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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선동열의 저주’를 기대해도 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 8.



지난해 연말
, 각 언론사들이 ‘2010 프로야구 10대 사건과 비슷한 제목으로 한 해를 정리하려던 바로 그 시점에서 정말 예상치도 못한 사건이 하나 터졌다. 10대 사건의 서열을 송두리째 뒤흔들 정도의 엄청난 사건, 바로 삼성의 선동열 감독이 퇴임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선동열 감독이 해고된 이유가 뭘까?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라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설마 설마 선동열 감독이 해임될 줄은 몰랐다. 김응룡 사장과 김재하 단장이 모두 물러난 터라, 뭔가 낌새가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계약 기간이 4년이나 남아 있는 선동열 감독에게까지 그 여파가 미칠 줄이야

 

선동열 감독의 퇴임 후 아직까지도 각종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구단에선 용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실제로는 해임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그로 인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한국시리즈에서 SK를 상대로 4연패 하며 무기력하게 물러나는 모습이 그룹의 고위층에게 밉보였다는 말이 있었다. , 다른 쪽에선 선동열 감독이 부임한 이후 유지되어 온 지키는 야구가 팬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고, 양준혁의 은퇴 과정에서 마지막 신뢰까지 잃자, 구단 측에서 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선 감독을 해임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각종 시나리오가 선 감독의 퇴진을 둘러싸고 흘러 나왔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진실일까?

 

호남 출신인 선동열 감독, 그것도 번번이 삼성의 앞길을 가로 막은 해태의 상징과도 같은 선동열 감독은 부임 당시부터 대구 팬들에게 크게 환영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지지 기반이 빈약했다고 생각하면, 그건 큰 오산이다. 선동열 감독에겐 그 누구보다도 든든한 확실한 후원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런 선동열 감독이 이렇게 해임된 이유는 뭘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그 후원자가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선동열 감독이 끈 떨어진 연신세가 되었기 때문에 결국 해임되고 말았다는 뜻이다.

 

▲ 진짜 이유는 삼성 그룹 내의 라인 정리에서 찾아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에 있어 다른 관점(특히 정치)을 도입하는 것을 무척 경계하는 편이며, 때로는 알면서 일부러 애써 외면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러기가 힘들 것 같다. 선동열 감독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원인은, 삼성 구단의 성적도, 팬들의 요구도 아닌, 바로 삼성 그룹 내에서의 정치적인 문제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2010 12 3일 삼성 그룹 내 사장단 인사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바로 거기서 김응룡 사장의 퇴진이 결정됐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김응룡 사장의 퇴진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는 여기서 왜 김응룡 사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는가?’에 초점을 맞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그 사장단 인사를 통해 삼성은 그룹 내의 확실한 후계 구도를 확정지었다. 바로 이건희 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이 삼성전자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 위치를 확고히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동안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이자 사실상 삼성 그룹의 2인자였던 이학수 부회장은 고문으로 한발 물러났다.

 

모든 일의 발단은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삼성 야구단을 이끌어 온 김응룡 사장-김재하 단장-선동열 감독의 3인 체제를 구축한 장본인이 바로 이학수 전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김응룡 사장의 부산상고(현 개성고) 5년 후배이며, 김재하 단장의 제일모직 재직시절 회계부문의 사수였고, 선동열 감독의 고려대 선배다. 이들 세 명은 이른바 이학수 라인이었던 것이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공적인 자리에서조차 김응룡 사장을 선배님이라고 깎듯이 불렀던 인물이다. 김재하 단장이 11년이란 긴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이학수 전 부회장이 그 뒤에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며, 김응룡이 감독에서 물러난 후 그룹 임원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같은 이유다. 그리고 2009 7, 삼성이 13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선동열 감독과의 재계약을 직접적으로 명한 사람도 바로 이학수 전 부회장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이학수 부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으로 밀렸다. 그런 뒷배경이 사라짐에 따라 김응룡 사장도 동시에 퇴진할 수밖에 없었고, 며칠 후 프로야구 사상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단장 역할을 역임했던 김재하 단장 역시 그 자리를 내놓게 된다. 이미 이 상황에서 선동열 감독은 자신의 지지세력을 모두 잃은 셈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동열 감독의 사임을 섣불리 예상할 순 없었다. 아직까지 계약기간이 무려 4년이나 남아 있었기 때문. 하지만 삼성 그룹의 색깔이라고 해야 할까? 한 번 마음 먹은 변화의 칼날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결국 선동열 감독까지 잘라내고야 말았다.

