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 동안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며 부산의 야구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외국인 타자 카림 가르시아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다. 이번에는 롯데가 아닌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고 ‘하얀 독수리’로 활약하게 될 전망이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던 가르시아가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반갑고, 또 환영한다.
▲ 가르시아는 어떤 선수?(1) 메이저리그 시절
1975년생인 가르시아는 17살 때인 1992년 한창 중남미 선수 찾기에 열중이던 LA 다저스 스카우터의 눈에 들어 프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93년 상위 싱글 A에서 19홈런, 이듬해인 94년에는 21홈런을 때리며 가능성을 내비쳤고, 그 결과 1995년 유망주 전문사이트인 베이스볼아메리카(BA)에서 선정한 유망주 랭킹에서 MLB 전체 98위에 올랐다.
그 해 트리플 A로 승격된 가르시아는 124경기에서 20홈런 91타점 .319/.369/.542(타율/출루율/장타율)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트리플A 올스타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1996년 그의 BA 랭킹은 7위로 올라갔고,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흔히들 말하는 잘 나가는 ‘특급 유망주’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그의 재능은 완전히 꽃 피우지 못했다. 마이너리그에서의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 올라왔지만, 제한된 기회 속에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에서는 펄펄 날아다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그 재능의 10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 그렇게 ‘만년 유망주’로만 남을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선수가 바로 카림 가르시아다. 메이저리그 굴지의 거포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던 이 선수는 이렇게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갔다.
그러던 가르시아는 2002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소속으로 깜짝 활약을 펼친다. 시즌 후반기에 팀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며 51경기만에 16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며 52타점을 기록한 것이다. 타율(.299)이나 장타율(.584)에서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A학점의 맹활약이었다. 하지만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내세울 수 있는 시즌이라고는 그 2개월 남짓한 시간이 전부다.
그 이후 가르시아는 다시 내리막을 걸었고, 2004년을 끝으로 더 이상 그의 모습을 메이저리그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통산 488경기에 출장해 66홈런 212타점 .241의 타율과 4할대 초반의 장타율을 기록한 것이 카림 가르시아라는 특급 유망주 출신의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남긴 모든 것이었다. 그 후 마이너리그와 멕시칸리그 등에서 활약하던 가르시아는 2008년 롯데와 계약을 맺고 한국의 야구팬들 앞에 나타났다.
▲ 가르시아는 어떤 선수?(2) 롯데 자이언츠 시절
가르시아는 한국 무대에 첫 발을 내디뎠던 2008년에 타율 .283, 30홈런 111타점으로 타점 1위, 홈런 2위에 오르는 맹활약을 펼쳤다. 오랜 암흑기를 겪었던 롯데가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음은 물론, 그로 인해 롯데 팬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2009년에는 시즌 초반에 매우 고전했지만, 후반기 들어 급격히 되살아나면서 .266의 타율과 29홈런(3위) 84타점(10위)을 기록했다. 3년차였던 작년에는 전반기까지는 아주 좋은 페이스를 이어갔지만, 후반기 들어 급격히 무너지며 데뷔 이후 최악인 .252의 타율과 26홈런(4위) 83타점(9위)의 서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어차피 가르시아라는 타자를 평가함에 있어 타율은 큰 의미가 없다. 그는 속 시원한 홈런포 한 방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타자이며, 그렇기에 중요한 건 홈런과 타점이다. 그는 3년 연속 홈런 순위 4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타점 랭킹에서도 10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3년간의 통산 기록에서도 85홈런 278타점으로 홈런은 이대호(90홈런 327타점)에 이은 2위, 타점은 김현수(282타점)에 이은 3위다. 홈런 3위인 최형우(66개)와의 격차가 매우 크며, 타점 역시 4위인 김동주(257타점)와의 차이가 작지 않다.
약점이 워낙 뚜렷해서 쉽게 잊혀지는 경우가 많은데, 가르시아의 홈런-타점은 지난 3년 동안 언제나 최상위 클래스였다. 팀 동료인 이대호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가르시아보다 높은 생산력을 선보인 선수가 없다. 심지어 매우 부진했던 것 같은 작년에도 가르시아는 좌타자 중 홈런 1위, 타점 4위였다.
3년의 시간 동안 가르시아가 실제로 크게 부진했던 것은 2009년 전반기와 2010년 후반기였으며, 특히 33경기에서 2홈런 15타점에 그친 작년 후반기가 심각했다. 2008년은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고, 2009년 후반기와 지난해 전반기의 성적도 매우 훌륭했다.
