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두산의 주전 마무리 투수였으며, 올해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이용찬(22)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9일 두산 구단은 컨디션 난조를 보이고 있던 이용찬을 2군으로 내려 보냈다. 이로써 이용찬은 사실상 마무리 투수 후보에서 탈락했고, 그를 대신해 임태훈(22)이 두산의 주전 마무리로 나서게 됐다.
▲ 난조의 원인은 심리적 문제
이번 이용찬의 2군행은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그 뒷맛이 더 씁쓸하다.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젊은 투수가 단 한 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시즌이 한창이던 지난해 9월 6일,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다가 뺑소니 사고를 일으켰던 불미스런 사건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후 그는 연봉 동결 및 잔여시즌 출장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커리어에 오점을 남겼다. 이후 두산은 그를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시키려 했다가 팬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결국 그는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고, 이 일은 또 한 번의 적지 않은 충격을 이용찬에게 안겼다.
어린 선수가 연이어 이런 일을 겪었으니, 자신의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라 하더라도 심적인 타격이 없을 수가 없다.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이용찬이 작년과 같은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을 두고 “자신의 공을 믿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계속해서 도망치는 피칭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용찬의 고민은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고 있다. 그런데 아직 마음먹은 대로 잘 안 된다.”는 것이다. 몸 상태가 나쁜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심리적인 문제로밖에 볼 수 없으며, 이것을 극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은 한 순간의 실수에서 비롯된 일이다.
모름지기 프로 선수라면 그라운드 안팎에서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했을 때는 그 대가를 치르기 마련이다. 이용찬의 선배들 중에도 그런 선수들이 간혹 있었다.
▲ 술 때문이야? 그럼 왜 자재를 못해!
프로야구 초창기 시절만 해도 야구선수들 사이에서는 과음한 다음날 취기가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경기에 출장하는 것을 당연시 하기도 했다. 야구계의 대표적인 ‘두주불사’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이 현역이던 시절, 경기 당일 해가 뜨는 시간까지 술을 마신 후 오후에 열린 시합에서 완봉승을 거두었다는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전해질 정도다.
프로야구 선수는 성인이다. 그렇기에 술을 마신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히, 김영덕 전 감독은 그 날 등판했던 선발 투수들의 피로를 풀어 주고자 숙소에 맥주 한두 캔을 넣어주기도 했다고 한다. 이 정도의 적당한 음주는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그러나 그것을 자제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술을 마시는 것과 그 상태에서 운전을 하는 것은 완전 별개다. 음주운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범죄 행위이기 때문이다.
음주 운전으로 가장 곤욕을 치른 선수는 다름 아닌 정수근이었다. 두산과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FA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던 정수근은 선수 시절 내내 빠른 발로 상대 투수들을 괴롭히던 전형적인 재간둥이였다. 또한, 관중들을 향한 쇼맨쉽도 잊지 않을 만큼 ‘스포테인먼트’의 기질을 자랑하기도 했다. 적어도 그라운드 안에서의 정수근은 팬들의 사랑을 받는 멋진 선수였다.
그러나 그라운드 밖에서는 달랐다. 그는 여러 차례 사고를 일으키며 ‘그라운드의 악동’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을 얻었고, 그 중에는 음주와 관련된 불미스런 사건도 몇 번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은 그로 인해 은퇴를 하게 되었으나, 은퇴 이후에도 또 다시 음주 운전 사고를 일으키는 바람에 팬들의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박기혁 역시 음주운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이미 2001년과 2003년에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된 전례가 있었는데, 2010년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탈락한 이후 입대를 1주일 앞두고 또 다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세 번이나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한 그를 향해 팬들이 거센 비난을 쏟아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최근에는 프로 입단 이후 만취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은 삼성의 신인 김준희(23)가 구단으로부터 임의탈퇴 처분을 받아야 했다. 베테랑이냐 신인이냐를 떠나 프로에 입문한 선수라면, 인내심도 필요한 법이다. 그들의 실수는 술 때문이 아니다. 참아야 할 때 참지 못하고 부족한 자제력을 드러낸 본인들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을 뿐이다.
이 외에도 프로야구 선수가 ‘마약사범’으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경우도 있었다. 재일교포 투수 장명부가 대표적인데, 그는 1991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되어 한국 프로 야구계에서 영구 제명됨은 물론, 국내 입국 자체가 금지됐다. 이렇듯 초창기 재일교포 선수들은 야구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 ‘어두운 면’을 가르치기도 했다.
야구팬들의 눈은 바보가 아니다. 선수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매의 눈’으로 지켜본다. 그 사건이 크건 작건 간에, 선수들이 정신을 차리고 항상 ‘프로다운 행동’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유진 김현희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