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한 야구선수가 프로에 입문하게 되면 보통 2군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다. 물론 모든 선수가 프로의 꿈을 이루는 것은 아니다. 신인 드래프트와 신고 선수를 합쳐도 8개 구단이 선발하게 되는 신인 선수의 숫자는 100명 내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교/대학을 졸업하는 야구선수의 프로 취업률은 10% 정도다.
어렵게 프로무대에 입문한다 해도 그것이 끝이 아니다. 그 선수가 2군 무대에서 첫 안타(투수의 경우는 첫 아웃카운트)를 기록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15년의 시간 동안 아마추어 무대에서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라 해도 2군에서 자신의 실력을 어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프로에 입문한 선수들은 기본적으로 2군이 아닌 1군 진입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2군에서 최소 1~2년간은 실전 경험을 쌓아야만 비로소 1군 무대에 대타나 릴리프 요원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다. 즉, 야구를 시작한 후 프로 1군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12~15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메이저리그는 이보다 경쟁이 더 심하다. 루키리그를 시작으로 싱글 A, 더블 A, 트리플 A 등 마이너리그를 두루 거치고 나서야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다. 그러나 선수들 중 상당수는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뎌내지 못하고 꿈을 접는 것이 일반적이다.
랜디 존슨이나 톰 글래빈 등 300승 이상을 거둔 전설적인 선수들을 포함하여 현역 최고인 알버트 푸홀스나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도 2~3년간의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메이저리그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그만큼 ‘초일류 야구선수(=메이저리거)’가 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국내에서 고교/대학무대를 평정한 이후 태평양을 건넜던 수많은 선수들 중에 메이저리그를 단 한 번이라도 밟아 본 선수는 박찬호를 시작으로 몇 명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심지어는 마이너리그에서도 제 실력을 드러내지 못한 선수들도 적지 않다.
▲ ‘신의 영역’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앞서 설명했듯 메이저리거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혹독한 마이너리그 생활을 견뎌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선택 받은 선수들 중에서도 ‘특별한 선수’만이 입성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명예의 전당’이다. 그 문턱의 높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높다.
메이저리그의 명예의 전당은 미국 야구 기자협회(Baseball Writers Association of America)의 투표와 그 득표율로 입성자를 결정한다.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 활약한 선수들이 은퇴 후 5년이 지나면 후보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기자들은 최대 10명까지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을 수 있으며, 거기에서 75% 이상의 표를 얻게 되면 명예의 전당에 오를 수 있다.
일단 후보가 되면 15년 동안 그 자격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 기간 동안 기준을 넘기지 못한 선수에 대해서는 이듬해에 후보자 자격을 상실한다. 또한, 후보 등록 기간에 상관없이 득표율이 5% 미만인 선수는 아예 후보 자격을 잃는 것이 현실이다.
후보가 된 첫해에 헌액되는 것은 최고의 영광이지만, 그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2011년에 명예의 전당 헌액자로 결정된 로베르토 알로마(득표율 90%)와 버트 블라일레븐(득표율 79.7%)은 모두 ‘재수생’들이다. 특히, 블라일레븐은 자신의 명예의 전당행을 위해 후보 자격을 얻은 후 무려 14년이라는 세월을 더 기다려야만 했다.
▲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도 장담할 수 없는 영역
선수생활 동안 역사에 남을 만한 뛰어난 성적을 남긴 선수라면 입성할 수 있지만, 그것 역시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개인 통산 500홈런이나 300승을 거둔 선수도 입성에 실패할 수 있다. 성적에 대한 판단과 더불어 도덕적인 문제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대한 심판 역시 함께 이뤄지기 때문이다.
‘도박 파문’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영구 제명된 피트 로즈는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명예의 전당 입후보 자격조차 박탈당했다. ‘약물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나 라파엘 팔메이로 역시 10%대의 낮은 득표율을 보이고 있어 사실상 명예의 전당에서 멀어진 상태다. 왜 명예의 전당을 ‘신의 영역’이라 부르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전직 메이저리거’ 박찬호(현 오릭스 버팔로스)의 전성기 시절, 현역으로 함께 뛰었던 선수들이 대거 명예의 전당에 입후보하기 시작했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오마 비스켈과 함께 ‘환상의 키스톤 콤비’로 맹활약했고, 이번에 헌액이 결정된 로베르토 알로마 역시 한국 야구팬들에게 매우 친숙한 이름이다.
이들 외에 케빈 브라운, 제프 베그웰, 라울 몬데시, 래리 워커, 티노 마르티네즈, 후안 곤잘레스, 배리 라킨, 알 라이터 등 1990~2000년대를 수놓았던 선수들이 하나 둘씩 명예의 전당 후보자로 나서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현역 시절 올스타급 선수로 활약했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들이었다. 브라운이나 몬데시 등은 박찬호와 한솥밥을 먹어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이름이다.
그러나 이런 올스타 레벨의 선수들도 ‘명예의 전당’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져야만 했다. 베그웰(41.7%)과 워커(20.3%) 정도를 제외하면 그나마 후안 곤잘레스가 5.2%의 득표율로 선전(?)하면서 후보 탈락의 고비에서 벗어났을 뿐, 약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케빈 브라운(2.1%)을 비롯한 상당수의 첫 도전자들이 후보 자격마저 상실하고 말았다. 특히 몬데시나 찰스 존슨, 카를로스 바에르가 등은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신의 영역’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메이저리그의 명예의 전당. 수많은 선수들이 그곳을 목표로 하고, 그곳에 헌액된 선수들에게 팬들이 진심을 담아 경의를 표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 유진 김현희[사진=MLB.com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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