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메이저리그의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는 현지 시간으로 3월 31일, 한국시간으론 4월 1일에 대장정의 시작을 알립니다.
역시 한국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주인공은 올해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한 추신수(29)인데요. 이미 추신수에 대한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의 관심은 상당합니다.
2009년의 추신수는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뒤늦게 빛을 보기 시작한 나이 많은 유망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2008년 후반기의 성적이 아무리 좋았다 하더라도, 그런 식으로 반짝하고 사라지는 20대 후반의 선수가 워낙 많기에 그런 흔하디 흔한 선수 중 하나일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죠.
하지만 2009년에 추신수는 3할-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며 자신을 향한 우려를 불식시킵니다. 그리고 2010시즌이 시작될 즈음의 추신수는 알만한 사람만 아는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전문가들과 진정한 매니아 층에서 인정받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이 시선은 추신수가 2년 연속 3할-20홈런-20도루를 달성하면서 또 한 번 바뀝니다. 이제는 명실상부하게 클리블랜드를 대표하는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가 된 것이죠.
이제 추신수는 전문가와 소수의 열성팬들의 인지 영역에만 국한된 선수가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어지간한 야구팬이라면 그의 이름을 알만한 수준이 된 것이죠. 그러한 인지도 상승은 올 시즌 추신수의 올스타전 참가 가능성을 매우 높게 만들어줄 것이 분명합니다. 각 팀의 코칭 스태프가 뽑는 골드글러브와 실버슬러거 선정에 있어서도 더 이상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겁니다.(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추신수의 올스타전 출장과 실버슬러거 수상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추신수가 기록한 성적은 매우 흡사합니다. 2009년에는 정확히 3할의 타율과 20홈런 21도루 86타점을 기록했고, 작년에는 역시 3할의 타율로 22홈런 22도루 90타점을 기록했지요. 4할을 넘나드는 출루율은 추신수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요소이며, 그 덕분에 추신수는 세이버매트리션들에게 더욱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올 시즌 추신수가 넘어야 할 과제가 두 가지 있다면, 하나는 시즌 100타점 달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5할대 장타율을 기록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추신수는 개막전부터 팀의 3번 타자로 출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디 사이즈모어가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팀의 테이블세터진도 이제 정상궤도로 돌아온 상황이죠. 그렇다면 자신의 생산력이 부족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올 시즌에는 10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할 필요가 있습니다.
5할의 장타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거의 절반만 뛰었던 2008년에는 .549의 높은 장타율을 기록했지만, 지난 2년간 추신수의 장타율은 .489-.484로 답보 상태입니다. 한 팀의 중심타자로서 좀 더 명성을 떨치고 싶다면 최소 5할대에는 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4할의 출루율과 더불어 9할대의 OPS를 기록하게 될 추신수는 명실공히 ‘메이저리그 정상급 만능타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는 최소 연평균 1500만 달러 이상가는 어마어마한 수준의 ‘연봉 대박’이겠지요.
매년 이 맘 때가 되면, 각종 메이저리그 관련 사이트에서는 선수들의 올 시즌 성적 예상을 그들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평가하여 발표하곤 합니다. 미국 현지에서 추신수를 어느 정도로 바라보고 있는지, 지금부터 한 번 살펴볼까 합니다.
▲ MLB.com 판타지 예상 - 22홈런 94타점 91득점 20도루 .295/.404/.491
미국에는 야구 판타지 게임이 아주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판타지 스타’라고 할 수 있는 만능 선수들은 유저들 사이에서 더 인기가 높은 편인데요. 타율과 홈런은 물론 도루까지 해주는 추신수 역시 그런 ‘판타지용 선수’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MLB.com 판타지는 올 시즌 추신수를 전체 랭킹 39위로 평가했는데요, 25인 로스터를 기준으로 해도 750명, 40인 로스터로는 1200명이나 되는 메이저리거들 중에서도 추신수가 최상위 5% 안에 포함된다는 뜻이지요. 지난 몇 년간의 성적을 기초로 한 예상이라, 작년 성적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예상이라는 점은 조금 아쉽네요.
▲ 빌 제임스의 예상 - 20홈런 85타점 88득점 19도루 .299/.393/.480
‘세이버매트릭스의 대부’ 빌 제임스는 시즌이 끝날 때마다 핸드북을 발간해 각종 흥미로운 기록들을 팬들에게 제공하는데요. 그 책에는 빌 제임스가 예상한 차기 시즌 선수들의 성적도 나와 있습니다. 그리고 빌 제임스가 예상한 추신수의 올 시즌 예상 성적은 위와 같습니다. 이 또한 작년 성적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데, 오히려 MLB.com 판타지 보다 못한 성적을 예상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 불만스럽네요.
