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송승준이 최근 간통죄를 저질렀다는 ‘악성 루머’에 시달리고 있다. 언론이 아닌 팬들의 입에서 시작된 이 루머로 인해 각각의 야구 커뮤니티는 난리가 났고, 일부 팬들은 이미 그의 간통을 ‘진실’이라 여기고 있다. 한 여성이 미니홈피에 올린 글과 사진에서부터 시작된 이 사건은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예정이다. 다소 이레적으로 구단에서 직접 나서서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팬들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식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일부의 사진과 글만을 가지고 한 인간을 죄인으로 몰아가기엔, 이 루머가 담고 있는 내용이 너무나 충격적이고 치명적이다. 송승준의 말은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를 죄인으로 단정짓는 것은 ‘마녀사냥’이나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 가지 사실을 교묘하게 활용해 잘못된 진실로 유도해 내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이다. 이걸 알지 못하기 때문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몇몇 사실에 대해 그것을 어떻게 판단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두고 혼란을 겪곤 한다.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이 “1 더하기 1은 1이다”라고 말했다 치자. 그럼 그 말을 인용해 “아인슈타인이 1 더하기 1은 1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언론의 기사 내용은 ‘사실’일까 ‘진실’일까? 아인슈타인이 그러한 말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즉, 그 말을 인용해 그러한 보도를 한 언론은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하지만 그 내용이 ‘진실’인가? 그렇진 않다. 1 더하기 1은 2다. 그럼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해 보도를 한 언론은 ‘사실’을 보도했으되, ‘진실’은 보도하지 않은 셈이 된다. 게다가 아인슈타인이 그 말을 하기에 앞서 “물방울은 두 개를 합쳐도 하나가 된다”라는 말을 하면서 농담으로 그런 말을 던졌다고 하면, 해당 언론은 ‘사실의 악의적인 조합’을 통해 ‘진실을 왜곡’한 것이 된다.
송승준이 그 문제의 여자와 사진을 찍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그 여자가 자신의 미니 홈피에 송승준과 관련된 글을 올렸다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송승준이 간통을 했다는 결론을 도출한다는 것은 최초 유포자의 지극히 ‘악의적인 사실의 조합’에 의한 결과다. 적어도 그것만으로는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송승준의 죄(?)를 밝혀내고 싶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증언과 증거가 필요하다.
하긴, 정말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어차피 대중들에게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의 판단력을 지나치게 신뢰하고 있고, 겉으로 드러나 있는 고작 몇 가지의 사실만으로 판단한 ‘자신만의 결론’을 진실이라고 믿고 있다. 타블로가 아무리 자신이 결백하다며 증거를 제시해도, 그를 의심하여 이미 마음 속으로 ‘타블로는 학력위조자’라고 결단을 내리고 있던 숱한 군상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눈은 사실이 아닌 ‘보고 싶은 것’을 보고, 머리는 진실이 아닌 ‘믿고 싶은 것’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러한 성향에 의해 이미 수많은 야구팬들은 송승준을 ‘간통준’으로 부르고 있다. 진실 여부가 확실히 가려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차피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그들은 송승준이 법정까지 간 공방 끝에 ‘무죄’로 판명되고 최초의 유포자가 ‘무고죄’로 쇠고랑을 찬다 하더라도, 그 일부의 군상들은 ‘그건 롯데 구단이 돈을 써서 막았을거야’라고 생각하며 송승준을 여전히 범죄자로 확신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판단력이란 정말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언론이나 여론이라는 것은 일부의 사실만으로도 전체의 진실을 얼마든지 호도하고 의도한 대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도 사람들은 자주 잊어버린다.
MB 정부가 들어선 이후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들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부모 자식 간에 갈등이 벌어진 가정이 제법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정부의 뜻대로 움직이는 메이저 언론에 놀아나는 기성 세대를 보며 답답함을 느끼지만, 정작 자신들도 그런 ‘우민’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들은 똑똑하고, 상황을 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과신’하고 있다. 자기만은 언론이나 여론에 휩쓸리지 않고, 진실을 추구한다는 교만에 빠져 있는 것이다.
