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프로야구는 6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내 프로스포츠 중 단연 으뜸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만천하에 알렸다. 사실 지난 해 같은 경우 이 정도까지의 흥행은 예상하지 못했었다. 물론 08, 09시즌 2년 연속 5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프로야구 전성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지만 2010년 펼쳐진 남아공에서 열린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산은 그 기대치를 조금은 겸손하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우리 프로야구는 사상 최초로 6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사실 그 동안 프로야구의 인기가 올림픽, WBC등의 후광을 입은 ‘반짝’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품었던 나로썬 이러한 프로야구의 인기몰이에 상당히 놀랐다. 그만큼 자신의 팀에 대한 팬들의 충성심이 견고해졌다는 뜻이다.
사상 최초 600만 관중 돌파에 성공한 프로야구는 이제 660만 관중을 목표로 2011시즌을 맞이한다. 물론 최근 추세를 감안했을 때 전혀 비현실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660만 관중은 결코 쉽지 않은 목표다.
물론 이에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다. 옆 나라 일본으로 한국선수들이 줄줄이 이적하며 국내 프로야구 인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의 소리가 적잖게 흘러나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내가 한 가지 간과했던 사실이 있다. 우리 프로야구 팬 분들은 TV로 경기를 관람하는 것보다 직접 야구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넘사벽 수준의 재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신 분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것은 저 멀리 바다 건너 남아공에서 생중계로 우리 안방까지 배달된 월드컵도 막지 못했던 열기다. 제아무리 박찬호, 김병현과 같은 빅리거 출신들이 경제전문 TV에 나온다 한들 프로야구 관중 몰이에 중심에 서있는 여성들과 젊은 층은 김광현의 용솟음치는 투구 폼과 김현수의 4할도 못 치는 타격을 보기위해 경기장을 찾을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올해 프로야구가 660만 관중 동원에 성공하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로는 말할 것도 없이 롯데가 얼마만큼의 흥행을 거두느냐이고, 둘째는 바로 그 외 수도권 팀들의 활약 여부다. 물론 첫 번째에 대해선 별달리 할 말이 없다. 이미 로이스터 체제 하에서 탄탄한 전력을 구축해온 롯데는 올 시즌 별다른 전력누수가 보이지 않는다.
양승호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선 아직까지 판단을 유보해야겠으나 롯데의 전력만큼은 여전히 4강권에 들 만큼 강력하다. 이러한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올 시즌 역시 상위권에 멤돌 것으로 예상, 관중 몰이 역시 큰 무리는 없을 전망이다.
문제는 그 나머지 팀들이다.(나머지 팀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말이 아니라) 롯데같은 경우 우리 프로야구의 흥행 보증수표와도 같은 팀이기 때문에 조금도 걱정이 되지 않지만 다른 팀들 같은 경우 꼭 그렇지만은 못한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꼭 수도권을, 서울을 연고로 했다고 해서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팬들도 눈이 있고 귀가 있다. 마케팅에는 신경쓰지 못할지언정 적어도 팀 전력 상승을 위해 노력하고, 진정으로 프로야구라는 전쟁터에 참전해 싸워 이길 의지가 있는 팀들을 팬들은 사랑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팬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안타까운건 정작 당사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모르는 듯 하다는 것이다.)
자, 이쯤에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올 시즌 프로야구가 660만 관중 동원에 성공의 관건은 롯데 이외의 팀들의 흥행여부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는 팀이 바로 두산이다.
수도 서울을 연고로 하고 있고, 이미 갖춰진 수준급의 전력에서 또다시 전력보강이 이뤄졌고, 충분한 스타선수들을 보유한, 언제든지 리그 패권에 도전할 수 있는 두산이야말로 올 시즌 660만 관중 동원에 키를 쥐고 있는 팀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마찬가지로 서울을 연고로 하고 있는 LG나 넥센같은 팀들도 존재하지만 한 팀은 아직까지 리빌딩을 진행 중인 팀이고, 나머지 한 팀은 660만 관중 동원에 걸림돌이나 되지 않으면 감지덕지한 팀이다.
인천을 연고로 한 SK도 후보로 거론될 수 있으나 아무래도 서울을 연고로 한 팀보다는 관중 동원에 있어 조금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이다.(SK가 비 인기팀, 관중이 적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두산의 책임이 실로 막중하다. 이것은 결국 올 시즌 두산이 얼마만큼의 성적을 올리느냐에 달린 문제인데, 지난 4년 동안 두산은 패넌트레이스에서는 2위 두 번, 3위 두 번, 그리고 그러는 동안 두 번의 준우승을 경험했다. 이것은 분명 엄청난 성적이다. 하지만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메울 수가 없다‘ 라는 옛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두산이 꾸준히 가을야구에 진출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만족할 팬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하물며 매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는 팀의 팬들도 팀의 우승을 원하는 판국이다. 두산 팬들의 심정은 오죽하겠는가.
일단 전망은 밝다. 올 시즌 능력 있는 용병 한 명(+능력 있길 바라는 용병 한 명)과 일본에서 돌아온 이혜천의 가세, 그리고 김재환, 윤석민과 같은 전도유망한 예비역들의 합류로 근 몇 년간 가장 강력한 전력을 구축했다는 평을 듣고 있는 두산이다.
모든 팬들이 자신의 팀이 우승하길 바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시즌이 중반 정도 진행되고 자신의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불투명해 진다면 660만 관중의 대업을 이루기 위해 두산을 응원해줬으면 하는 음흉한 속내를 드러내며 글을 마칠까 한다.
// 버닝곰 김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