▲ fangraphs.com의 예상 – 23홈런 111타점 106득점 23도루 .301/.396/.496
알만한 분들은 아는 사이트, 세이버매트리션들이 운영하는 fangraphs.com은 메이저리그 매니아라면 꼭 한 번은 살펴봐야 할 사이트죠. 이곳의 특징은 팬들이 직접 해당 선수의 시즌 성적 예상하게 하여 그 데이터의 평균치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팬들이 예상한 추신수의 올 시즌 예상 성적은 위와 같습니다.
오히려 팬들이 추신수에게 더 높은 기대를 걸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저들 가운데 사심 가득한 한국팬들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도 올 시즌 클리블랜드의 1~2번 타자들이 제 몫만 해준다면 저 성적에 매우 근접한 성적을 내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참고로 팬그래프의 한 칼럼니스트는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외야수 5명을 선정하면서 칼 크로포드, 조쉬 해밀턴, 호세 바티스타, 넬슨 크루즈, 그리조 추신수를 지목했습니다.
▲ MLB The Show 11 시뮬레이션 결과
플레이스테이션3에서 즐길 수 있는 메이저리그 야구 게임인 ‘MLB The Show’ 시리즈는 직접 야구 게임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뮬레이션 기능까지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팬이시라면 예전에 ‘베이스볼 모굴’이라는 게임을 해본 적이 있으실 텐데요. 저 역시 한때 모굴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기억이 나네요. MLB더쇼 역시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니, 시뮬레이션을 돌리다가도 맘이 내키면 중간에 한두 게임은 직접 플레이할 수도 있으니 효용성 면에서는 더 좋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정말 강추 게임입니다.ㅋ)
그 MLB더쇼 2011년판에서 올 시즌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리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객관성을 기하기 위해 총 10번의 시뮬레이션 과정을 거쳤고요. 그 결과 나타난 추신수의 올 시즌 성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역시 게임이다보니 이런 저런 요소들이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다양하게 반영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체로 추신수의 트레이드마크인 3할에 근접한 타율과 20개 이상의 홈런과 도루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회차에 따라 편차가 확실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6번째 결과에서는 33홈런 29도루라는 최고의 성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8홈런 109타점을 기록한 9번째와 비율스탯에서 10번의 결과 중 최고치를 찍은 10번째 결과도 매우 훌륭하죠. 만약 추신수가 올 시즌 이 3번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근접한 성적을 기록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반면, 빈약한 성적을 기록한 시즌도 있었는데요. 특히 비율스탯이 바닥을 친 7번째 시뮬레이션 결과가 가장 나쁜 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20개 이상의 홈런을 예측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편차가 있긴 하지만, 가장 낮은 성적을기록한 시즌도 크게 나쁜 편은 아니지요. 그리고 10번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종합한 평균 성적은 25홈런 88타점 22도루로 지난 2년 동안 추신수가 기록한 실제 성적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총 10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동안 추신수는 8번 올스타에 뽑혔고, 6번째와 10번째에는 아메리칸리그 실버슬러거를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평균치만 되도 만족할 수 있을 테고, 게임이 예상하는 최고시즌에 근접한 성적을 낸다면, 올 시즌의 추신수는 그야말로 메이저리그를 진동시키는 특급 스타로 발돋움하게 될 것입니다.
▲ 시범경기에서의 추신수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전에서의 결과지요. 추신수는 개막을 앞둔 시점에서 몸 상태를 최고조로 끌어 올리는데 성공했습니다. 메이저리거들이 바라는 아주 이상적인 페이스조절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추신수는 19번의 시범경기에 출장해 59타수 19안타 3홈런 18타점 12득점 4도루, 그리고 .322/.412/.593의 배팅라인을 기록하면서 개막전 출격 준비를 마쳤습니다. 당연히 팀 내 모든 타자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성적이며, 메이저리그 전체로 봐도 열손가락에 꼽히는 수준입니다.
무엇보다 뛰어난 타점생산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중요한데요. 실제로 올 시즌 추신수의 성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홈런도, 도루도, 타율도 아닌 바로 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A급 타자의 상징이랄 수 있는 100타점을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저런 요소들을 모두 종합해 추신수의 올 시즌 성적을 3할 25홈런 20도루 100타점 90득점, 그리고 OPS 9할대로 예상해 봅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앞뒤에서 추신수를 도와줄 수 있는 타자들이 나타났다는 점이 고무적이네요. 2011시즌, 유일한 코리언 메이저리거 추신수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해 봅니다.(^^)
// 카이져 김홍석[MLB.com 메인화면 캡쳐, 홍순국의 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