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프로야구 마지막 우승, 언제쯤 해봤니?

by 카이져 김홍석 2011. 1. 19.

국민스포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프로야구가 올해로 출범 30년째를 맞이한다. 어떤 분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모든 스포츠의 궁극적인 목표는 정상(우승)에 오르는 것이다. 단체스포츠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쳐 하나의 팀으로 거듭나고 숱한 난관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순간은, 단순히 혼자 잘해서 얻을 수 있는 것과는 또 다른 짜릿한 희열을 선사한다. 특히 수많은 단체스포츠 중에서도 야구는 절대 한두 명의 힘으로 우승으 차지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어떤 운동이든 매번 지기만 하는 운동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하물며 숱한 세월 동안 우승과 담을 쌓은 채 살아가야 하는 팀원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팬의 기분은 어떨까? 매년 가을마다 라이벌 팀들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박탈감을 느끼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야망과 도전의식이 없는 팀은 프로스포츠에서 존재 가치가 없다.

 

야구종가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창단 이후 월드시리즈 챔피언을 한번도 차지하지 못한 팀은 총 8팀이 있다. 템파베이 레이스와 텍사스 레인져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시애틀 매리너스, 워싱턴 내셔널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콜로라도 로키스, 밀워키 브루어스다. 이중 시애틀과 워싱턴은 월드챔피언은 고사하고 리그 우승 한번 해보지 못했다. 8개 팀 중 가장 빠른 1962년에 창단한 휴스턴은, 창단 이후 가장 오랜 기간인 47년째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팀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승에 목마른 팀은 따로 있다. 1870년 창단해 무려 14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카고 컵스는 창단 원년부터 연고지인 시카고를 한번도 떠나지 않아 가장 오래도록 한 도시를 지켜온 팀이란 명예로운 타이틀과 함께, 1908년 마지막 우승 이후 무려 102년 동안이나 챔피언과 인연이 없어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우승을 달성하지 못한 팀으로 역사에 남아있다.

 

컵스의 무관이 길어지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염소의 저주가 있다. 1945년 디트로이트와의 월드시리즈 결승전에서 염소를 끌고 왔던 한 열성팬이 위생상의 문제로 관람 제지를 당하자 앞으로 컵스는 월드시리즈에 나갈 수 없을 것이란 저주를 퍼부었고 그 해 우승을 노리던 컵스는 역전패를 당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컵스에겐 이것이 마지막 월드시리즈가 됐다. 컵스가 64년간 한 차례도 월드시리즈에 나가보지 못한 것도 메이저리그 역대 최장 기록이다.

 

컵스의 징크스와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사건은, 지난 2003년 벌어진 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 벌어졌다. 3 2패로 앞서 월드시리즈 진출권까지 아웃카운트 5개만을 남겨두고 있던 6차전 8회에, 외야수가 충분히 잡을 수 있었던 파울플라이 볼을 관중석의 한 청년이 건드리는 바람에 외야수가 놓쳤고, 컵스는 이때부터 8점을 내주며 거짓말처럼 경기에 패한 후 7차전마저 내주고 말았다. 컵스팬들 사이에서는 염소의 저주와 더불어 이날 청년의 이름을 딴 바트만의 저주가 추가되기도 했다.

 

컵스의 징크스와 함께 메이저리그에는 몇몇 팀을 둘러싼 유명한 징크스들이 몇 가지 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며 이런 징크스들이 서서히 깨지며 역사의 추억 속으로 사라져갔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1920년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스에 넘긴 뒤 84년간 지속된 밤비노(루스의 애칭)의 저주 2004년 보스턴의 우승으로 끝났다. 보스턴은 지난 2007년에도 우승을 차지하며 저주가 완전히 풀렸음을 증명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고의 패배를 연출한 블랙삭스 스캔들 8명이 연루되었음이 밝혀진 후, 한동안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블랙삭스의 저주에 시달렸다. 하지만 2005년 화이트삭스의 우승과 함께 징크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이만수 코치가 시카고의 불펜코치로서 역사의 순간을 함께하기도 했다. 20세기부터 이어져온 메이저리그 3대 저주 중에서 이제 컵스의 기록만이 풀리지 않는 마지막 숙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어떨까? 8개 구단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한국야구에서 창단 이후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팀은 이제 창단 4년차를 맞이하는 넥센 히어로즈 한 팀뿐이다. 넥센의 경우, 전신인 현대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재창단을 선언한 것이기 때문에 현대의 우승경력은 넥센에 포함되지 않는다.

 

프로야구 초창기 수많은 구단들이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는데, 삼미 슈퍼스타즈(82-84), 청보 핀토스(85-87), 태평양 돌핀스(88~95) 등은 초창기 인천야구의 암흑기를 이어왔던 팀들이다. 인천 연고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98년 현대 유니콘스에 의하여 프로가 출범한 후 역대 연고지 구단 중 가장 오랜 기간인 17시즌만에 인천의 저주가 풀렸다.

 

전주를 연고지로 하여 프로야구 8구단 시대의 서막을 알린 쌍방울 레이더스(91~99)도 우승을 맛보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팀이다. MBC 청룡(82~89)과 빙그레 이글스(86-92)는 전신 시절 우승을 맛보지 못하다가,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로 구단명이 바뀐 이후에야 못다한 우승의 한을 풀었다.

 

현재 가장 오랜 시간 우승을 맛보지 못하고 있는 팀은 롯데 자이언츠다. 롯데는 삼성 라이온즈과 함께 프로 원년부터 팀 명과 연고지를 한번도 바꾸지 않은 단 둘 뿐인 전통의 팀이다. 하지만 롯데는 1992년 우승을 끝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긴 18년 동안이나 우승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롯데는 27년간 2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나, 정규시즌 1위는 단 한번도 차지해보지 못했다. -후리그제로 운영됐던 84년에는 만만한 한국시리즈 파트너를 고르기 위한 삼성의 고의패배에 힘입어 어부지리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여 깜짝 우승을 차지했고, 92년에는 3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 상위권 팀들을 줄줄이 제치고 우승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2000년대 구단 역사상 최악의 암흑기로 불리는 4년연속 꼴찌와 엘롯기 동맹의 시대를 거쳐 2008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에 복귀했으나, 아직 우승까지는 갈 길이 멀다. 롯데는 1999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끝으로 10년 넘게 한국시리즈에 올라보지 못하고 있서, 이 역시 최장기록이다. 전국 최고의 야구열기를 자랑하는 구도 부산 팬의 열렬한 성원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이다.

 

LG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8년째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멤버로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을 토사구팽 한 이후, 성적이 추락하여 메이저리그에 빗댄 야신의 저주라는 조롱을 듣고 있기도 하다. LG 94년 우승을 끝으로 16년째 무관에 그치고 있으며, 이것은 롯데에 이은 2위의 기록이기도 하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MLB.com, SI.com]

 

로그인도 필요 없는 추천 한 방(아래 손 모양), 아끼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