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는 지난해 부침이 많은 시즌을 보내야 했다. 2009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이후 지난 시즌에는 5위로 수직 추락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2009시즌 MVP 김상현이 정상 가동되지 못한 것이 가장 뼈아팠다. C-K포의 중심축이기도 했던 김상현의 장기간 공백은 KIA의 화력을 반감시키기에 충분했으며, 그가 빠지자 나머지 타자들도 힘을 쓰지 못했다.
그랬던 KIA가 지난 시즌 후반부터 ‘가장 지혜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오프시즌 동안 일본에서 돌아온 이범호를 붙잡는데 성공한 것이 가장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KIA는 2011년에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KIA의 2011년 전망을 내적인 역량과 외부 환경요인을 고루 따져 보는 SWOT 분석으로 살펴보자.
▲ KIA의 강점(Strength)
이범호를 영입하면서 타선의 파괴력을 한 층 높였다. 기존의 C-K포에 이범호까지 가세하여 이른바 ‘최상호 트리오(최희섭-김상현-이범호)’를 완성했다. 이름값만으로는 롯데나 두산, LG 타선과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오른손 신예 거포 나지완도 이들을 도울 예정이다. 테이블세터를 맡아줄 이용규, 김선빈, 안치홍의 존재 또한 든든한 힘이 된다.
그러나 KIA가 무서운 것은 이러한 타선의 힘 이상으로 마운드의 높이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로 윤석민, 양현종, 로페즈, 서재응, 트레비스 등 다섯 명의 ‘확실한 요원’을 확보해 놓고 있다. 이들 중 트레비스를 제외한 나머지 네 명은 국내 무대 검증이 끝난 요원들이다. 이들이 평균 10승 이상만 거둬준다면, KIA의 가을잔치 복귀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불펜 요원으로는 손영민, 유동훈, 신용운 등이 활용될 전망이다. 이들 중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 온 신용운은 때에 따라서 얼마든지 마무리 투수로 돌아설 수 있다. 신인 중에서는 지난해 1라운드에서 뽑은 한승혁이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홍건희로 매웠다. 그 역시 140km 후반대 속구를 던질 수 있는 좋은 투수 유망주다.
▲ KIA의 약점(Weakness)
프로야구 역사상 정점을 맛보았다가 곧바로 이듬해에 추락한 팀들의 문제점은 절대 외부에 있지 않았다. 문제는 바로 내부에 있었다. KIA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덕아웃에서 벌어지지 말았어야 할 일이 연거푸 터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팀의 기둥인 윤석민은 조금 더 프로선수다운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며, 로페즈는 두 번 다시 벤치에서 의자나 쓰레기통을 걷어차지 말아야 한다.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팀 케미스트리를 해칠 수 있다. KIA가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이범호를 영입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그가 일본에서 거의 보여 준 것이 없다는 것은 내심 걱정스런 부분이다. LG의 이병규 역시 일본무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그는 적어도 3년 동안 꾸준한 기회를 보장받으며 1군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이범호는 일본에서 별다른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1년 만에 다시 국내로 복귀해야 했다. 지난해 1군 무대 경험이 거의 없었던 그가 올해 얼마나 제 몫을 해줄지 지켜봐야 한다.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다는 점도 큰 고민거리다. 옛 마무리 투수였던 한기주는 여전히 재활에 매달리고 있으며, 유동훈 역시 마무리 투수로는 그다지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신용운, 홍건희 등이 마무리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들은 이제 막 군에서 전역하거나 프로 무대를 처음 밟는 신인일 뿐이다.
▲ KIA의 기회 요소(Opportunity)
4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고, 그럴만한 전력도 갖추고 있다. 일단 지난해에 비해 투-타에서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전력이 100% 발휘되기만 해도 가을잔치 진출은 어렵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입단 이후 줄곧 2군 무대를 전전하다 올 해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게 될 ‘중고신인’의 활약도 기대된다. 심동섭, 임기준 등은 선발 요원으로도 키우고 있는 인재들이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
올 시즌 입단한 신인들 중에도 기회를 얻는 선수가 나올 것이다. 특히, 마무리 투수 후보로 꼽히는 홍건희, 우병걸 등은 굳이 마무리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KIA 불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은 모두 고교/대학무대에서 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린 KIA 마운드의 차세대 주역들이다.
▲ KIA의 위협요소(Threat)
그 무엇보다도 부상이 가장 큰 적이다. 다섯 명의 확실한 선발 요원들과 주축 타자들이 제 몫을 다 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지난해와 같은 참극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지난해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부상에 있었다. 김상현은 물론이고 은근히 ‘유리몸’인 듯한 윤석민이 시즌 내내 건강한 모습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로페즈의 호투를 위한 불펜 투수들의 선전도 필요하다. KIA가 로페즈와의 재계약 과정에서 ‘또 다시 불펜에서 난동을 피울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항을 삽입했다곤 하지만, 이 항목이 로페즈의 다혈질적인 성격을 얌전하게 만들어 준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불펜 투수들로서는 로페즈의 ‘계약 해지’를 막기 위해서라도 그가 등판하는 날에는 ‘죽을 힘을 다 해서’ 던져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 유진 김현희[사진제공=KIA 타이거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