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LG 트윈스 팬들은 무엇이든 팀과 관련된 이슈가 터져나올 때마다 내심 조마조마하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몇 년간 LG가 거창하게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사례치고, 그다지 희망적인 뉴스가 들려왔던 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팀이 잘나간다’는 식의 뉴스는 별로 없어도, 대신 선수가 항명을 했다거나, 미니홈피에 원망 섞인 글을 올려놨다거나, 비싼 돈을 주고 영입한 선수가 ‘먹튀’로 판명 났다거나 하는 식의 ‘버라이어티한 사건사고’는 다른 구단보다 유독 여기서만 자주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이 팀의 특징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단 차원에서 뭔가 큰 변화나 거창한 개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져도 팬들의 반응은 “오, 이번엔 과연?”하는 기대감보다는 “아, 또 뭘...??”하는 소리가 먼저 튀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최근 LG 트윈스의 ‘신 연봉고과제도’가 프로야구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복잡한 것 같지만 요점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능력껏 한만큼 가져가라” 이거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존의 연봉제도는 한 시즌의 성과를 바탕으로 서열에 따른 ‘연차’와 ‘이름값’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력에 따라 스타 선수나 팀에 오랫동안 공헌한 베테랑 선수들이 우대를 받는 구조다.
하지만 달라진 연봉제도에서는 ‘계급장’을 떼고 한 시즌 동안 선수가 얼마나 팀에 공헌했는지 만을 놓고 평가한다. 승리에 많이 기여한 선수일수록 파격적인 인상을 보장한다. 반면 팀에 보탬이 되지 못한 선수는 아무리 연차와 이름값이 높더라도 하루아침에 가차없이 연봉이 반토막 날 수 있다.
고급스럽게 표현하면 “프로 선수답게 오직 실력으로 말하라.”는 것이고,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이제부터 밥값 못하는 애들에게 자비란 없다.”는 뜻이다. 이는 메이저리그의 연봉 제도와 매우 흡사한 방식이다.
여기에 대하여 팬들의 반응은 찬성과 반대, 두 가지로 극명하게 갈린다. 현재로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우세한 상황이다. 새로운 연봉협상제도를 비웃는 팬들은 구단의 발상이 한마디로 “LG스럽다.”고 비판한다. 기계적인 성과주의에만 치우친 연봉제도가 오히려 선수들간 위화감과 불신을 부추기고 팀 내 갈등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몇 년간 LG가 막대한 투자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위권을 전전하는 동안 가장 큰 문제는, 단체스포츠에서 중요한 선수단 내부의 끈끈한 결속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저마다 자기 개성과 목소리가 강하고, ‘개인주의만 메이저리그급’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LG에서 새로운 연봉제도는 오히려 선수들이 팀플레이보다는 자기 기록만 더 챙기게 되는 부작용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팬들이 “구단이 오히려 LG병을 고치기는커녕,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이유다.
선수들도 혼선을 겪고 있다.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을 뿐, 선수들 중에서는 구단 측의 연봉고과 기준에 의문을 제시하거나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에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야수보다 투수들이 불리하다거나, 정작 몇몇 간판선수는 새로운 연봉고과기준에서 열외를 받았다는 의혹 등이 그러하다.
구단 측에서는 “하루아침에 결정한 것이 아니라 일년 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다. 선수들에게도 시즌 중 여러 차례에 걸쳐 충분히 설명했다.”고 하지만, 정작 선수들이 그렇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조심스럽지만 아직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팬들도 있다. 새로운 연봉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팬들은 “LG가 그 동안 ‘먹튀의 전당’으로 불린 데는 연봉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고액연봉자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력이 짧은 신인급이나 저연봉 선수들이라도 야구만 잘하면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매너리즘에 빠진 선수단에게 자극을 주고 건전한 팀 경쟁을 유도하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기존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새로운 실험은 언제나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은 당장 몸이 재산인 선수들의 보상에 대한 문제와 직결되고, 크게는 장차 팀 캐미스트리를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기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팬들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이유는, 바로 새로운 제도 그 자체보다는, 그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왔던 LG 구단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 때문이 아닐까. 새로운 연봉제도가 그 동안 고인 물과도 같았던 LG라는 팀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시발점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콩가루의 시작이 될지는 일단 지켜볼 일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LG 트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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