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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마스크 벗긴 김재환, 김경문의 탁월한 선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4. 14.



한 때 두산의 안방을 지켜오던 홍성흔은 훤칠한 외모와 쇼맨쉽으로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 거기다 팀의 주장으로 솔선수범하며 야구도 잘하고 믿음직스럽기까지 한 엄친아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두산의 마스코트로 자리잡았었다. 하지만 그러한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두산이 SK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며 라이벌 구도를 형성해가던 2007. 당시 홍성흔은 부상으로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러한 그를 대신해 안방을 차지한 선수는 현재 삼성 소속으로 활약 중인 채상병이었다. 하지만 홍성흔이 부상에서 완쾌되고 난 후에도 두산의 주전 포수는 여전히 채상병이었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은 과감히 홍성흔의 마스크를 빼앗아 버렸다.

 

반발이 심한 것은 당연했다. 줄곧 포수 마스크를 쓰고 팀의 안방을 책임져온 선수에게 하루 아침에 마스크를 벗고 동료들이 한창 수비할 때 덕아웃이나 지키라니, 오죽 답답했으면 트레이드 요청까지 했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김경문 감독의 억지스러운 고집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2008년 시즌 개막과 동시에 입증되었다. 그 해 홍성흔은 당시 팀 동료였던 타격머신김현수와 함께 타율 부문 선두 경쟁을 벌이며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누구도 알지 못했지만 홍성흔은 포수 마스크 뒤에 가려져 있던타격천재였던 것이다. 지금까지 홍성흔의 활약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홍성흔은 포수로써도 분명 좋은 선수였으나, 지명타자로 변신한 이후의 홍성흔은 특급 타자가 되어버렸다. 포수 마스크를 벗음으로 인해 그의 가치가 급상승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현재 두산에는 그의 전철을 밟는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지난 시즌 상무 소속으로 2군에서 3할 타율과 20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2군 무대를 평정한 김재환이 팀으로 복귀한다는 소식에 두산 팬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요즘처럼 거포가 귀한 세상에 또 한 명의 거포 유망주가 팀에 합류했으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재환을 무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준 상무에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두산의 안방은 이미 지난 시즌 김재환과 비슷한 절차를 밟아 신인왕까지 수상한 양의지가 떡 하니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임재철과 함께 신들린 방망이를 보여준 용덕한이 대기번호표 2번을 들고 뒤에 서었다. 도무지 김재환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김재환이 방망이 하나로 2군 무대를 평정했다 한들, 1군에서 20홈런을 터뜨린 양의지에 견줄 수 없고, 수비에서는 용덕한과 비교의 대상조차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그의 방망이를 눈여겨봤고, 기회를 부여하기로 결정한다. 고작 2군에서의 활약이 전부인 선수에게는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 이번에도 포수 마스크를 벗는 것이 조건이었다.

 

우리는 그 동안 2군 무대를 호령한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실패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봐왔다. 물론 그 중에는 김상현처럼 기량이 만개하는 케이스도 있었지만, 이건 정말이지 가뭄에 콩 나는 수준에 불과했다. 심지어 김상현은 신데렐라가 되기 전 무려 6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왔다. 이렇듯 2군에서의 성적은 쉽게 믿을 것이 못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2군에서의 성과를 완전히 무시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드문 케이스긴 하지만 2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라면 누구든지 김상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김상현의 성공이 2군 선수들에게 크나큰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김경문 감독 역시 이러한 점을 의식이라도 한 듯 김재환에게 기회를 약속했다. 김상현이 뒤늦게 잠재력을 폭발시킬 수 있었던 것 역시 조범현 감독의 무조건적인 신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재환은 13일 롯데와의 경기에 지명타자 겸 6번으로 출장해 3안타 4타점을 기록하며 10-2의 대승을 이끌었다. 더디긴 해도 조금씩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김상현은 28살이 되어서야 꾸준한 기회를 부여 받았고, 홍성흔은 32살이 되어서야 마스크를 벗었다. 반면 올해 마스크를 벗음과 더불어 기회를 얻기 시작한 김재환은 이제 겨우 23살에 불과하다. 창창한 그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 버닝곰 김성현[사진제공=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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