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을 마치고 시범경기가 시작되기 전, 두산의 새 외국인 선수 라미레즈에 관한 포스팅을 한바 있었다.(링크) 당시 라미레즈의 기량에 대한 의문과 두산에 선택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는데, 일단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봤을 때 두산이 라미레즈 같은 어정쩡한 우완 정통파를 선택한 것은 분명 잘못된 선택이었다.
주먹을 맞대며 라미레즈에 대한 믿음을 표했던 김경문 감독. 그 믿음이 아직까지 유효할까?
라이벌 SK를 예로 들면, SK의 경우는 외국인 선수를 선발할 때 우완 정통파만을 고집하는 편인데, 여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이미 선발진에 김광현과 같은 리그 최고의 좌완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고효준, 이승호(37번), 전병두와 같은 전천후 왼손 투수들도 언제든 선발 등판이 가능한 선수들이다. 거기다 이승호(20번)와 정우람 같은 확실한 셋업맨들 역시 모두 왼손 투수다. 그리고 이 탄탄한 왼손 투수진의 위력을 바탕으로 두산과 삼성을 따돌리고 우승컵을 3번이나 들어올렸다.
바로 이 차이다. 두산에는 좌완 불펜 요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최근 라미레즈의 2군행으로 인해 이현승이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면서 그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결과적으로 선발진에는 일본에서 돌아온 이혜천과 이현승이 좌우 균형을 맞추고 있는데, 그 결과 불펜에는 이제 장민익만이 홀로 왼손 라인을 지키게 되었다.
반면 SK는 선발과 불펜을 막론하고 수많은 좌완을 보유하고 있어, 아무리 좌완이 대세라지만 외국인 투수까지 무리해서 왼손으로 뽑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두산은 억지로라도 끼워 맞췄어야만 했다. 만약 그랬다면 더욱 수월한 마운드 운용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두산의 선택은 우완인 라미레즈였고, 그러한 선택은 설령 라미레즈가 좋은 성적을 거둔다 하더라도 약점을 지적될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라미레즈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의 거듭된 부진을 2군으로 강등됐고, 그나마 확실한 좌완 불펜 카드였던 이현승을 어쩔 수 없이 선발진에 포함시켜야만 했다. 사실 이것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두산 프런트는 그것을 무시했다.
현재로썬 마땅한 대안이 없다. 1군에 포함되어 있는 장민익, 그리고 1군 진입을 노리고 있는 김창훈, 정대현 등, 누구 하나 확실하게 믿음을 주는 선수가 없다. 만약 이들 중 누군가가 터져주지 않는다면, 두산은 이전과 같은 실패를 반복할 공산이 크다. 언제나 중요한 순간 두산의 발목을 잡은 것은 결국 좌완 투수의 부재였다.
그나마 현실적인 해결책은 하나다. 일전에도 언급한바 있지만 꼭 선발 로테이션에 두 명의 왼손 투수가 포함되어야 할 이유는 없다. 야구가 아무리 왼손잡이에게 유리한 스포츠라 한들 국내 대부분의 팀들의 라인업에는 좌타자가 한정되어있다. 상대가 LG나 삼성이 아닌 이상 굳이 다수의 왼손 선발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오히려 수준급 왼손 투수 한 명을 불펜에 배치에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선 감독의 결단이 필요하다. 사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선 김경문 감독이 자기의 고집을 조금은 버릴 필요가 있다. 이전부터 김경문 감독은 로테이션에 두 명 이상의 좌완이 포함된 지그재그 선발진을 구축하고 싶어했다. 결과적으로 그 바람이 이뤄지긴 했으나,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혜천과 이현승 중 누구라도 좋으니 불펜으로 내리는 것이 더 좋아 보인다.
그게 아니면 방법은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는 것뿐이다. 물론 아직은 이러한 말을 꺼내기에 너무 이른 시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라미레즈의 부진이 지속되고, 그로 인해 김경문 감독이 이현승을 활용 방안을 선발로 한정시킨다면, 두산은 외국인 투수 교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그리고 그때 두산의 선택은 당연히 좌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설령 재계약을 포기했던 왈론드라 해도 말이다.
개막까지는 이제 아주 조금의 시간만이 남아있다. 그때까지 두산이 좌완 불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나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버닝곰 김성현 [사진 제공=두산 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