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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조범현 감독의 롤러코스터 같았던 2010년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1. 26.

프로야구 8개 구단의 사령탑을 통틀어 지난 1년간 조범현 KIA 타이거즈 감독만큼 드라마틱한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인 인물도 없었을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타이거즈의 V-10을 이끌며조갈량으로 화려하게 비상했지만, 올해는 소속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와 시즌 최다연패 신기록을 경신하며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굴욕을 당했다.

 

그리고 지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대표팀 사령탑으로역대 최강의 전력을 이끌고 8년만의 금메달 탈환에 성공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지난해 김인식 전 한화 감독에 이어 한해 사이에 천당(WBC 준우승)과 지옥(리그 꼴찌로 감독 사임)을 모두 맛보는 드문 체험을 한 셈이다.

 

사실 조범현 감독은 항상 본의 아니게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특히 KIA의 사령탑을 맡은 이후로는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한 야구전문가는소속팀을 우승시키고도 욕을 먹었던 감독은 아마 조범현 감독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KIA 팬들 사이에서는 팀에 뭔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이게 다 조범현 때문이다.”라는 패러디가 유행하기도 했다.

 

어떤 감독이나 공과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고정된 이미지나 선입견으로 인하여, 이룬 것은 과소평가 받거나 폄하되고, 잘못한 것은 오히려 실제보다 지나치게 혹평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올 시즌 KIA의 부진은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이 가장 결정적인 이유였다. 지난해 깜짝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후 이렇다 할 전력보강에 성공하지 못했고, 구단도 적극적인 의지가 부족했다. 물론 조범현 감독도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는 없었다. 로페즈나 윤석민 등 주축선수들의 잇단 돌출행동을 제때 통제하지 못했고, 투수교체 타이밍에서 여러 차례 문제를 드러냈다. 하지만 모든 비난을 단지 조범현 감독 한 사람에게 몰아가기에는 너무 가혹했다.

 

조범현 감독은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하고도 마음껏 웃지 못했다.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는 윤석민의 엔트리 누락 해프닝으로 진땀을 뺐고, 우승한 이후에는 그 멤버로 우승이 당연한 거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하지만 성적을 책임을 져야 하는 감독으로서는 마지막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던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우승을 차지하며 금메달과 병역혜택의 기쁨을 누리는 선수들을 바라보며 조범현 감독은 그저 묵묵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뿐이었다.

 

금메달의 여운을 즐길 틈도 없이, 조범현 감독에게는 또다시 앞으로의 일이 더 걱정이다.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는 두 집 살림을 하느라, 조범현 감독은 아직 구체적인 다음 시즌 구상도 하지 못한 상황이다. 작년 챔피언에서 올해 5위로 떨어진 만큼 이번 겨울에는 준비해야 할 것이 더욱 많아졌다.

 

올 시즌 KIA는 공수 양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투수력은 한기주와 김진우의 가세로 선발진에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문제는 불펜의 무게감과 좌완 요원이 수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는 아퀼리노 로페즈와 재계약을 확정했지만 남은 한자리를 놓고 투수와 타자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 중이다.

 

KIA의 최대 변수는 역시 타선이다. 2009시즌 MVP에 빛나는 김상현의 부활 여부에 따라 KIA 타선의 무게감은 현저히 달라질 전망이다. 선수층이 얇고 주전과 2진간의 격차가 큰 KIA 야수진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많은 보강이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침체된 선수단 내부의 소통을 회복하는 데 달려있다. KIA 선수단은 올 시즌 내부적으로 팀 전력보다는 결속력에서 오히려 더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 감독과 선수. 선수와 코치, 외국인 선수와 국내선수, 구단과 팬 사이에 적극적인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많은 뒷담화와 불신을 낳았다.

 

조범현 감독 역시 선수나 팬들과 마음을 열고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KIA 2009년 우승이 단지 반짝 돌풍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타이거즈 특유의 끈끈한 팀 분위기를 되살리는 것은 바로 조범현 감독의 리더십에 달렸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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