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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봄데 vs 끝판왕, 시범경기 반전의 주인공은 누구?

by 카이져 김홍석 2011. 3. 30.

“시범경기 결과를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라는 의문은 프로야구 팬들의 오래된 안주거리였다. 시범경기 성과가 좋았던 팀의 팬들은내친김에 이 기세를 정규시즌까지 가자며 의욕을 불태우는 반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팀의 팬들 같은 경우는시범경기는 그저 연습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하기 마련이다.

 

역대 프로야구에서 시범경기 1위 팀이 한국시리즈에서까지 우승한 경우는 모두 7차례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시범경기 꼴찌였던 팀들이 그 해 정규시즌에서도 꼴찌를 차지한 경우도 4번이나 있었다. 통계적으로 높은 비율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그렇다고 쉽게 무시하기도 어려운 수치다. 1위가 아니더라도 시범경기에서 4위권 이내에 든 팀이 정규시즌에서도 4강 이내에 들 확률은 무려 75%에 이른다.

 

분명한 것은 정규시즌이 결과를 이끌어내는데 초점을 맞춘다면, 시범경기는 단지 과정상의 참고자료라는 점이다. 시범경기에서 나온 수치를 무시할 수 없지만, 연습과 실전은 분명히 다르다.

 

올 시즌 시범경기의 최고 화두는 극과 극을 달린 롯데와 SK의 성적이었다. 지난 27일 마친 시범경기에서 롯데가 8 5패로 1위를 차지한 반면,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 SK 4 8패로 꼴찌에 그쳤다.

 

롯데는 지난 2009년부터 3년 연속 시범경기 1위를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예전부터 롯데는 봄 시즌인 3~4월에 유독 강하다고 해서봄데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롯데팬들에게는 그리 달가운 별명만은 아니다. 소위엘롯기 동맹이라 불리던 시절, 항상 시즌 초반에만 반짝 잘나가다가 뒷심부족을 드러내며 중하위권으로 주저앉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던 탓이다. 오죽하면 롯데 팬들조차 시범경기 성적에 대하여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지난 3년간은 시범경기에서의 좋은 성적을 시작으로 정규시즌에서도 꾸준히 4강에 오르면서 시범경기 성적이 완전히허당은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4강이 아니라 우승에 초점을 맞추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롯데는 올해를 포함하여 시범경기에서만 무려 9차례나 1위에 올라 이 부분 최다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시리즈 우승은 단 2회뿐. 특히 정규시즌의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롯데는 단일리그제 도입 이후 단 한번도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해본 적이 없는 팀이다. 자칫 설레발이 될까 싶어, 이젠 롯데 팬들도 시범경기 결과만 놓고 좋아하기 망설여지는 이유다.

 

그래도 자신감만은 부정할 수 없다. 최근 구단 역사상 최초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롯데 선수단은 어느 때보다 자신감에 넘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드러난 롯데 특유의 막강 화력을 바탕으로 한 공격야구 컬러는 올해도 변함이 없었다.

 

시범경기 타격 1위를 차지한 홍성흔을 비롯하여 이대호-김주찬-손아섭-조성환-박종윤-강민호 등 주력 타자들이 모두 3할대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 마운드 역시 송승준, 브라이언 코리, 장원준, 이재곤 등의 선발투수들이 대부분 안정된 구위를 보여줬다. 손민한까지 부상을 털고 무사히 복귀하고, 유일한 약점인 불펜진마저 어느 정도 받쳐준다면 그야말로 투타에 걸쳐 최근 몇 년간 최강의 전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롯데는 올 시즌 목표를 최소한 2위 이상으로 잡고 있다. 최소한 플레이오프 정도는 직행해야 숙원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3년간 준플레이오프에서 느껴야 했던 아쉬움 때문에, 롯데 구단이나 팬들은 이제 더 이상 가을잔치 참여 정도로 만족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8개 구단 중 가장 오랜 시간인 무려 19년 동안이나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는 절박함도 올해 정규시즌에 이를 갈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디펜딩 챔피언’ SK는 시범경기에서 4 8패라는 의외의 성적에 그쳤다. 결과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김성근 감독이 벌써 여러 차례 올 시즌 SK의 전력에 우려를 금치 못했기에 마냥 예사롭게 보이지만은 않는다.

 

실제로 시범경기 이후 세간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엇갈린 것도 바로 SK였다. 야구전문가들은 대체로 SK가 시범경기에서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에는 의견이 일치한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이 과연 일부러 전력을 감춘 것이냐, 아니면 처음부터 정상적인 전력이 아니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시범경기와의 상관관계를 놓고 보면 SK 2007년 이후 시범경기에서 매년 5-8위권에 그쳤지만 정작 최종 순위는 1 3번과 2 1번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시즌 초반 팀 전력을 좋게 평가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단순히엄살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시즌을 거듭하면서 초반의 약점을 만회하고 팀 전력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팬들 사이에서 불리는 SK의 별명은끝판왕이다. 설사 과정상의 고비가 있을지라도 어쨌든 SK가 올해도 한국시리즈 우승의 가장 강력한 후보라는데 의심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SK를 제외한 나머지 7개 구단은 어쨌든 ‘SK를 이기는 팀이 최종우승을 차지한다는 공식에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하지만 SK는 우승하던 해에도 결코 선수구성이 압도적으로 좋은 팀은 아니었다. 특히 4년 전 첫 우승 때와 가장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그때에 비해 주전들의 연령대는 높아지고 백업 선수층은 오히려 더 얇아졌다는 점이다. 최근 4년간최약체 전력이라는 김성근 감독의 걱정이 단지 엄살이 아니라면, 올 시즌의 SK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도전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시범경기는 이제 끝났다. 지금부터는 드디어 실전의 시간이다. 봄데와 끝판왕, 과연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의 상관관계를 뒤집을 반전의 주인공은 어느팀이 될까?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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