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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위장선발 논란’ 김성근 감독, 규칙만 있고 ‘배려’는 없었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5. 13.



SK
와이번스의 김성근 감독이 또 다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12일 있었던 삼성과의 경기에서 선발로 예고되었던 송은범이 한 타자만 상대한 후 마운드에서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삼성 팬들은 위장선발이 아니냐며 분개했고, 경기에까지 패하면서 두 배의 상처를 받은 상태다.

 

절차상으론 문제가 없는 교체

 

송은범은 경기 전 불펜 피칭을 하면서부터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고 한다. 정상적인 피칭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김성근 감독은 1회초 SK의 공격이 끝난 후 심판에게 다가가서 송은범이 부상을 당했다며 투수교체가 가능한지 문의했다.

 

참조 - 야구규약 3.05(a) 주심에게 건내준 타순표에 기재되어 있는 투수는 상대팀의 첫 타자 또는 그 대타자가 아웃되거나 1루에 나갈 때까지 투구할 의무가 있다. , 그 투수가 부상 또는 질병으로 투구가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주심이 인정하였을 때는 교체할 수 있다.

 

심판은 혹시나 싶어 류중일 감독에게 선발 오더 교환전에 선발투수 교체에 대한 양해가 있었는지를 물어봤다. 규약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관례상 상대팀의 감독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고, 그것을 용인한 상태라면 교체하는 것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 벤치에선 그런 적 없다는 대답만 들려왔다.

 

송은범의 부상 여부는 심판이 즉각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결국 야구규약에 따라 최소 한 타자를 상대해야만 했다. 그렇게 규칙에 따라 송은범이 일단 마운드에 오르긴 했지만, 그는 첫 타자에게 안타를 맞은 후 곧바로 고효준으로 교체됐다.

 

현장으로부터 전해들은 소식에 의하면 당초 송은범은 다소 통증이 느껴지더라도 선발 등판을 감행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통증은 좀처럼 사라질 줄 몰랐고, 결국 그를 마운드에 올릴 수 없다고 판단한 김성근 감독은 사후 대책을 마련해야만 했다. 투수를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김성근 감독은 항상 그래왔듯이 스윙맨고효준을 투입한 것이다.

 

엄밀히 따지면 절차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김성근 감독은 규칙상에 나와 있는 대로 심판에게 문의를 했고, 그것이 안 된다고 하자 송은범은 한 타자를 상대했다. 그리고 교체가 되었으니 규칙을 어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규칙이 지켜졌다고 하여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위장선발은 아닐 테지만

 

일각에서는 3연패에 빠진 김성근 감독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위장선발 작전을 들고나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SK 팬들은 송은범이 고효준보다 좋은 투수이기에 위장선발일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그런 식으로 의심을 피해가기 위해 송은범을 이용한 것일 뿐이라는 의견까지 나온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의심은 말 그대로 의심일 뿐, ‘사실이라고 보긴 어렵다. 정말 김성근 감독이 위장선발을 작전으로 들고 나왔던 것이라면, 1회초 공격이 끝난 후 심판에게 굳이 문의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송은범이 한 타자를 상대한 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고효준으로 교체하면 그만이다.

 

사실 SK의 선발 투수가 1~2회를 넘기지 않고 당하는 것은 그다지 보기 드문 장면이 아니다. 때문에 진짜로 위장선발이 목적이었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한 후 경기가 끝나고 나서 송은범이 경기 전부터 통증이 있었는데,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걸 보니 영 안되겠더라. 그래서 일찍 교체했다.”고 말했을 것이다.

