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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두산 새 용병 페르난도, 직구만으론 안 통한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1. 5. 18.



두산 팬들의 속마음이 새카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페르난도 니에베 때문이다. 라몬 라미레즈가 함량 미달로 퇴출되면서 그 대체 용병으로 영입된 페르난도를 향한 팬들의 기대는 상당히 컸다. 하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실망그 자체다.

 

한국에서의 첫 등파닝었던 7일 롯데전에서는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7피안타(1홈런) 3사사구로  6실점하고 4이닝 만에 강판됐다. 두 번째 등판이었던 12 KIA전에서는 5회까지 무려 8개의 사사구를 남발하며 자멸했다. 안타도 6개나 허용했으니 5실점(4자책)으로 막아낸 것이 용할 지경이다.

 

사실 페르난도의 이와 같은 부진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두산 프런트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선수를 데려왔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개인적으로 한 스포츠토토 분석 사이트에 예상평을 기고하고 있는데, 아래 두 단락은 경기가 있기 전날인 4일과 11일에 페르난도의 경기에 대해 예상을 하며 언급한 부분이다.

 

(5일 경기 예상) 두산은 새 외국인 선수 페르난도 니에베가 선발로 등판한다. 니에베는 거의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머물렀고, 메이저리그 경력은 일천한 투수다. 투구수의 3분의 2가 직구인 투수인데, 그에 비하면 스피드나 무브먼트가 딱히 뛰어난 편은 아니다. 슬라이더가 잘 먹히는 날이면 모를까,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한국에서의 성공을 장담키 어렵다. 작년과 올해는 메이저리그에서나 마이너리그에서나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었으며, 구종이 단조로운 만큼 그것을 읽혔을 때 홈런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롯데 타선을 상대로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2일 경기 예상) 두산의 새 용병 페르난도는 한국서 첫 등판이었던 지난 롯데전에서 4.1이닝 6실점의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하는 투수인데, 직구가 전체 투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선수다. 이런 선수의 경우, 컨트롤이 매우 정교하거나 아니면 리즈(LG)처럼 스피드가 아주 뛰어나거나 해야 프로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 페르난도는 둘 다 아니다. 그 정도 직구 스피드로는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KIA 타선이 최근 들어 예전과 같은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해도, 이용규가 복귀하면서 공격에 숨통이 트인 이상 이기는데 필요한 점수는 충분히 얻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위의 예상평에서 언급한 그대로다. 페르난도는 직구의 구사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투수다. 메이저리그에서 뛸 당시에도 전체 투구수의 67%가 직구였다. 슬라이더가 20% 정도였으며, 그 와중에 커브나 체인지업을 간간히 섞어 던지는 정도였다.

 

그것은 국내에서 등판한 2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페르난도는 2경기에서 총 181구를 던졌는데, 그 중 60%에 달하는 109구가 직구였다. 슬라이더가 37구로 여전히 20% 정도를 차지했으며, 스플리터가 30구로 약 16.5%, 체인지업이 5구였다. KIA전에서는 1회에 던진 31구 중 26구가 직구였을 정도로 직구를 사랑하는 선수.

 

직구의 구사비율이 높은 선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셋 중 하나의 조건은 만족해야 한다. LG의 리즈처럼 스피드 자체가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을 달리하거나, 아니면 롯데 코리처럼 컨트롤이 신의 경지에 올라 있거나, 그것도 아니면 사도스키처럼 볼 끝의 움직임이 날카로워야 한다. 하지만 페르난도는 셋 모두와 관련이 없다.

 

2경기에서 보여준 페르난도의 직구 평균 스피드는 고작 141.8km/h 정도. 슬라이더와 스플리터의 평균 구속도 129~130km/h 사이였다. 더욱이 그 정도의 스피드조차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래서는 한국에서 통하지 않는다.

 

원래 페르난도의 직구 스피드가 이처럼 나쁘진 않았다. 제구력 역시 마찬가지. 스피드도 없고, 제구력도 나쁘다면, 직구와 슬라이더의 투-피치 투수였던 그는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아볼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시절 페르난도의 직구 평균 스피드는 92.3마일, 즉 시속 148.6km였다. 슬라이더도 134km 정도를 유지했다.

 

그리고 그 정도 스피드의 공을 자신이 맘 먹은 대로 꽂아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투수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자신의 구위가 통하지 않아 코너웍에 신경을 쓰면서 볼넷이 늘어났지만, 적어도 트리플A 수준에서는 제구에 애를 먹는 수준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와 한국의 스피드건이 다소 차이가 난다고 해도 그건 2~3km/h 정도, 7km/h에 가까운 직구 스피드 차이는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 정도 스피드의 직구조차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으니, 할 말이 없을 정도다. 12 KIA전에서 페르난도는 4회와 5회 이현곤에게 연속해서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는데, 8구가 모두 직구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페르난도는 작년부터 급격한 구위의 하락과 더불어 뚜렷한 하향세를 그리고 있었다. 공 끝에서 이미 힘이 사라진 상태였으며, 그것이 높아진 피안타율(특히 홈런)로 드러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게 됐다.

 

문제는 마이너리그에서조차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 되고 말았다는 것. 지난 2년 동안 페르난도가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기록한 성적은 55.1이닝 동안 76피안타 18볼넷 40실점(38자책)으로 피안타율은 3할이 훨씬 넘고, 평균자책은 6.18에 달한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한국에 온다고 할 때부터 고전을 예상할 수밖에.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롭게 스플리터를 배운 듯하지만, 그마저도 아직까지 위력적인 모습은 아니다. 결국 롯데와의 경기에선 공격적인 상대 타자들에게 얻어 맞으면서 무너졌고, KIA와의 경기에선 미국과 달리 참고 기다리는 한국 타자들에게 사사구를 남발하며 자멸했다. 직구 스피드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지 않는 한, 이런 일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페르난도가 바로 18일 경기에서 다시 한 번 선발로 등판한다. 상대는 한화 이글스, 리그에서 가장 타선이 약한 팀이다. 앞선 2경기의 결과가 단순히 시차 적응피로 회복의 문제였는지, 아니면 실력이 부족해서인지를 알 수 있는 좋은 시험무대가 되어줄 전망이다. 앞선 경기에 비해 나아진 점이 하나도 없다면, 오히려 지나칠 정도로 공격적인 한화 타자들에게도 맥없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두산은 현재 5할 승률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실로 오랜만에 가을잔치 진출에 실패할 가능성마저 있다는 점에서 위기라 칭할만하다. 그런 와중에 외국인 투수 한 명이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큰 타격이다. 과연 페르난도 니에베가 이번 경기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이번에도 또 다시 무너진다면, 두산 프런트는 다시 한 번 새 외국인 선수를 찾기 위해 비행기를 타야 할 것이다.

 

// 카이져 김홍석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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