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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양승호-황보관, “감독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by 카이져 김홍석 2011. 4. 25.

2011년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프로축구 FC 서울의 공통점은? 바로 해당 종목에서 요즘 가장 (Hot)’한 감독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경기장을 찾을 일이 있다면 홈팬들 앞에서 이들의 이름을 함부로 거론하는 일은 삼가는 것이 좋다. 혹시 당신이 두 감독과 관련이 있거나 이들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 이는 모두 당신의 평화로운 경기관람과 생명의 안전(?)을 위해서다.

 

두 감독은 올 시즌 나란히 롯데와 서울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 두 팀은 각각 야구와 축구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층을 보유한 인기구단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전임자가 모두 외국인 감독이었고, 전임자 체제에서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올 시즌 두 감독의 아이러니한 닮은꼴 운명은, 바로 개막 한두 달도 안된 시점에 홈팬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으로 낙인 찍혔다는 데서 완성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롯데와 서울은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항했으나,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극도의 부진에 빠지며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원정도 아니고 안방에서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는 감독을 상상해본 일이 있는가. 요즘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롯데와 서울의 팬들은 입만 열면 감독을 성토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양승호 감독은 휴대폰으로 끊임없이 팬들의 협박과 비난문자가 쏟아지는 바람에 결국 번호를 변경했고, 황보관 감독도 서포터즈들의 따가운 눈총에 바깥출입도 자제할 만큼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 그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을까?

 

롯데는 지난해 구단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업적을 세웠다. 당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No Fear’를 슬로건으로하는 공격적인 야구로 돌풍을 일으키며, 롯데의 암흑기를 청산하고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으로 이끌었다. 타격 7관왕 이대호를 필두로 한 롯데의 핵타선은 역대 최강이라 평가받을 정도의 뜨거운 방망이로 구도부산 팬들을 열광시켰다. 비록 단기전에서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음에도 로이스터 야구에 대한 부산 팬들의 지지는 절대적이었다.

 

서울은 지난해 포르투갈 출신 넬로 빙가다 감독 체제하에서 K리그와 컵대회 우승의 더블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K리그 우승은 무려 10년만이었고, 서울로 연고지와 팀명을 바꾼 이후로는 최초의 기록이었다. 세대교체의 초석을 닦았지만 아쉽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던 세뇰 귀네슈 감독의 뒤를 이은 빙가다 감독은 안정된 공수밸런스를 바탕으로 한 점유율 축구로 서울의 무관 징크스를 떨쳐냈다. 서울은 관중동원에서도 1위를 기록하며 성적과 마케팅에서 모두 K리그 구단들의 모범사례로 떠올랐다.

 

하지만 올 시즌의 두 팀은?

 

롯데는 현재 5 2 11패라는 부진한 성적으로 7위에 처져있다. 지난 21일에는 한때 꼴찌로 내려앉기도 했다. 단기전에서 기대에 못 미친 성과를 거뒀다는 이유로 로이스터 감독과 결별한 롯데는, 양승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올 시즌 시범경기 1위라는 당초 기대가 무색하게 초반부터 난조에 빠지며 추락하고 말았다. 핵타선으로 꼽히던 롯데의 방망이는 지금 현재 팀타율 7(.238), 홈런 7(8), 득점 6(68)로 바닥을 밑돌고 있다.

 

서울은 어떠한가. 전년도 K리그 챔피언이었던 서울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1 3 3(승점6)라는 최악의 성적으로 14위에 처져있다. 지난해 정규시즌 우승 당시 58득점 26실점으로 극강의 공수밸런스를 자랑했던 서울이지만, 올해는 7경기에서 단 6득점 10실점에 그치고 있다. 지금까지 패한 3번의 경기에서는 모두 무득점에 그쳤고, 라이벌 수원은 물론이고 한 수 아래로 꼽히던 전남과 신생팀 광주에게까지 일격을 당했다.

 

두 팀의 갑작스러운 몰락은 그 원인이 특별한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미스터리라는 점에서 그 비난의 화살이 바뀐 감독들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롯데는 지난해에 비하여 선수구성이 크게 바뀐 점이 없다. 서울은 정조국, 김진규 등 우승 주축 몇 명이 이적하기는 했지만, 이대로 무너질만한 전력은 절대로 아니라는 평가다.

 

전임자들이 뛰어난 성적을 올린데다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던 상황에서, 후임감독들의 운신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로이스터 롯데 전 감독과 빙가다 전 서울 감독은 모두 나름대로 능력을 인정받았고 선수들이나 팬들과의 관계도 좋았지만, 정작 구단과의 원만하지 못한 관계로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던 케이스다.

 

보통 전임자들이 만족스럽지 못하여 새로운 감독을 데려온다고 하면, 보통은 전임자들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이나 경력을 지닌 인물을 선임하는 것이 상식이다. 롯데는 92년 이후 오랫동안 우승에 목마른 팀이었고, 서울은 K리그를 넘어 아시아의 명문을 노리는 팀이었다.

 

그런데 정작 후임자로 선정된 양승호와 황보관은 국내 팬들 사이에서도 정작 인지도가 거의 없는 인물들이었다. 양승호 감독은 고려대를 이끌면서 아마무대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프로 감독 경험은 2006 LG에서 감독 대행을 맡았던 것이 전부였고, 황보관 감독은 J리그 오이타 시절 팀의 추락을 막지 못했던 전례가 있다.

 

롯데와 서울 구단은 전임자들에 대하여 우승하지 못해서혹은 능력이 부족해서등의 이유로 불만을 표시한바 있다. 그런데 대체 신임 감독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능력에 대한 확신이나 치밀한 검증을 거쳐 선임된 인사였는지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실제로 올 시즌 롯데와 서울이 나란히 부진을 거듭하면서 가장 많이 비난을 받은 부분이 바로 감독의 선수기용과 전술적 운영능력에 대한 비판이었다. 잦은 작전구사와 포지션 이동으로 대표되는 양승호식 관리야구는, 선수들의 자율적인 창의성을 추구하던 로이스터식 야구에 익숙해져 있던 롯데 선수들에게 오히려 혼선을 가져왔다는 평가다. 심지어 양승호 감독은 이긴 경기에서도 영건 고원준의 전천후 게투 기용등 상식을 벗어난 구시대적인 마운드 운용으로 비난의 화살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황보관 감독은 시즌 초반 부상선수들의 공백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조직력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데얀-몰리나-제파로프 등 공격력이 뛰어난 외인선수들의 공존 문제에서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높은 점유율과 공격주도권에도 불구하고 허약한 측면수비로 인하여 역습한방에 무너지는 패턴은 올 시즌 서울이 패한 경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미 성공을 맛본 팀이나 팬들의 눈높이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새로운 감독이 팀을 맡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을 보게 된다면, 팬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울 뿐더러 오래 기다려줄 만한 여유도 없다.

 

만일 김성근이나 알렉스 퍼거슨 같은 감독들이라면 시즌 초반 몇 경기에서 부진하다 해도 그들의 능력을 의심하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위기와 시련의 과정을 거쳐서 더 강한 팀을 만들어낸 믿음직한 경력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이나 황보관 감독에게는 아직까지 팬들에게 그런 신뢰를 줄만한 증거가 없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선수들도 지도자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잃고 팀은 표류하게 된다. 그럴 때 가장 희생양이 되기 좋은 먹이감도 바로 이런 초보 감독들이다. 그들에게 과연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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