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이후 8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던 LG가 달라졌다. 한때 5016일 만에 1위를 차지하더니 지금도 .615의 좋은 승률을 기록하며 절대 강자 SK에 이어 2위에 위치해있다. 아직 시즌 초반에 불과하지만, 현재까지 LG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아주 긍정적이다. 어떤 점이 달라졌기에 LG가 첫 스타트가 이리도 좋은 것일까?
▲ 달라진 선발투수들
야구에서 높은 승률을 오랜 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균 이상의 투수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LG는 예년에도 초반에는 좋은 승률을 보인바 있지만, 그때는 타선의 힘으로 승리를 챙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공격력으로 높은 순위를 유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타격은 기복이 심하기에 투수력이 약한 팀은 타격감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연패의 수렁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음에도 LG 투수들의 성적은 그 동안 최악에 가까웠다. 특히 LG는 최근 몇 년간 고질적인 선발투수 부재에 시달렸다. 봉중근을 제외하면 사실상 5이닝 이상을 안정적으로 막아줄 선수가 없었던 것이 LG의 현실이었다. 다음은 작년의 LG와 올해 LG의 선발투수 기록이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가장 좋지 못한 선발진을 보유한 팀이 바로 LG 트윈스였다. 선발투수들의 평균자책, 퀄리티 스타트 횟수 및 확률, 선발투수들의 게임당 투구이닝 등에서 모두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혼자 18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봉중근을 제외하면 나머지 LG 투수들은 다 합쳐서 16번밖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이처럼 LG가 뛰어난 공격력을 보유하고도 6위에 머무른 것은 부진한 선발투수들 탓이 가장 컸다.
하지만 올해는 시작이 좋다. 우선 새로운 외국인 투수들인 리즈와 주키치가 인상적인 투구를 보이고 있다. 리즈는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 중이지만, 세 번의 등판에서 모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주키치는 세 번 등판에서 퀄리티 스타트는 1번 밖에 기록하지 않았지만, 투구이닝이 적어서 그랬을 뿐 평균자책은 2.70로 매우 좋아 LG 팬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의 활약이 전부가 아니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영입한 박현준의 호투도 눈부시다. 박현준은 3경기에 선발로 나와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2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패한 경기에서도 4점을 내줬지만 6⅓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올해 박현준의 활약을 기대하는 전문가와 팬들이 많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심수창은 아직 다소 불안한 모습이지만, 지난 16일 롯데전에서 올 시즌 처음 등판한 김광삼은 5⅔을 1실점으로 막고 승리를 거두는 좋은 출발을 보였다. LG의 에이스 봉중근도 복귀를 앞두고 있다. 봉중근이 작년과 같은 활약을 보이고 리즈, 주키치, 박현준의 호투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올 시즌 LG는 9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 문제는 마무리 투수
선발진의 바통을 이어받은 불펜 투수들도 현재까지는 아주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시즌 LG의 구원투수들은 42⅓이닝을 소화하면서 2.76의 뛰어난 평균자책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리그에서 네 번째로 좋은 기록이다. 작년 LG의 불펜 평균자책이 4.5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발진 뿐 아니라 투수진이 전체적으로 선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불펜의 중심을 잡아줘야 할 마무리 투수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 LG의 마무리로 낙점 받은 김광수는 3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2번을 성공했고 1번은 실패했다. 두 번의 세이브에서도 그다지 안정적인 모습은 보이지 못했다. 김광수는 현재 .375의 피안타율을 기록 중이며 2.25의 WHIP을 기록하며 팬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WHIP=(안타+볼넷)/이닝]
한동안은 김광수에게 조금 더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지금과 같은 불안한 모습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선발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리즈와 봉중근 등 다른 투수가 불펜으로 전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LG 선발진의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LG가 지금과 같은 모습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김광수가 하루 빨리 안정을 되찾든, 아니면 이동현, 신정락, 김선규 등 다른 후보군들이 더욱 분발해야 할 것이다.
▲ 시험대에 오른 박종훈 감독의 운영 능력
감독 2년차를 맞이한 박종훈 감독의 리그 운영 능력도 중요하다. 리즈와 주키치가 초반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 LG 성적에 기대를 거는 팬들이 많아졌다. 야수진도 좋은 상황이다. 이병규와 박용택 등 베테랑 타자들이 팀 공격력을 이끌고 있으며, 이택근도 복귀하는 등 타선은 더욱 강화됐다. 아직 이진영이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LG 타선은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득점을 기록 중이다.(경기당 평균 5.0점)
하지만 지난 14일 삼성전에서 차우찬이 상대 선발로 나오자 전날 5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박용택과 5타수 3안타를 기록한 이병규를 왼손 타자라는 이유로 스타팅 멤버에서 제외했다. 결과적으로 우타자들이 전진 배치된 LG 타선은 차우찬에게 1점만을 뽑는데 그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이병규는 다른 좌타자들과 마찬가지로 좌완에게 약한 편이지만, 박용택은 그 동안 오히려 오른손보다 왼손투수에게 더 강한 모습을 보여온 특별한 왼손 타자다.(아래 표 참조)
박종훈 감독의 실수는 오래 가지 않았다. 다음날 열린 롯데전에서 LG는 장원준을 상대 선발로 맞이했는데, 이 경기에서 박종훈 감독은 박용택과 이병규를 4,5번으로 선발 출장시켰고, 둘은 9타수 4안타를 합작하며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특히 박용택은 장원준을 상대로 2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장원준을 무너뜨리는데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다.
올해의 LG는 예년과 다른 모습을 보이며 4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높이고 있다. 박종훈 감독이 2년 만에 리빌딩에 성공하면서 좋은 성적을 거둘 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좋은 분위기로 팀을 이끌고 있다. LG팬들 역시 현재 팀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에 만족하고 있다.
타선과 선발진이 뛰어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마무리만 안정화된다면 올해 LG 팬들은 9년 만의 가을 잔치를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프로야구에 또 다른 바람이 불어온다는 것을 뜻한다.
// Lenore 신희진 [사진제공=LG 트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