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후 LG 트윈스는 프로야구판에서 ‘실패의 이력서’를 써야 했다.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김성근 감독을 내친 것부터가 실수였다. 이후 8년간 LG는 가을잔치에 단 한 번도 초대받지 못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성근의 저주’라고도 했다.
김성근 감독부터 시작해 최근 8년간 LG 유니폼을 입었다가 벗은 감독만 총 5명(김성근, 이광환, 이순철, 양승호, 김재박)에 이른다. 감독, 코칭스태프, 프런트가 한 마음으로 뭉쳐도 가을잔치 진출을 확신할 수 없건만, LG는 그런 간단한 원리도 깨닫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보내야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LG 구단의 ‘불균형적인 구단 운영’에 있었다. 돈은 돈대로 쓰고, 그 효율은 마이너스가 되는 상황을 자초했기 때문이었다. FA 영입은 실패하거나 큰 재미를 보지 못했고, 트레이드 역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외국인 투수나 신인 선수들의 기용 역시 대부분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을 잔치에 진출했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했을 일이었다.
그랬던 LG는 지난 시즌 직후 일찌감치 마무리 훈련에 들어가며 2011년을 향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훈련량만 따지면 SK보다 더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들도 호평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LG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LG의 2011년 전망을 내적인 역량과 외부 환경요인을 고루 따져 보는 SWOT 분석으로 살펴보자.
▲ LG의 강점(Strength)
무엇보다 불균형이 심했던 투-타 간의 격차를 줄였다는 것이 가장 큰 강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LG는 에이스 봉중근에 의지하는 바가 컸다. 그가 등판하는 날을 제외하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류현진과 아이들’로 마운드를 구성했던 한화와 그리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마운드가 한층 보강됐다. 외국인 투수 리즈와 주키치가 합류했기 때문이다.
160km의 속구를 뿌리며 입단 전부터 화재를 모았던 리즈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그에게 1선발을 맡겨도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 합류하며 적극성을 보였던 주키치는 ‘성실함’이 무기다. 오히려 선발 요원다운 안정감에서는 리즈보다 주키치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확실한 선발 요원이 셋이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난해보다 낫다는 소리를 들을 만하다.
마무리 투수로 김광수를 낙점한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지난해 롤러코스터 피칭으로 LG 팬들의 속을 썩였던 오카모토보다는 좋은 구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마무리로서 중심을 잡아준다면, 오상민, 이상열, 김기표, 이동현 등 이른바 필승조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여기에 싸움닭 기질을 지닌 신예 임찬규도 합류했다. 투수 자원이 많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LG를 가볍게 볼 수 없다.
화려한 외야진을 바탕으로 강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LG의 자랑거리였다. 올해에도 ‘빅5(이병규, 이진영, 이대형, 박용택, 이택근)’가 건제한 가운데, 조인성과 리틀 이병규, 오지환, 정의윤 등이 LG 타선을 수놓고 있다. 1번부터 9번까지 쉽게 갈 수 있는 선수가 하나도 없다.
▲ LG의 약점(Weakness)
아직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은 선수들이 많다. 외국인 선수 리즈와 주키치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곤 하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법이다. 작년에도 메이저리그 경험 등으로 기대를 모았던 에드가 곤잘레스가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시즌 중에 보따리를 싼 기억이 있다. LG의 시즌 구상은 두 외국인 선수가 정상 가동된다는 전제조건 하에서 가능한 일이다.
마무리 투수로 낙점된 김광수 역시 아직은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은 요원이다. 그는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마무리로 등판한 선수다. 잘 할 것 같다는 기대와 결과가 반드시 일치한다는 법은 없다. 아니다 싶을 경우 이동현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지만, 지금의 이동현은 마무리로 기용되었던 2003년 당시의 이동현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LG가 그 동안 ‘제대로 된 야구’를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부 선수는 개인 기록에 집착한 나머지 팀을 잊은 플레이를 했고, 일부는 그라운드 밖에서 말썽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작년만 해도 봉중근, 이형종 등이 ‘인터넷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 중 이형종은 현재 임의탈퇴 신분으로 묶여 있는 상태다.
▲ LG의 기회 요소(Opportunity)
4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홈경기 때마다 사용하던 외야의 X-존을 제거했다. 원래는 LG 타자들의 장타력 향상을 위해 고안됐지만, 오히려 상대 타자들이 ‘반사이익’을 본 경우가 많았다. 쓸데없는 데 쓰일 돈을 줄였다는 것만으로도 호평을 받을 만하다.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LG 투수들이 사기가 올라간다면, 그 또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LG가 올 시즌 처음 도입한 ‘신 연봉제도’가 선수들의 분발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오지환처럼 입단 2년차에 1억 연봉을 돌파하는 것도 가능하다. 실력만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프로의 법칙상 모든 선수들이 더 많은 연봉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올 시즌 전 연봉 대폭 삭감 통보를 받았던 선수들은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한층 힘을 낼 것으로 보인다.
▲ LG의 위협요소(Threat)
최근 8년간 가을잔치에 진출하지 못했다는 콤플렉스가 가장 큰 적이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이 있는데, LG 선수단은 그 동안 가을잔치에 너무나 굶주려 있었다. 현재 LG 선수들 중 가을잔치 경험이 있는 이는 이진영, 이택근, 박용택, 이동현, 오상민 정도에 불과하다. 한 번 연패의 늪에 빠질 경우 선수단 전체가 또 다시 ‘포기 모드’로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근책으로 내놓은 신 연봉 시스템도 ‘양날의 검’이다.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정반대의 효과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이미 연봉이 깎인 선수가 또 다시 시즌 초반의 시작이 어려울 경우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구단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 유진 김현희[사진제공=LG 트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