가르시아가 지난해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무지막지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홈런 랭킹 1,2위를 다투고 있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참고로 2009년 후반기부터 2010년 전반기까지의 127경기에서 가르시아의 성적은 무려 37홈런 105타점이었고, 타율(.272)과 장타율(.555)도 매우 좋았다. 지난해 막판의 극심한 부진만 아니었다면, 가르시아에 대한 평가는 또 달랐을 것이다.
가르시아의 진정한 가치는 수비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3년 동안 외야수치곤 많은 15개의 실책을 범했지만, 가르시아가 잡아낸 43개의 보살(외야 송구 아웃)은 2위인 김강민(28개)을 압도적인 차이로 따돌리는 독보적인 리그 1위의 기록이다. 가르시아가 외야에 버티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상대팀의 주자는 함부로 홈을 노리지 못한다. ‘주자 억제력’에서는 8개 구단의 모든 외야수들 가운데 단연 최고였다.
▲ 한화에서의 성공 가능성은?
롯데가 홈으로 사용하는 사직 구장은 잠실, 광주와 더불어 홈런이 잘 나오지 않는 곳이다. 그라운드가 그리 넓은 편은 아니지만 펜스가 높고 파울존도 넓은 편이기 때문. 그것은 롯데 선수들의 홈-원정 성적에서 그대로 드러나며, 가르시아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3년 동안 가르시아가 홈경기에서 때린 홈런은 겨우 34개, 반면 원정경기에서는 51개다. 원정에서 정확히 50%나 그 수치가 증가했다. 타점도 125-153으로 원정이 더 많으며, 장타율 역시 홈(.477)과 원정(.548)의 차이가 극심하다. 이는 사직구장의 높은 펜스가 가르시아의 홈런을 크게 감소시키고 있음을 뜻하며, 단순하게 생각하여 가르시아가 평균 수준의 구장을 홈으로 사용했다면 연 평균 34홈런 102타점을 기록할 수 있었음을 뜻한다.
그런 가르시아가 타자에게 유리한 대전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한화에서 뛰게 됐다. 그렇다면 지난 3년간 보여준 것 이상의 위력적인 홈런타자의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충분하다. 더욱이 가르시아는 좌타자다. 지난 3년 동안 평균 28.3개의 홈런을 기록했으며, 그를 제외하면 20개 이상을 기록한 좌타자는 최형우(평균 22개)와 최희섭(20개) 정도가 전부다.
어쩌면 한화는 처음부터 외국인 선수 2명을 모두 투수로 뽑을 것이 아니라, 가르시아 같은 외국인 타자를, 그것도 최진행과 더불어 좌우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좌타거포를 한 명 뽑았어야 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가르시아도 반갑지만, 다소 늦은감이 있더라도 이제서야 한화가 자신들에게 필요한 선수를 제대로 뽑았다는 생각이 든다.
최진행과 가르시아의 콤비라면 정확성은 좀 떨어지겠지만, 중심타선의 무게감은 한층 가중될 것이다. 대전구장을 홈으로 사용한다면, 가르시아의 가치는 작년 롯데에 있을 당시보다 훨씬 빛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까지도 멕시칸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었으니 경기감각의 문제도 없을 것이다.
가르시아의 가장 큰 장점은 이미 한국 무대에서 3년간 뛴 경험이 있어 ‘적응’이라는 가장 까다로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스카우터들은 마이너리그 등에서 기량이 검증된 선수를 한국으로 데려오지만, 그 중 상당수는 한국이란 곳에 적응을 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가르시아는 그런 면에서 ‘검증된 용병’이며, 그런 만큼 성공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소속팀과 유니폼이 바뀐 만큼, 가르시아가 새 마음 새 뜻으로 다시 한국 무대에서 자신의 기량과 가능성을 맘껏 뽐내길 기대해 본다. 더불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곤 해도, 자신을 포기한 롯데와의 경기에서 커다란 홈런포로 상대 심장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아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가르시아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통쾌한 일이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재미있는 볼거리가 생겼다는 점에서,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 너무나 즐겁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기록제공=Statiz.co.kr]
P.S. 그나저나 가르시아의 응원가는 어떻게 될까요? 바뀔까요? 아니면 그대로 사용할까요? 제 생각으론 기존의 ‘가르시아송’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