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롯데의 고민 ‘돌방망이’ 이승화 딜레마

by 카이져 김홍석 2011. 4. 11.



사람들이 롯데의 야구를 재미있어하고 좋아하는 이유는 특색 있는 선수들이 각기 다른 색깔을 내는 그들만의 야구를 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롯데에 만능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투수건 타자건 간에,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선수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어찌 보면 참으로 특이한 팀이다.

 

롯데의 타선이 강한 것은 그만큼 수비에서의 약점을 감수하고서라도 타격이 강한 선수들을 전면 배치시킨 결과다. 홍성흔과 이대호가 대표적이며, 김주찬의 외야 수비도 보는 이들의 심장을 벌렁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 세 명은 모두 지명타자가 어울리는 선수들로, 이들이 글러브를 끼고 그라운드로 올라온다는 것 자체가 일정 수준의 리스크를 안고 경기에 임하는 셈이다.

 

게다가 롯데 양승호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수비 라인의 개편을 시도했다. 박기혁의 군입대로 인해 비롯된 이 움직임은 3루수를 보던 황재균을 유격수로, 중견수였던 전준우를 원래 포지션인 3루수로, 3루수를 보던 이대호를 1루수로 연쇄 이동하게 만들었다. 전체 경기의 40% 가량을 1루수로 출장했던 김주찬은 올 시즌부터 외야수로 고정되었고, 타선의 유동성을 발휘하기 위해 유사시 홍성흔이 좌익수를 맡아볼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이는 올 시즌 롯데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아주 큰 도전이자 모험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타격이 훨씬 더 중요한 듯 보이지만, 실제 야구에서 타격과 수비가 승패에 미치는 영향은 50:50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이 도전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롯데의 올 시즌 성적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사실 이 수비라인 이동은 매우 큰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 움직임으로 인해 롯데는 1루수, 유격수, 3루수, 좌익수의 4개 포지션에 8개 구단 최악의 수비수들을 배치하게 됐다. 전준우와 황재균의 경우, 중견수와 3루수일 때는 평균 이상의 수비를 보여줬지만, 3루수와 유격수로는 그렇지 못하다. 이대호는 1루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오히려 강한 송구를 통해 발휘되는 강견의 이점마저 잃어버렸으며, 김주찬은 원래 글러브를 쥐어주면 안 되는 선수다.

 

지금처럼 손아섭이 부상을 당해 홍성흔이 좌익수로, 김주찬이 우익수로 출장하면 블랙홀 수준의 수비 포지션은 5개로 늘어난다. 기존의 2루수 조성환과 외야수 손아섭, 포수 강민호의 수비도 평균 이하다. 한 마디로 롯데의 수비 라인은 그 자체로 시한폭탄인 셈이다. 게다가 지금까지 언급한 선수들은 손아섭을 제외하면 모두 우타자들이다. 가르시아의 퇴출로 인해 상대 팀들이 공략하기 좋은 우타 일색의 라인업이 만들어져 버렸다.

 

양승호 감독이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택한 것이 바로 이승화의 중용이었다. 이승화는 발 빠른 좌타자다. 그리고 김강민, 이종욱 등과 더불어 현존하는 최고의 외야 수비수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빠른 발과 강한 어깨를 가졌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외야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승화는 천부적으로 수비의 재능을 타고난 선수다.

 

양승호 감독은 그런 이승화를 선발 중견수 겸 8번 타자로 낙점하고 시범경기부터 테스트에 들어갔다.(지금 이승화가 2번으로 출장하는 것은 손아섭이 없기 때문이다) 수비범위가 넓은 이승화가 외야의 한 가운데를 책임져준다면, 코너 외야수들의 부실한 수비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리고 시범경기에서의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수비는 말할 것도 없고, 타석에서도 28타수 8안타(.286) 2도루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다.

 

애당초 타격에서 큰 기대를 한 것은 아니다. 이승화는 25푼 정도의 타율과 3할대 출루율만 기록하면 그걸로 족하다. 풀타임으로 출장하면 30개 이상의 도루와 더불어 상대 수비진을 휘저어 놓을 수 있는 훌륭한 주자이기도 하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이 정도만 해주면, 이승화는 올 시즌 롯데의 승부수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정규시즌이 개막하고 나니 타격이 발목을 잡고 있다. 18타수 무안타 8삼진 타율 제로’. 지금까지 한 일이라곤 볼넷을 하나 얻어낸 것이 전부다. 개막 이후 4경기 연속 그를 선발 출장 시키던 양승호 감독도 결국 5번째 경기에선 그를 뺄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로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부진한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 무거운 돌방망이를 든 듯 스윙조차 해보지 못하고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나는 그의 모습에 팬들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이승화의 답답한 타격에 분노한 일부 팬들은 이승화를 2군으로 보내라며 벌써부터 아우성이다. 하지만 그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이 상황에서 이승화를 빼면 롯데의 수비진은 말 그대로 모래성처럼 형체도 없이 허물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승화의 공백을 이인구 정도로 매운다는 것은 택도 없고, 홍성흔()-김주찬()-손아섭()으로 외야진을 꾸린다는 것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름길이다.

 

지금 당장 이승화의 부진으로 인해 타격에서 잃는 점수가 많아 보이지만, 막상 이승화가 빠지면 그 이상의 점수를 수비에서 내줄 위험이 있다. 그렇다고 전준우와 황재균을 다시 중견수와 3루수로 보내는 것도 쉽지 않다. 아직 1군에서의 경험이 많지 않은 전준우에게 수비 부담이 적지 않은 2개의 포지션을, 그것도 수비 매커니즘 자체가 완전히 다른 내야와 외야의 포지션을 동시에 맡긴다는 것은 타격에서의 악영향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또한, 황재균이 3루로 가면 문규현이 유격수를 맡으면 되지만, 그럴 경우 그들의 뒤를 받칠 백업 유격수가 전무한 실정이다.

 

지금 롯데의 수비 포지셔닝에 있어, 이승화의 수비력은 3할 타자의 공격력보다 훨씬 비중이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현 상황에서는 이승화를 지금처럼 중용하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뺄 수도 없다. 수비에서의 문제는 원래부터 있어 왔던 것이고, 양승호 감독 나름대로는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노림수를 택했지만, 지금까지는 성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황금배트와 돌글러브를 함께 쥔 선수들이 많은 롯데에서 황금장갑과 돌방망이를 쥐고 있는 이승화의 존재는 다소 특이하다.(박종윤도 마찬가지) 하지만 그런 만큼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이승화가 잘해줘야 올 시즌 우승을 향한 롯데의 길이 힘차게 열릴 수 있다. 일단은 이승화에게 좀 더 기회를 주어 그가 타격에서 살아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 롯데의 현실이자 딜레마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최신글] 끝내기 찬스에서 강민호 번트? 이건 아니잖아!


 view on 추천을 해주시면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