 

오히려 주심에게 문의를 했기 때문에 논란이 더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장선발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규칙은 지켰지만 배려는 없었던 김성근 감독

 

이라는 사람이 고속도로에서 차를 몰고 가던 중 갑작스런 사고로 타이어에 펑크가 나고 말았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차가 낭떠러지를 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차 싶어 핸들을 꺾었는데, 그 결과 옆 차선을 지나가던 의 차를 옆에서 들이박고 말았다. ‘의 차는 1.5톤 트럭이었고, ‘의 차는 마티즈였다. 이 사고로 인해 은 살았지만, ‘은 죽었다. ‘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한 위기의 순간에서 자신의 목숨을 살릴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따라서 이 잘못했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은 목숨을 잃었다아무런 잘못도 없었음에도 정작 의 차에서 발생한 사고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된 의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송은범의 갑작스런 팔꿈치 통증은 일종의 사고나 마찬가지다. 김성근 감독에 있어서도 예기치 않은 일이었고, 그것은 위기이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선택했고, 그것이 이른 투수교체였다. 규칙도 어기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향한 배려는 전혀 없었고, 결국 SK 쪽에서 벌어진 사고의 피해는 고스란히 삼성 쪽을 향했다.

 

아쉬움1. 경기 전에 미리 양해를 구할 수는 없었을까?

 

프로야구의 경우,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에 주심과 양팀 감독이 홈 플레이트에 모여 선발 오더를 교환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보통은 수석코치가 하는 것이 관례이며, 예기치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는 경기 시작 10분 전까지는 상대팀 감독의 양해를 구해 오더의 변경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도 김성근 감독이 류중일 감독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다면 별 문제 없이 넘어갔을 문제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SK의 불펜에서는 고효준과 김태훈이 몸을 풀고 있었고, 김성근 감독은 1회 초가 끝난 후에야 심판을 찾았다.

 

이미 자신들은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놓은 상황에서, 이쪽에서 벌어진 변고를 상대에게 알린 것이다. 게다가 우완인 송은범을 대신해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좌완인 고효준, 그 뒤로도 전병두, 정우람, 이승호까지 왼손 투수가 줄지어 올라왔다. 삼성은 우완 투수를 상대하기 위해 플레툰으로 기용하던 박한이와 이영욱을 선발 라인업에 올려놓은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나 다름 없었고, SK의 위기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했다.

 

아쉬움2. 상황이 정 그랬다면 우완 매그레인을 올릴 순 없었나?

 

SK 투수들 중에는 오른손 투수인 매그레인도 있다. 그는 5일 경기에서 66구를 던진 후 일주일간의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황이다. ‘선발 투수가 그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등판할 순 없다는 논리는 적어도 SK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그들은 선발과 불펜의 구분이 없는 야구로 최정상권을 유지해 온 팀이다. 그러니 지금에 와서 그런 논리를 펼 수는 없다.

 

누가 봐도 송은범보다는 한 수 아래인 매그레인을 마운드에 올렸다면 위장선발 논란도 없었을 테고, 그 자체가 돌발적인 사고 상황 속에서 상대팀인 삼성에 대한 배려로 여겨졌을 지도 모른다. 적어도 삼성이 우투수를 상대하기 위해 내놓은 선발 라인업이 무위로 돌아가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자신들의 위기만 생각했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자기들만을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

 

김성근 감독이 경기 전에 류중일 감독을 만나 투수 교체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면, 한참 후배인 류중일 감독은 아마도 그 요청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류중일 감독 역시 김성근 감독의 허락을 받아 좌완 고효준에 맞춰 선발 라인업을 새로 짤 수 있었다면, 이 일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훈훈한 미담과는 거리가 있었다.

 

자신들 내부의 사고로 인해 상대팀인 삼성이 감당해야 할 몫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 이것이 김성근 감독에 대해 동업자 정신 상실이라는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무리 류중일 감독이 신임 감독이고, 김성근 감독의 까마득한 후배라고 해도, 이렇게까지 자기들만을 위한 선택을 한 것은 도의적으로 좀 심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 동안 SK의 야구가 다른 팀의 팬들에게 비난을 받아왔던 것도 결국은 같은 이유였다. 자기들의 주어진 상황에서 승리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고 그것을 실행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 상대팀에 대한 배려는 느낄 수 없다는 것. 다른 팀 팬들이 SK의 야구를 보면서 그 막강함에 대해 기가 막힐 정도로 감탄을 하면서도, 그 승리 속에서 감동을 느끼기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 아닐까.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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