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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원점으로 돌아온 롯데, 처음부터 다시 시작!

by 카이져 김홍석 2011. 4. 29.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 모든 것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지난 6개월의 과정은 모두 잊는 게 좋겠다. 타임머신을 타고 6개월 전으로 되돌아갔다고 생각하고, 올 시즌에 대한 밑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다. 이젠 그 방법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 타선이 되살아났다. 최근 5경기에서 무려 .349의 팀타율을 기록하며 매 경기마다 7점 이상의 점수를 얻었다. 전준우를 1번 타자로 기용하면서 시작된 이 좋은 흐름은 이대호, 홍성흔, 조성환, 강민호 등이 모두 4할대 맹타를 휘두르면서 지난해의 강력한 모습으로 되돌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분명히 이 같은 변화는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때는 아니다.

 

투수들(특히 불펜!)도 작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지난 5경기 동안 롯데 타자들이 36점을 뽑는 동안 투수들은 무려 43점을 헌납했다. 선발투수들의 부진(26이닝 23실점)도 걱정이지만, 20이닝 동안 20점을 허용한 불펜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김사율만 간신히 버텨주고 있을 뿐, 혹사에 시달린 고원준이 3경기 연속 실점을 허용하는 등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야말로 최악이다.

 

현재 롯데의 모습은 작년에 비해 나아진 점이 단 하나도 없다. 가르시아가 빠짐으로 인해 생긴 타선의 좌-우 불균형은 타자들의 상승세가 이어진다고 해도 못내 아쉬운 점으로 남을 것이다. 사도스키의 공백과 이재곤의 부진으로 인한 선발진의 약화, 그리고 박기혁의 군 입대로 인한 수비의 약화, 거기에 지난해에 비해 나아진 점이 하나도 없는 불안한 불펜까지, 2011년의 롯데는 2010년의 롯데에 비해 발전된 것이 전혀 없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승 후 3연패라는 충격적인 방식으로 탈락을 경험한 이후 롯데에는 크게 다섯 가지의 변화가 있었다.

 

1. 감독 교체 롯데 프런트는 우승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로이스터 감독과 작별하고 양승호 감독을 영입했다. 하지만 부임 이후 로이스터식 야구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5개월 동안 준비를 한 양승호 감독은 시즌 개막 후 3주 만에 그 동안 준비했던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지금의 롯데 야구는 로이스터가 감독으로 있을 때와 비교해 아무런 차이가 없다.

 

2. 브라이언 코리 영입 타선에서의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한 롯데는 좌타거포인 가르시아를 포기하고 새 외국인 투수인 브라이언 코리를 영입했다. 하지만 코리를 선발투수로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이 영입은 많은 의문을 남겼다. 롯데의 가장 큰 문제는 마무리 투수의 부재였고, 가르시아를 대신할 외국인 투수라면 당연히 마무리를 맡길 줄 알았기 때문이다. 현재 코리의 활약상과는 별개의 문제로, 올 시즌의 롯데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믿을만한 마무리 투수가 없어 고생 중이고, 타선의 좌-우 밸런스도 흐트러진 상태다.

 

3. 고원준 트레이드 코리를 영입했다고 발표한 바로 다음날 롯데는 트레이드를 통해 작년에 선발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고원준을 영입했다. 그리고 선발 유망주였던 고원준의 보직은 불펜으로 확정됐다. 고원준은 물론 내심 올 시즌을 기대했던 김수완까지도 의욕이 꺾일 만한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영입은 좋은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양승호 감독이 고원준을 지나치게 혹사시킨 결과 벌써부터 이상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넥센으로 간 이정훈(1 3홀드 1.50)은 김시진 감독 밑에서 펄펄 날고 있다.

 

4. 박기혁 군 입대 롯데 팬들 사이에서도 높게 평가 받지 못하는 박기혁이지만, 그의 공백은 그나마 약한 롯데의 수비를 2군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말았다. 이 공백을 대신할 만한 새로운 보강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그의 공백이 가져다 준 여파는 상당했다.

 

5. 수비 위치의 대이동 박기혁의 군 입대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이것이다. 양승호 감독은 박기혁이 빠진 유격수 자리를 황재균에게 맡기기로 결심했고, 그로 인해 전준우(중견수->3루수)와 이대호(3루수->1루수)의 연쇄적인 포지션 이동이 있었다. 1루를 겸비했던 김주찬이 외야로 고정되었고, 홍성흔은 좌익수 수비 연습을 시작했다. 양승호 감독의 가장 큰 모험은 팀 수비의 운명을 걸고 뛰어난 수비수 겸 좌타자인 이승화를 주전 중견수로 기용한 것이다.

 

그러나 결국 양승호 감독의 승부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승화가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면서 공격의 맥을 끊었고, 게다가 기존의 좋은 타격을 보여주던 주축 멤버들까지 단체로 부진에 빠졌다. 결국 이승화는 주전에서 제외되었고, 전준우와 황재균은 각각 중견수와 3루수로 복귀했다. 롯데 타선이 폭발하기 시작한 시점은 손아섭의 복귀로 인해 홍성흔이 지명타자로 고정된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나아진 듯 보였던 불펜은 양승호 감독의 조급함이 오히려 망쳐버리고 말았다. 고원준을 무리하게 기용하더니, 결국 최근 3번의 등판에서 연속해서 실점을 허용하면서 자신감마저 잃어버릴 상황에 처했다. 의욕을 상실했기 때문인지 김수완은 작년의 피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으며, 연봉 3억원의 강영식은 불안한 원 포인트 릴리프로 전락했다.

 

지난 시즌을 종료한 시점에서 롯데에 필요했던 것은 뛰어난 마무리 투수, 그리고 1이닝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좌완 셋업맨, 거기에 굳이 하나를 덧붙이자면 단기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감독이었다. 일단 앞선 두 가지의 보강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코리도, 고원준도 오른손 투수였고, 둘 다 마무리 투수는 아니다. 양승호 감독은 그 동안 페넌트레이스에서 강했던 기존의 장점마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의 전력을 높게 평가했던 것은 강력한 선발진과 타력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거기에 고원준이 불펜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줄 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었고, 또한 양승호 감독이 시도한 포지션 이동이 만약 성공했을 시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효과가 막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막 이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양승호 감독의 모험은 철저하게 부정당했고, 결국 롯데의 야구는 2010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이제 롯데와 양승호 감독은 지난 6개월을 잊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6개월 전과 상황은 비슷하다. 사도스키가 돌아오면 선발진은 어떻게든 버텨줄 것이고, 일단 불이 붙은 이상 타선 역시 강력한 모습을 이어갈 확률이 높다. 남은 것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불안한 수비진과 불펜이다. 이 약점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그에 대한 모든 밑그림을 처음부터 새로 그리기 시작해야 한다.

 

실질적으로 지난 6개월은 허송세월이나 다름 없었다. 남은 것은 6 2 13패라는 최악의 성적표와 그만큼 낮아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다. 커다란 변화를 통해 팀의 체질 자체를 바꾸겠다는 양승호 감독의 시도가 실패했으니, 이젠 기존의 틀 속에서 작은 변화를 통해 약점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시도가 필요하다.

 

타선이 부활했지만, 아직 롯데가 갈 길은 매우 멀고 험하다. 진정한 능력은 위기에서 발휘되는 법. 양승호 감독은 지난 6개월 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상황이지만,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로이스터는 약점을 줄이기 보단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양승호 감독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지금부터가 진정한 시험 무대라 할 수 있다. 페넌트레이스는 길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멀리 내다본다면, 지금부터 새로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더라도 완전히 늦지는 않을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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