 

김응룡을 대신해 새롭게 삼성 야구단을 책임지게 된 김인 신임 사장은 이른바 이재용 라인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학수 라인인 김재하 단장과 선동열 감독을 그 아래에 계속 둘 수는 없었던 것이다. 김응룡-김재하-선동열로 이어지는 3명의 삼성 구단 수뇌부가 이처럼 동시에 떠날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 선동열의 저주를 기대하며

 

사실 개인적으로는 저 이학수 라인이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결국 저들은 학연과 지연으로 만들어진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룹 내에서의 정치적인 이유로 구성된 수직적인 관계라는 점도 불만스럽다. 순수해야 할 스포츠에 각종 인연들과 정치적인 이권이 개입되는 것만큼 꼴 보기 싫은 일도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감독김응룡은 인정하지만 사장김응룡은 인정하지 않는다. 아니 매우 싫어한다. 김응룡 사장은 신상우 전 KBO 총재의 영입에 가장 앞장선 인물이며, 그 신상우 전 총재는 KBO를 박살낼 뻔한 최악의 총재였다. 그리고 김응룡 사장과 신상우 전 총재는 부산상고 동문이다.

 

고인 물은 언제나 썩기 마련이다. 3명은 든든한 빽(?)에 힘 입어 지난 10년 동안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구단 내에서 휘둘러 왔는데, 과연 그 결과가 항상 옳았다고는 할 수 있을까? 10년 전의 삼성은 마치 메이저리그의 뉴욕 양키즈처럼 선수들이 가장 뛰고 싶어하는 구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이란 구단의 이미지가 변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상당수의 삼성팬들이 지적하듯 삼성의 고유 색깔을 사라지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저 3명이다.

 

헌데, 3명이 물러갔는데도 마냥 반길 수만은 없게 됐다. 그들이 물러간 이유가 그들이 득세한 이유와 완전히 똑같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은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룹 내의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야구단의 인사 개혁을 실시했고, 그 결과가 지금과 같다. 신성한(?) 야구판에 이런 식의 인사가 이루어진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불쾌하다.

 

그리고 일단 그룹 내의 임원이었던 김응룡 사장과 김재하 단장은 그런 식으로 내칠 수 있다 하더라도, 선동열 감독은 어디까지나 계약관계의 야구인이다. 그런 인물이 계약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그리고 그 계약을 충실히 이행할 만한 능력이 있음에도 해고되었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재미있는 야구이기는 야구’, 이 두 가지 중 어떤 것이 중요한가는 최근 야구팬들의 큰 관심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재미있는 야구를 하는 롯데의 인기와 이기는 야구의 최선봉에 있는 SK의 관중 증가율을 본다면, 둘 중 어느 한쪽이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재미있게 이기는 야구가 가장 좋겠지만, 그게 힘들다면 둘 중 하나라도 확실히 하는 것이 낫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선동열 감독은 이기는 야구를 거의 완성에 가깝게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었다. 이미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경험이 있는 선동열 감독은, 이후로는 FA 영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철저한 세대교체를 통해 팀을 다시금 정상급 전력으로 키워 놓았다. 이 능력은 분명히 인정해야만 한다.

 

그런 감독을 해임했다면, 적어도 그 이유가 재미도 있고 이기기도 하는 야구를 하기 위해서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선동열 감독이 해고된 이유는 이학수 전 부회장의 색깔을 지우기 위해서였다. 이러니 지켜보는 입장에서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성적 지상주의는 경계해야겠지만, 철저한 계약관계인 프로야구에서 사실 능력실적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적어도 실력 있는 사람이 다른 이유로 인해 그 자리를 떠나야 하는 일이 벌어져선 안된다. 8년 전 구단 프런트와 마찰이 잦다는 이유로 LG를 떠나야 했던 김성근 감독이 그랬고지금의 선동열 감독도 마찬가지다.

 

공교롭게도 LG는 김성근 감독이 떠난 이후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있다. 이것을 두고 김성근의 저주라고 이야기하는 팬들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삼성에 선동열의 저주가 임하길 기대해도 될까?

 

삼성이야 워낙 기본 저력이 좋은 편이니,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렵잖게 이뤄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1984년에 얄팍한 술수를 벌이다 실패한 이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 까지는 무려 18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앞으로 딱 그 정도 시간만큼만 삼성이 한국시리즈 우승과 거리가 멀어지길 기대해 본다. 자기 라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2위 팀의 감독을 해고한 그룹 수뇌부들이 두고두고 욕을 먹게 말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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