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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SK 따라하기 열풍, 부러우면 지는 거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2. 24.

2007년 이후 SK가 경쟁 구단들에게공공의 적이 된지는 오래됐다. 올해도 SK 와이번스가 압도적인 경기력을 바탕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최근 4년간 3번이나 정상에 오르자, 이에 자극 받은 나머지 7개 구단은 이구동성으로타도 SK’를 선언했다.

 

특히 ‘SK 왕조탄생의 최대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김경문 두산 감독이나 선동열 삼성 감독은 “SK를 넘지 못한다면 우승을 불가능하다.”며 이를 악물었다. 이에 비시즌 동안의 더욱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하여 다음 시즌 SK를 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SK를 넘어서겠다는 팀들의 방식이 정작 ‘SK 워너비라는 사실은 기묘한 아이러니다. 올 겨울 프로야구계에는 그야말로 ‘SK 따라하기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최근 몇 년간 가장성공한 팀에 대한 부러움과 동경의 시선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색깔 없는 모방과 답습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 것이 사실이다.

 

타도 SK’ vs ‘SK 워너비의 두 얼굴

 

SK 워너비 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바로 해외 마무리 훈련이다. KBO 2008년 말 단장회의에서 비활동 기간(12)의 해외 마무리 훈련을 금지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 해 우승을 차지한 SK가 해외 마무리훈련을 강행했고, 2009년에는 SK를 포함한 삼성, 한화 등이 해외로 마무리 훈련을 떠났다. 올해는 사실상 거의 모든 구단이 해외 마무리훈련과 비활동 기간의 단체훈련을 감행했다. 애초에 강제성이 없는 조약이었기에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SK식 지옥훈련도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SK김성근 스타일로 대변되는 엄청난 훈련량과 무한 경쟁을 통하여 강팀으로 성장하자, 이젠 너 나 할 것 없이 SK식 강훈련을 벤치마킹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위 팀도 저렇게까지 하는데...’하는 논리 앞에 그보다 못한 성적을 거둔 팀들은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올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중하위권 팀들의 오프시즌 훈련 프로그램은 구단 관계자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혹독하다는 귀띔이다. 뿐만 아니라 두산이나 삼성같이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린 팀들, 심지어 로이스터 감독시절 8개 구단 중 가장 훈련량이 적기로 유명했던 롯데조차도 양승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해부터는 다시 지옥훈련을 부활시킬 예정이다.

 

물론 좋게 보면 경쟁팀이라도 장점을 보고 배울 건 배워서 우리 것으로 습득하겠다는 자세는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단지 SK가 성적이 좋으니까, 1위 팀이니까 우리도 저만큼은 해야하지 않겠냐라는 막연한 따라하기라면 그것은 자존심이 없는 행동에 불과하다.

 

SK가 흔히 혀를 내두르게 하는 강훈련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김성근 감독은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얼마나 훈련을 많이 하는가 보다, 그 속에서 선수들이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가?’를 스스로 깨닫는 게 중요하다. 남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훈련이라면 아무리 많이 반복한다고 할지라도 소용이 없다.”

 

로이스터 감독이 이끌던 롯데는 구단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김성근 감독처럼 우승을 차지하지 못하여 재계약에 실패했지만, 로이스터 역시 암흑기를 보내던 롯데를 강팀으로 재건해낸 성공한 감독이었다. 재임기간 내내 팀을 100% 가을잔치로 이끈 것은 로이스터 감독이 유일했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로이스터의 롯데보다 못한 성적을 거둔 팀들은 단지 훈련량이 부족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롯데가 단지 선수층이 월등히 좋아서 다른 팀들보다 노력을 적게 하고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일까?

 

언젠가 로이스터 감독은 훈련량에 대하여 이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 사람들은 단지 훈련을 양적으로 많이 해야만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훈련은 그저 선수들을 지치게 만들뿐이다. 선수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스스로 깨우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오히려 김성근 감독의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로이스터 감독의 철학이다.

 

SK 4년간 3차례나 한국프로야구 정상에 오르며 성공한 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김성근식 야구 스타일이 통했다는 의미다. 하지만김성근 야구가 항상 정답인 것도, 오답인 것도 아니며 그것은 단지 김성근과 SK의 스타일 일뿐이다.

 

한국 프로야구가 진정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8개 구단 전부가 김성근화, SK화 되는 것이 아니라, 그와는 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새로운 야구를 계속 개발하고 연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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