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이대호와 푸홀스, ‘무결점 타자’의 조건

by 카이져 김홍석 2011. 2. 12.

현존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알버트 푸홀스의 매력은 꾸준함이다. 푸홀스는 2001년 빅리그에 데뷔한 이래 작년까지 무려 10년 연속 3-30홈런-100타점 이상의 대기록을 이어오고 있다. 이것은 비교적 초창기라 할 수 있는 1929년부터 37년까지 동일한 기록을 9년 연속 달성했던 루 게릭의 업적을 뛰어넘는 메이저리그 130년사에 최초의 대기록이다.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하여 큰 부상 없이 매년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푸홀스는 지난해에도 타율 .312, 42홈런(NL 1), 118타점(NL 1)을 기록하며 괴물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소속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바람에 3년 연속 MVP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그가 리그 최고의 타자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국에 푸홀스가 있다면 한국에는 이대호가 있다. 이대호는 지난해 한국야구사상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에 올랐다. 타율(.364), 홈런(44), 타점(133), 득점(99), 최다안타(174), 출루율(.444), 장타율(.667) 등 도루를 제외하고 타자들이 도전할 수 있는 모든 기록의 정점에는 항상 이대호의 이름이 올라있었다.

 

푸홀스 만큼은 아니어도 이대호가 걸어온 길 역시 꾸준함으로 대변된다. 이대호는 롯데의 확고부동한 주전 멤버로 자리잡은 2004년 이후 7년 연속 120경기 이상 꼬박꼬박 출전하면서 평균 27홈런 93타점 타율 .306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특급타자의 상징이랄 수 있는 3-30홈런-100타점은 아직 1번밖에 달성해보지 못했지만, 메이저리그보다 한국프로야구의 경기수가 30게임 가까이 적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대호의 기록 역시 크게 부족하지 않다.

 

더욱 두려운 것은 이들이 아직도 한창 나이라는 점이다. 이대호는 푸홀스와 같은 2001년에 롯데 자이언츠 소속으로 프로에 데뷔했고 올해로 데뷔 11년차를 맞이한다. 한 팀에서만 선수생활을 이어오며 리그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인정받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럼에도 푸홀스는 80년생, 이대호는 82년생으로 이제 갓 서른의 문턱을 넘은 야구선수로서는 한창 나이다.

 

도미니카 공화국 태생의 푸홀스는 중남미 선수들의 특유의 운동신경과 야구센스를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6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해 뉴욕에 자리 잡은 이후, 고교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일찌감치 전미 최고의 유망주로 꼽혔다.

 

흔히들 푸홀스를 두고 무결점 타자라 칭한다. 야구전문가들은 강타자의 조건으로 좋은 볼을 가려낼 수 있는 뛰어난 선구안, 어떤 상황에서도 원하는 대로 스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안정적인 타격자세, 그리고 상대의 볼배합을 미리 간파할 수 있는 빠른 두뇌회전을 꼽는다. 푸홀스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겸비하고 있다.

 

푸홀스의 타격기술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교본으로 꼽힌다. 특유의 낮은 기마자세로 무릎을 굽힌 후 다리를 최대한 넓게 벌리고 서서 체중을 최대한 뒤쪽으로 끌어두는 푸홀스 특유의 타격자세는, 스윙시 불필요한 동작을 빼내고 최대한 공을 자신의 몸쪽으로 붙여서 때려낼 수 있다.

 

또한, 공격적이면서 나쁜 볼에 쉽사리 속지 않고, 까다로운 볼을 커트해내는 능력도 있다. 타고난 반사신경과 유연성은 약간 빗맞은 공이라도 비거리를 늘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처럼 푸홀스가 오랫동안 강타자로 군림할 수 있는 것도 파워와 기술은 물론이고, 메이저리그 최고수준의 변화구 대처능력까지 겸비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의 중남미 출신 스타 선수들은 특유의 다혈질과 자기관리로 물의를 일으키며 도마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푸홀스 만큼은 예외다. 10년 넘게 최고의 선수로 군림하면서도 사생활이나 경기외적으로 부분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이 거의 없고, 매너 면에서도 항상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는 등 팬들과 언론으로부터 모두 사랑받는 선수가 바로 푸홀스다.

 

이대호 역시 마찬가지다. 이대호는 당초 투수로 롯데에 입단했으나 프로에서 전업 타자로 전향한 경우다. 하지만 타고난 파워와 순발력을 바탕으로 짧은 시간 안에 리그 최고타자로 급성장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드문 193/135㎏의 거구지만,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유연성이 빼어나다. 이대호의 스윙 궤적은 국내 타자들을 통틀어 가장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격 때 방망이를 뒤로 빼는 테이크백 동작에서부터 타구를 밀어내는 마지막 팔로스로까지 안정적인 하체를 잘 이용해 중심이동이 매우 자연스럽다.

 

이대호는 사실 전형적인 홈런타자의 공식에서 벗어나있다. 이승엽이나 장종훈 같은 거포들은 노림수에 강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예측이 벗어나면 삼진을 당할 위험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대호의 타격패턴이나 기술은 오히려 교타자에 가깝다. 공을 끝까지 기다리다가 때려내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종종 뱃살에 가려서 스트라이크 존이 보이지 않아 던질 곳이 없다는 놀림 섞인 말도 듣지만, 실제로 투수들이 이대호를 까다로워하는 것은 어떤 코스의 공도 안타로 만들어낼 수 있는 정교한 타격 매커니즘 덕분이다. 2010년 이전까지는 이대호는 한번도 30홈런을 넘겨보지 못했다. 정교함과 파워를 모두 갖추지 않았더라면 타격 7관왕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팀의 분위기메이커라는 점이나 모범적인 사생활 면에서도 이대호는 야구선수들의 귀감이 되는 케이스다. 밝고 쾌활한 성격으로 입담도 빼어난 이대호는 신인 시절부터 덕아웃에서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단장 역할을 자임하기도 했다. 어린 시절을 위해 자신을 위해 헌신했던 할머니와 아내의 영향으로 야구와 가정 외에는 한눈 팔지 않고 10년 내내 성실하게 선수생활을 이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팬들은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를 향해 환호하고 응원하며, 또한 좋아한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각별한 동료애와 모범적인 태도, 그리고 사생활까지 깨끗한 선수를 향해서는 존경을 표한다. 알버트 푸홀스와 이대호, 이들이 무결점 타자라 불리는 것이 단지 실력 때문만은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SI.com, 롯데 자이언츠]

 

 

티스토리 초대장이 필요한 분은 댓글로 E-Mail 주소를 남겨주세요~
로그인도 필요 없는 추천 한 방(아래 손 모양), 아끼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