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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이대호의 올 시즌 연봉이 궁금한 이유는?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 18.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전, 2009시즌을 마치고 이대호는 롯데 구단과의 첫 연봉협상에서 놀랍게도 삭감을 제시 받았다. 롯데 팀 내 타자 중 고과 1위를 차지했던 이대호였기에 동결도 아닌 삭감안은 충격일수밖에 없었다.

 

이대호의 2009시즌 성적을 보자. 133게임 전경기에 출장해 478타수 140안타로 타율 293, 28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다. 전년도였던 2008시즌(122경기 18홈런 94타점 31)과 비교했을 때 타율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부문에서 성적이 올랐고, 생애 첫 세 자릿수 타점까지 기록했다. 팀도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하지만 롯데는 2008년에 비해서는 팀 성적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이대호만 올려줄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이대호가 실망을 넘어 격분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여론은 좋지 않았다. 언론은 물론이고 네티즌들까지 들끓으며 롯데의 명분 없는 연봉책정기준을 비판했다. 어설프게 간을 보려다혓바닥만 호되게 데인 롯데는 깜짝 놀라 전년도보다 소폭 오른 39천만원에 재계약협상을 마쳤다. 하지만 액수를 떠나 이미 이대호는 상처를 받을 대로 받은 뒤였다.

 

1년이 흘렀다. 2010시즌의 이대호는 프로야구 역사상 그 누구도 기록하지 못했던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역대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9경기 연속홈런이라는 비공인 세계신기록까지 세웠다. 역대 그 어떤 슈퍼스타들의 전설적인 시즌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최고의 한 해였다.

 

롯데 구단측도 이대호의 업적을 인정하며 이번에는 나름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했다. 63천만원이라는 액수를 제시하며 인상률이나 인상액에서 모두 역대 최고 수준임을 강조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이대호도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콧방귀를 뀌었다. 7억원이 아니면 사인하지 않겠다며 협상테이블을 접었고 결국 연봉조정신청까지 가는 강수를 선택했다. 구단 측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이대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내심 올해 연봉협상을 벼르고 있었다. 그저 올해 성적에 대한 자신감만은 아니었다. 이대호만큼 프로데뷔 이래 매년 기복 없이 꾸준한 성적과 자기관리를 보여준 선수도 드물다. 하지만 이대호에겐 팀 성적이나 주변 선수들과의 형평성 등을 내세운 구단의 논리 앞에 항상 상대적인 손해를 봐야 했다는 박탈감이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그 동안의 연봉협상 과정 때마다 느꼈던 아쉬움과 설움을 만회하겠다는 보상심리도 작용했다.

 

구단과 이대호의 요구액은 7천만원 차이다, 일반인에겐 엄청나게 큰 액수지만, 프로야구 특급 스타의 몸값 협상이라면 결코 좁히지 못할 정도로 큰 의견차도 아니다. 하지만 이대호는 7억원의 요구액에서 단 1원도 깎을 수 없다며 전례 없이 강경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대호는 왜 굳이 연봉조정신청까지 가는 강수를 선택했을까? 처음부터 작년처럼 돈을 몇천만원 더 받으려는 협상전략이었다면 굳이 구단과 껄끄러운 앙금을 남겨가며 연봉조정신청을 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이대호 개인의 이익을 떠나 기존에 구단 측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연봉협상 관행에 스타선수들을 대표하여 일침을 가하고 싶다는 책임감도 작용했다.

 

이대호의 연봉협상은 다른 롯데 선수들과 야구팬들에게까지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이대호의 이번 연봉협상결과가 앞으로도 중요한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대호를 응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연봉조정신청까지 갈 수 있는 배짱도 이대호급이나 되는 선수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이대호는 자타공인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스타이며, 지난 5년간 꾸준히 리그 톱클래스의 기량을 과시했다. 여론도 이대호에게 우호적이다. 하지만 만일 다른 선수가 이런 상황에 놓여있었다면 반응은 달라졌을 것이다.

 

사실 롯데의 연봉협상은 다른 구단들과 비교해서 지난 몇 년간 유독 잡음이 심한 편이었다. 팀을 위해 오랫동안 헌신한 선수들의 공헌도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은 물론, 선수마다 연봉고과기준이 오락가락하고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문제로 지적 받아왔다. 올해도 늦게까지 도장을 찍지 않으며 동료 선후배들의 울고 웃는 연봉협상 과정을 묵묵히 지켜봐 온 이대호로서는, 이제 더 이상 우월적 지위를 앞세운 구단의 논리에 순순히 휘둘리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 동안의 관행상, 연봉조정신청은 항상 구단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타이밍상 롯데 구단에 불리하다.

 

최근 9구단 창단 등을 둘러싼 문제로 롯데 구단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대호의 연봉조정신청까지 잘못될 경우 여론의 후폭풍은 불 보듯 뻔하다. 이기든 지든 그깟 몇천만원의 돈 때문에 팀 내 간판스타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남겼다는 질타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롯데 구단으로서는 이미 이겨도 진 것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다.

 

이대호와 롯데 구단의 연봉조정 결과는 오는 20일에 최종 결론이 날 예정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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