작사가 최희진이 스스로의 오해와 착각 속에서 써낸 소설이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 기억할 것이다. 처음 최희진이 언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을 때만 해도, 수많은 대중은 자신들의 관념과 선입견에 빠져 태진아 부자를 ‘죽일 놈’으로 몰고 갔다. 이후에 밝혀진 사견의 경위를 돌이켜 보면, 결국 단 한 명의 망상과 피해의식에 수많은 국민들이 놀아난 꼴이다.
10명 중에 3명만 마음을 먹으면 그 중 1명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아주 쉽다. 9명이 뭉칠 필요도 없다. 3명 정도만 맘 먹고 주도하여 의견을 단합하면 나머지 6명은 그냥 휩쓸리기 마련이다. 사람의 판단력이란 그만큼 신뢰할 수 없는 것이고, 누구든 주변의 의견에 줏대 없이 끌려다닐 수 있다. 머리가 좋건, 현명하건, 학력이 높건, 아니면 고집이 세건 관계없다. 인간이란 고작 그 정도에 불과한 존재다.
빙산의 일각, 그것도 필요에 의해 모은 일부만 보고 전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그 대부분은 ‘질투’와 ‘시기’라는 치졸한 심리에서 비롯된 몇몇 선입견에서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부자는 돈만 많을 뿐, 그 실생활은 가정의 불화나 권력 투쟁 등으로 인해 불행할 거야.(불행해야만 해!)
저 친구는 공부는 잘하지만 성격이 이상해서 친구가 없거나, 아니면 운동을 너무 못해서 여자에겐 인기가 없을 거야.(친구가 없고 인기도 없음이 분명해!)
쟨 연예인이니까 분명 학교를 잘 안 갈 거고 공부도 못할 거야.(잘할 리가 없지!)
이 블로거가 이렇게 송승준에 대해 변호하는 글을 쓰는 것은 롯데 구단으로부터 돈을 받았기 때문일 거야.(돈을 받았음이 분명해!)
자신의 불행은 모두 남의 탓으로 돌리고, 스스로가 이득이 생기지 않으면 어떠한 액션을 취하지 않는 대중들의 몇 가지 선입견은 위와 같다. 행복한 부자, 모든 면에서 만능인 미남, 학업 성적까지 우수한 연예인의 존재를 일반 대중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스스로 만들어 놓은 관념의 틀 안에서 생각하고, 자신들의 자로 잴 뿐이다.
연예인이 대학에 합격하면 일단 ‘특혜’나 ‘부정입학’을 의심(확신)하고, 아이돌 가수가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면 팬덤에 의한 ‘몰아주기’라고 여긴다. 부잣집 아들이 공부를 잘하면 ‘가정교사를 많이 둬서’라고 생각하고, 심판 판정이 내가 응원하는 팀에 불리하다고 느껴지면 ‘심판이 상대팀으로부터 매수당했다’고 의심한다.
물론, 그러한 의심이나 의혹들이 ‘진실’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에 대한 ‘검증’의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런 검증 과정 없이 선입견과 치졸한 질투에 의해 만들어진 ‘조작된 사실’은 ‘마녀사냥’의 출발점이 된다.
송승준 역시 마찬가지다. 이 글은 ‘송승준은 죄인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기 위해 쓴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가 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점은 그를 죄인 취급할 단계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일부 악의적인 사실의 조합만으로 진실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번 사건이 담고 있는 위험성이 너무나 크다.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알 수 있고, 한 사람을 제대로 알기 위해선 몇 년은 사귀어 봐야 한다. 그 사람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정작 당사자의 말은 한 마디도 듣지 못한 상황에서, 몇가지 조합된 사실만을 토대로 한 어설픈 판단으로 한 명의 인간을 무턱대고 죄인으로 몰아가는 마녀사냥,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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