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는 선수 및 감독들의 화려한 입담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그 중 화제의 중심에 있던 선수는 단연 류현진이었다. 한대화 감독은 개막전 선발로 류현진을 발표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라는 수식어를 붙여줬고, 한화 신인 유창식과 LG 신인 임찬규는 나란히 넘고 싶은 선수로 류현진을 지목했다.
류현진에 대한 관심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롯데와 LG의 주장인 홍성흔과 박용택 역시 '류현진을 넘어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누가 뭐래도 이번 미디어 데이의 주인공은 류현진이었다.
포커스에서는 다소 벗어나있었으나 도전적인 발언으로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또 한명의 이가 있었으니, 바로 두산의 간판 김현수다.
지난 시즌 7관왕을 달성한 이대호에게서 빼앗아오고 싶은 타이틀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현수는 대담하게도 '최다안타와 타점'이라고 밝혔다. 물론 김현수 정도면 충분히 이러한 발언을 할 수 있는 선수다. 이미 08, 09 두 시즌 연속으로 최다안타 타이틀을 수상했던 이력이 있는 선수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상대가 이대호라는 점이다. 물론 올 시즌 최다안타 타이틀을 놓고 경쟁할 선수가 꼭 이대호일 것이란 보장은 없으나 기자의 질문에는 '이대호'라는 이름 석 자가 직접 거명되었다.
그렇다면 김현수의 타이틀 수상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간 김현수의 성적으로 비춰 봤을때 결코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타격에서 만큼은 국내 최정상급으로 분류되는 김현수 아닌가. 하지만 홈런 수를 늘리기 위해 배트 무게를 늘리면서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정교한 타격이 다소 감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점은 안타까울 뿐이다.(타격왕을 차지한 08시즌 당시 좌완 투수에게 강점을 보이던 김현수가 좌완에 약점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물론 배트 무게를 늘렸다고 해서 꼭 부정적인 전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해 타격왕을 차지했던 이대호 같은 경우 무려 950g짜리 배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추가설명을 하자면 이승엽과 마츠이 히데키 같은 경우 920g 가량의 배트를 사용한다. 이쯤 되면 이대호가 얼마나 무거운 배트를 사용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김현수는 910g짜리 배트를 사용 중이다. 더불어 스프링캠프동안 950g짜리 배트로 훈련했기 때문에 실전에서 사용 할 910g짜리 배트는 오히려 가볍게 느껴질 것이다. 김현수의 자질과 그간의 성과로 봤을때 올 시즌 최다안타 복귀는 결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설사 그 상대가 이대호라 하더라도 말이다.
앞서도 말했듯 김현수의 올 시즌 전망은 꽤나 긍정적이다. 심지어 스프링캠프 동안 스윙폭을 간결하게 줄이며 3할 타율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던 김현수기에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이대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해 또다시 타격 2위를 차지하며 역대 최강의 2인자로써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는 홍성흔과 주장으로써 절치부심하며 09시즌 타격왕으로써의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는 박용택, 그리고 리그 공수주를 겸비한 리그 최고의 2루수 정근우까지. 모두가 김현수의 경쟁자라 할 수 있다. 이대호만 신경쓰다가는 어느새 위의 선수들에게 추월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성장세, 그리고 천재소리를 들을 만큼의 뛰어난 재능을 갖춘 김현수다. 경쟁자들에 비해 앞서면 앞섰지 결코 뒤쳐져 있다 할 수 없다.
감독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4번 타자로 시작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 시즌 김현수느 붙박이 3번 타자로 활약할 전망이다. 익숙한 자리로 돌아간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더불어 그간 4번 타자로 출장하면서 심적 부담을 느꼈던 김현수로썬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은 상태로 타석에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지난 해 꾸준한 성장세에 다소 제동이 걸린듯한 모습을 보였던 김현수가 올 시즌, 지난 시즌의 부진(?)을 딛고 올 시즌 다시금 ‘히팅머신’으로써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버닝곰 김성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