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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방망이 대신 마이크 잡은 양준혁, 일단 합격!

by 카이져 김홍석 2011. 4. 6.

익숙한 방망이를 내려놓고 마이크를 잡은양신양준혁의 모습은 어땠을까? 올해부터 SBS를 통하여 방송 해설자로 나선 양준혁은 첫 데뷔무대에서 무난한 모습을 선보이며 합격점을 받았다.

 

18년간의 프로선수 생활 은퇴 후 진로에 큰 관심이 집중됐던 양준혁은 지난 1 SBS SBS-ESPN과 해설위원 계약에 사인하며 프로야구 해설가로 변신했다. 양준혁의 첫 방송은 2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린 KIA와 삼성의 개막전이었다. 지상파로 전국에 중계되는 방송사에서 야구중계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개막전부터초짜해설가 양준혁에게 덜컥 마이크를 맡긴 것만 봐도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야구장에서 아무리 강심장을 자랑하던 스타플레이어 출신들도 방송 카메라 앞에 서면 누구나 처음엔 다소 긴장하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양준혁은 첫 방송부터 초보답지 않은 침착하고도 여유 있는 모습이 돋보였다. 해설가로서는 첫 출발이지만 이미 선수시절부터 특유의 입담과 재치로 수많은 방송에 출연하여 끼를 발산하던 양준혁인지라 카메라와 마이크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KIA-삼성의 개막전에서는 배기완 캐스터와, 이튿날 두산-LG와의 경기에서는 임용수 캐스터와 호흡을 맞춘 양준혁은, 특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들의 근황과 몸 상태, 경기 상황에 대하여 시시각각으로 현장감 있는 해설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등판한 투수가 최근에 투구폼을 어떻게 교정했는지, 위력적인 승부구는 무엇인지, 찬스에 선 타자의 심리상태나 스윙법에 대하여 거침없는 언변이 돋보였다. 베테랑 캐스터들의 노련한 리드도 양준혁이 부담 없이 대화를 이끌어갈 타이밍을 잡을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양준혁의 해설에서 돋보이는 부분은 야구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인간미였다. 프로선수로서의 자세나 관중문화 등을 이야기할 때는, 때로 자신의 예전 경험을 고백하며 솔직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을 선보였다. 선수들의 플레이를 평가할 때도 거침없는 독설이나 비판은 자제했고, 프로의식을 강조할 때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잘한 플레이에는 칭찬을 아까지 않았고, 아쉬운 모습을 보였을 때도 선수들의 입장에서 상황을 대변하는 맏형 같은 모습이 두드러졌다.

 

가장 우려했던 발음 문제도 생각보다 무난했다. 양준혁은 사투리 사용에 대해서어설픈 표준어를 쓰면 더 웃기게 보일 것이다. 정확한 표현 전달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는 내 말투를 재미있어 해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겠냐.”며 여유로운 모습을 잃지 않았다. 양준혁의 사투리 억양은 여전했지만, 상황전달이나 언어구사 면에서는 큰 실수 없이 무난한 모습을 보여줬다.

 

양준혁의 해설이 설득력이 가지는 가장 큰 힘은 위대한 선수시절의 기억이 주는 신뢰감이다. 1993년 데뷔해 프로야구 통산 최다홈런, 최다안타, 최다타점 등 도루를 제외한 공격 전 부문 9개에서 최다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누구보다 최고의 자리에서 오랫동안 능력을 인정받은양신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팬들은 그의 해설에 공감하게 된다.

 

단지 신참들이 그렇듯, 의욕이 넘쳐서 조금 앞서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승부처에서 다음 상황을 미리 판단했다가 예상이 빗나가서 머쓱해지는 장면이 한두 차례 나왔다. 양준혁은저라고 다 맞지는 않는다며 애교로 넘어갔지만, 사실 이런 장면은 웬만한 베테랑 해설가에게도 금기시되는 부분 중 하나다.

 

야구는 워낙 다양한 변수를 가지고 있는 스포츠다. 상황이 미리 예측했다가 맞으면 좋지만, 한두 번 빗나가게 되면 해설의 신뢰는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해설가는 예언자가 아니라 경기의 상황을 알기 쉽게 풀어서 전달해주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양준혁은 앞으로의 목표에친구 같은 해설자가 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어렵고 까다로운 야구용어, 비판하고 독설을 하는 해설보다는, 선수-팬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친구처럼 가깝게 호흡하는 양준혁만의감성해설을 기대해본다.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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