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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절대자’ 이대호의 대항마는 누가 될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1. 3. 11.

2003년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작성한 이승엽(56홈런)에게는 심정수(53홈런)라는 좋은 경쟁자가 있었다. 93년 프로데뷔 동기인 이종범과 양준혁은 지역과 시대를 넘어 프로야구의 중흥기를 이끈 역사적 라이벌로 평가 받았고 있다.

 

이처럼 스포츠에서 훌륭한 경쟁자의 존재는 좋은 자극제가 된다. 2010년 전대미문의 타격 7관왕을 수상한 이대호의 대기록도 뛰어난 경쟁자들의 선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대호는 지난 시즌 타격-최다안타-홈런-타점-득점-출루율-장타율 등 7개 부문 1위에 오르며 도루를 제외하고 타자가 기록할 수 있는 주요 부문의 타이틀을 모두 휩쓸었다. MVP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그야말로 몬스터 시즌을 보낸 이대호의 독주가 과연 2011시즌에도 괴물처럼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에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홈런 & 타점> – 이대호 VS 김상현, 최희섭

 

마지막으로 홈런왕 3연패를 달성했던 이승엽(01~03)을 끝으로 홈런 부문 1위는 매년 바뀌었다. 2004년 이후 국내 프로야구에서 2년 이상 연속으로 패권을 차지한 경우는 없었다. 2006년과 2010년 총 2번의 홈런왕을 수상한 이대호가 국내 현역 중 홈런왕 최다수상자다.

 

지난해 홈런 2위는 최진행(32)이었지만 이대호에게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를 꼽으라면 역시 KIA CK포 김상현과 최희섭이다. 두 선수 모두 컨디션만 받쳐주면 언제든 30홈런-100타점을 넘길 수 있는 최고의 해결사들이다.

 

특히 2009년 홈런왕인 김상현은 지난해 부상 후유증으로 79경기출전에 그쳤음에도 무려 21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이대호 다음으로 높은 경기당 홈런 생산능력을 과시했다. 최희섭 역시 동료들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21홈런 80타점을 기록하며 KIA 타선을 지탱했다. 더욱이 올해는 중심타선에 이범호까지 가세한 우산효과가 기대되, 이대호가 버틴 롯데 못지않은 파괴력을 보여줄 전망이다.

 

참고로 2009년과 2010년에 연속해서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이대호를 비롯하여 김현수, 최형우, 최희섭, 김상현 등 총 5명이다. 여기에 메이저리그에서 6년간 뛰면서 통산 타율 275리에 55홈런 250타점의 기록을 남긴 삼성의 새 외국인 선수 라이언 가코도 주목할만한 새 경쟁자다.

 

<타율 & 최다안타> 이대호 VS 홍성흔, 김현수

 

이대호는 홍성흔과 한 팀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을 행복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홍성흔은 지난해 이대호의 타격 7관왕 등극에 최고의 조연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다른 의미에서는 홍성흔 본인에게는 큰 아쉬움일 수밖에 없었다.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던 홍성흔은 타율, 타점, 최다안타, 장타율 등 무려 4개 부문에서 이대호에 이어 아쉽게 2위에 만족해야 했다. 홈런은 4, 득점과 출루율도 3위였다. 시즌 막바지에 당한 부상만 아니었다면 이대호가 차지했던 7관왕 중 2~3개 부문의 타이틀은 그 주인공이 바뀔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타율 부문에서 3년 연속 2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3년 연속 1위보다도 더 달성하기 어려운 진기록이다. 2008년엔 두산 김현수에 뒤져 2위를 했던 홍성흔은 2009년은 LG 박용택, 그리고 작년에는 이대호에게 타이틀을 양보해야 했다. 최근 3년연속 3 3푼 이상을 기록하며 늦게 타격에 눈을 뜬 홍성흔보다 이대호의 타격왕 수성에 위협적인 경쟁자는 없다.

 

다른 팀에서 경쟁자를 찾자면 1순위는 역시 김현수다. ‘타격머신또는 사못쓰라는 닉네임이 누구보다 어울리는 김현수는 2008~2009 2년 연속 최다안타왕을 수상한바 있다. 지난해는 4번 타자로 변신하면서 다소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래도 3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며 최다안타 3(150)에 올랐다. 이대호를 제외하고 국내 프로야구에 정교함과 파워를 동시에 갖춘 타자를 단 한 명만 꼽으라면 김현수의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MVP> 이대호 VS 류현진, 김광현

 

지난해 MVP 수상에 있어서 최대의 경쟁자는 팀 동료 홍성흔도, 1위팀 에이스인 김광현도 아닌 바로 류현진이었다. 2006년 생애 첫 트리플 크라운을 차지했던 이대호의 첫 MVP 등극을 좌절시켰던 류현진은 지난해도 연속경기 퀄리티스타트와 1점대 평균자책점 기록을 앞세워 마지막까지 이대호를 긴장시켰다.

 

실제로 지난해 전반기까지만 해도 류현진이 최초로 꼴찌 팀 출신 MVP에 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올 만큼, 이대호보다도 더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만일 류현진의 소속팀 한화의 팀 성적이 조금만 더 좋았거나, 류현진의 막판 부상과 연속 경기 퀄리티스타트 기록이 좌절되지만 않았더라도 MVP 판도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다.

 

김광현 역시 지난해 커리어 하이 기록과 함께 3년 연속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소속팀 SK의 우승을 이끈 주역이었음에도, 이대호와 류현진의 엄청난 성적으로 인하여 상대적으로 소외받아야 했던 불운한 1위 팀의 에이스였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류현진과 김광현은 모두 MVP 수상 경력자들이기도 하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MVP 2회 이상 수상한 것은 김성한을 시작으로 선동열, 장종훈, 이승엽까지 총 4명뿐이다. 이승엽이 총 5회를 수상하여 최다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2년 이상 연속으로 수상한 것도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연패를 달성한 이승엽이 마지막이다. 이대호는 과연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단 3(선동열, 장종훈, 이승엽)밖에 없는 백-- MVP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 구사일생 이준목[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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