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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두산 라미레즈 조기퇴출, 차라리 다행이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4. 7.

두산의 매니 라미레즈, 아니 라몬 라미레즈가 사실상 퇴출이 결정된 가운데 결별 수순을 밟고 있다. 아직은 국내에 머물러 있지만, 이미 구단 측은 대체 선수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가 물색되면 라미레즈는 한국을 떠나야만 한다. 실력 없는 용병의 마지막은 언제나 이렇게 처량하다.

 

두산은 지난 오프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 선발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 니퍼트를 영입한 것까진 좋았지만, 나머지 한 명을 찾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됐다스프링캠프가 한창이던 2 10일이 되어서야 라미레즈를 영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결국 1군에서 단 1구도 던져보지 못한 채 함량미달이라는 평가 속에 퇴출이 결정되고 말았다.

 

어쩌면 두산과 라미레즈의 조합은 처음부터 어울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애당초 두산에 필요한 선수는 라미레즈 같은 우완정통파 투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아예 이른 시점에서 퇴출이 결정된 것이 두산의 입장에선 차라리 다행스런 일인지도 모른다.

 

라미레즈의 영입은 명백한 실수

 

두산의 경우 야수진에서는 거의 약점을 찾아볼 수 없다. 정교함과 파괴력을 두루 갖춘 타선이 벌써 몇 년째 그 위력을 뽐내고 있으며, 그 선수들이 수준급 수비력까지 겸비하고 있다. 스타팅 멤버와 백업 간의 격차가 거의 없을 정도로 두터운 선수층을 구축하고 있는 두산의 야수진은 다른 모든 구단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한 경기도 못뛰고 퇴출되니 억울할 수도 있겠다

두산의 약점은 투수진에 있다. 크게 둘 정도로 살펴볼 수 있는데, 하나는 선발진이 약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투수진에 좌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바로 이 두 가지 약점이 두산의 우승을 매번 가로막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발진의 공백은 항상 외국인 선수로 채워왔다. 작년에도 히메네스가 좋은 활약을 보였고, 올 시즌 합류한 더스틴 니퍼트도 메이저리그에서의 경력을 감안하면 정말 좋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에이스와 김선우의 원투펀치를 제외하면 두산의 선발진은 항상 물음표였다.

 

또한, 두산은 최고 수준의 불펜을 갖추고 있지만, 임태훈-이용찬-정재훈은 모두 오른손 투수고 고창성은 잠수함이다. 이들과 동급의 우수한 좌완 투수가 없다는 것은 SK 같은 좌타자 라인이 강한 팀과 상대할 때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두산이 전문가들로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것은 이혜천의 복귀 때문이다. 이혜천이 선발진에 가세하면서 두산은 오랜만에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 투수를 로테이션에 포함시킬 수 있었다. 또한, 불펜에는 작년에 구원투수로 전향한 이후 매우 뛰어난 피칭을 보여준 이현승이 있다. 이 두 명의 왼손 투수들 덕분에 두산 투수진에 대한 평가가 달라졌던 것이다.

 

남은 것은 마지막 화룡정점. 니퍼트 외의 외국인 투수를 왼손 선발요원으로 영입하면 올 시즌 우승을 향한 두산의 밑그림이 훌륭하게 완성될 수 있었다. 그런데 두산의 선택은 니퍼트와 마찬가지로 오른손 투수인 라미레즈였다. 이미 여기서부터 두산의 계획이 꼬이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 찾을 대체 용병은 무조건 좌완!

 

라미레즈가 좋은 기량을 보여주면서 선발진에 정착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것이다. 니퍼트-김선우-이혜천-라미레즈로 이어지는 선발진과 좌완 이현승이 포함된 불펜이 정상 가동되었다면, 그 또한 충분히 위력적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선발진과 불펜에 좌완이 한 명씩밖에 없다는 것은 잠정적인 불안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선발진에 구멍이 생겼을 때 그 대체요원 1순위가 다름 아닌 이현승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 현재도 라미레즈의 공백을 이현승이 대신하고 있으며, 그 덕에 두산의 좌완 불펜은 안정감이 부족한 장민익이 홀로 지키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라미레즈의 자리를 대신할 새 외국인 선수는 무조건 좌완이어야 한다. 꼭 선발 요원일 필요도 없다. 지금 현 시점에서 좋은 기량의 투수를 찾기는 쉽지 않으며, 그게 선발 요원이라면 더더욱 힘들다. 차라리 불펜에서의 경험이 많은 좌완 투수를 찾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두산에는 선발로도 활약할 수 있는 이현승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친구보다는 나아야 한다

대체 선수의 수준은 지난해 뛰었던 왈론드보다 조금 나은 정도면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이혜천-이현승-좌완 용병, 이렇게 3명 중 최소 한 명은 불펜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 불펜 요원이 외국인 투수라 하더라도 상관 없다는 점이다. 투자 대비 효율을 극대화시키고자 한다면 15승급 선발 투수가 영입되길 바라야겠지만, 그건 로또나 마찬가지다. 두산에는 쓸만한 좌완 불펜요원이 가세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힘이 되기에 굳이 복권 구입에 목을 매달 필요가 없다.

 

시즌 초반에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것은 달갑지 않은 일이나, 차라리 극 초반이기에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아 있고, 반전의 기회도 충분하다. 지금 이 시점이라면 메이저리그 로스터에서 탈락했지만, 불펜에서는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왼손 투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투수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 왈론드보다 조금만 나으면 된다. 그 정도도 실행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두산 프런트의 능력을 의심해봐야 할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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