감독을 선임했던 바로 그때를 말이지요. 메이저리그 출신이긴 하지만, 로이스터 역시 시즌 중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해임된 전임 감독의 뒤를 이어 4개월 정도 팀을 지위한 것이 빅리그 감독 경력의 전부였죠. 한국으로 치면 감독 대행이나 다름 없는 반쪽 짜리 감독 경력이었단 뜻입니다.

 

그리고 당시 로이스터를 바라보던 롯데팬들의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팬들도 있었지만, 밀워키 감독 당시 팀 역사상 최저승률을 기록한 그의 능력에 의문을 품고 프런트의 결정에 불만을 표한 팬들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무턱대고 로이스터와 롯데 프런트를 욕하던 수많은 악플이 존재했죠.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몰랐기 때문에상당수의 팬들은 일단 기다려줬습니다. 그리고 로이스터 감독은 2008시즌의 시작과 더불어 능력을 보여주면서 팬들의 열렬한 환호와 든든한 지지를 얻게 되었죠. 양승호 신임 감독에게도 그러한 팬들의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지요. 7~8개월만 믿고 기다려보면, 대략적인 결과가 나올 테니까요.

 

어떤 분야든 능력 있는(혹은 인기 있는) 전임자의 뒤를 이어 부임한 후임자는 그 시작부터가 고달플 수밖에 없습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전임자에 대한 향수와 아쉬움에 가득 차 있다면 그 정도가 더 심하겠죠. 양승호 신임 감독이 당장 넘어야 할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헌데 이런 상황에서 팬들까지 양승호 감독을 괴롭히면 될 일도 안되지 않을까요?

 

양승호 감독은 아무런 잘못도 없습니다. 그가 한 일이라곤 자신에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은 것뿐이지요. 어쩌면 이번 일련의 사태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양승호 감독 본인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를 피해자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매끄럽지 못한 일 처리로 잡음을 조장한 롯데 구단과 섣부른 발언으로 논란을 부추긴 몇몇 기자들, 그리고 로이스터 감독을 잊지 못하고 잘 알지도 못하는 양승호 감독을 비웃고 있는 롯데팬들입니다.

 

정말 롯데를 아끼는 팬이라면, 지금이 신임 감독을 뒤흔들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아실 겁니다. 팬의 의사를 반영해야 하는 것이 프로 구단의 의무라면, 그래서 팬들의 뜻을 저버린 것에 대한 원망과 원성이 롯데 프런트를 향한다면 그건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사람의 후임자라는 이유로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을 욕하는 것은 곤란하지요.

 

롯데 프런트의 능력인지, 아니면 단순한 운인지, 어찌되었건 지금 이 시점에서 양승호 같은 인물이 롯데의 감독으로 왔다는 것은 팬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이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준다면, 그에 걸맞는 결과를 팬들 앞에 보여줄 것이라 기대해도 좋을 겁니다. 일단은 믿고 기다려 보시죠!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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