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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넥센 마운드를 좌우할 '손승락 시프트'

by 카이져 김홍석 2011. 2. 9.

지난 2010년 넥센이 거둔 최고의 수확은 바로 손승락이었다. 경찰청을 제대하고 프로무대에 복귀한 손승락은 작년에 생애 첫 풀타임 마무리로 낙점되며 일약 구원왕까지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53경기(63.1이닝)에 출장해 2 326세이브(블론 2) 평균자책점 2.56의 성적은 지난해 마무리투수들을 통틀어 최고의 성적이었다.

 

물론 30세이브에도 못 미치는 미니 구원왕이라는 점이나 강력한 타이틀 경쟁자였던 두산 이용찬의 불미스러운 중도하차로 어부지리를 봤다는 점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팀마다 쓸만한 클로저의 부재로 골치를 썩고 있는 가운데 한 시즌 내내 풀타임 전문 마무리로 완주한 선수는 오직 손승락 한 명 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정도로 안정감을 보여줬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빼어난 활약에 걸맞게 지난해 구원왕 타이틀 이후 손승락의 주가도 크게 치솟았다. 특히 지난 겨울 내내 불펜 보강을 노리는 경쟁팀들에게 러브콜을 받으며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주축 선수들의 트레이드로 잦은 물의를 일으킨 넥센이라는 점에서 손승락의 거취는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몇몇 구단의 제의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자, 넥센 구단이 손승락만큼은 절대 트레이드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여전히 손승락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는 구단이 많다. 그간 구단의 선수 이적 방침에 무력하게 일관해왔던 김시진 감독도 손승락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그의 존재 유무에 따라 올 시즌 넥센 마운드의 무게감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시진 감독은 올 시즌 손승락을 다시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시키겠다는 방침을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일부 팬들은 김시진 감독의 그런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손승락은 마무리로서 크게 흠잡을 데 없는 발군의 활약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리그를 호령하던 특급 마무리 투수들이 모두 실종된 가운데, 손승락만큼 검증된 마무리를 갑자기 선발로 전환시킨다는 것은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도박처럼 보인다. 당사자인 손승락도 자신의 선발 전환 가능성을 언론 기사로 접하고 처음 알았다고 했을 만큼 의외의 선택이었다.

 

손승락의 선발 전환은 김시진 감독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모험이기도 했다. 넥센은 다음 시즌 마운드 운용 자체를 원점에서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상황이다. 불펜도 불펜이지만 선발 로테이션의 구성 자체가 아직 불확실하다. 흔히 잠재력 있는 유망주들이 많아서 투수사관학교로 불리고 있는 넥센이지만, 어쩌보면 의도한 기획이라기보다는 김수경이 황두성같은 기존 주전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에 따른 고육책의 성격이 강했다.

 

넥센의 선발투수진은 겉보기에는 사관학교로 불릴 만큼 자원이 풍부해 보이지만, 막상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지금 당장 10승 이상을 안정적으로 장담할만한 에이스는 단 한 명도 없다. 장기레이스를 풀타임으로 치러본 선수들이 부족하다 보니 2~3경기를 잘하더라도 이후에는 체력과 완급조절에 실패하여 애를 먹는 경우가 많았다. 오죽하면 지난해 넥센은 매달 에이스가 바뀐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투수들의 활약이 들쑥날쑥했다.

 

김시진 감독은 지난해 구원왕에 오른 손승락을 선발로 전환하고, 삼성에서 영입한 외국인 선수 브랜든 나이트와 금민철, 김영민, 황두성, 김수경, 김성현 등을 놓고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계획이다.

 

손승락이 자리를 비운 마무리에는 고원준을 롯데로 보내고 영입한 이정훈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정훈은 베테랑 불펜 요원이지만 2010시즌을 부상과 슬럼프로 고전한데다, 전문 마무리 경험은 거의 없다는 게 걸림돌이다. 유사시에는 이보근과의 더블 스토퍼 시스템도 거론되고 있다.

 

넥센의 투수진에는 현재 확실한 에이스나 리더가 없다. 역시 최상의 시나리오는 손승락이 선발전환에 성공하여 확실한 에이스로 자리잡는 것이다. 손승락이 선발투수로서 최소한 12~13승 이상을 거두어주고 6이닝 이상을 3실점으로 이하로 막아주는 퀄리티스타터로서만 자리잡아 준다고 해도 넥센의 마운드는 지난해보다 훨씬 안정감을 갖추게 된다.

 

LG의 봉중근이나 한화 류현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팀의 전체적인 마운드 깊이가 약하다고 해도 확실한 에이스급 투수가 한 명 있고 없고의 차이는 한 팀의 마운드 운용 전략 자체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다.

 

선발과 불펜은 피칭스타일이나 훈련과정 자체가 전혀 다르다. 손승락은 지난해 공격적인 피칭으로 상대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이었지만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선발투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종의 다양화와 체력보강이 필수적이다.

 

손승락은 프로데뷔 첫해이던 2005년 현대 시절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26게임에 등판해 134이닝을 소화한 것이 개인 최고 기록이고, 당시 5 10패 평균자책점 5.43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때와 지금은 경험이나 기량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1년 사이에 보직을 바꾸어야 하는 부담은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손승락은 내년 시즌이 끝날 때까지 넥센의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 그리고 손승락이 등판하는 시점은 1회일까, 아니면 9회일까? 손승락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넥센 마운드의 무게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각기 다른 의미에서 넥센 마운드의 키를 쥐고 있는 손승락 시프트인 셈이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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