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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서동환의 간절함이 만들어낸 승리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 6. 1.

암흑의 터널과도 같았던 5월.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5월의 마무리를 연승으로 장식했다는 것이다.

31일 벌어진 경기에서 두산은 SK와의 주중 원정 3연전의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의 전망을 밝게했다.

사실 게임에 돌입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망은 그리 밝다고 할 수 없었다. 비록 전 경기였던 일요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6-3의 승리를 거뒀지만 상대 SK 역시 난적 삼성을 상대로 4-0 완승을 거두고 온 터라 쉽지만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다. 더구나 이전까지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항상 두산은 'SK의 대항마‘라는 인식이 강한 팀답게 리그 상위권을 유지하며 SK와 대등한 경기력으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경기를 펼치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금 두산은 6위에 쳐져있는 중하위권 팀에 불과하다.

거기다 선발은 팬들의 뇌리에서 사실상 잊혀진 선수나 다름없었던 서동환이었다. 입단 당시야 동기 김명제와 함께 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입단했지만 그 외에는 딱히 기억나는 이력이 없을 정도로 낯설은 선수임에 분명했다. 그나마 종종 들리는 소식이라면 수술을 했다는 소식 정도? 심지어 본인의 친구에게서 ‘서동환이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둬야 한다더라’라는 루머도 전해들었었다.(아마 서동환이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임의탈퇴 공시 되었던 2008년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통해 그 친구 역시 확실히 서동환이 야구를 계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다른 방향이 아닌 마운드 위에서의 경기력으로 알려졌다는 사실 또한 굉장히 기쁜 일이다.

이전까지 서동환은 ‘새가슴’으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당시의 기억을 되짚어 보자면 신인이었던 서동환을 김경문 감독은 과감히 마무리 투수로 기용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고, 그 뒤 서동환은 2군 무대를 전전하며 수술을 반복(팔꿈치 수술 2회), 이대로 잊혀지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는 벼랑 끝에서 지푸라기를 잡고 올라오는데 성공했다.

오늘 경기에서 그의 모습은 우리가 알던 ‘새가슴’ 서동환과는 거리가 멀었다.(사실 새가슴으리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것보다 적절한 표현이 없는 것 같기에...) 마운드 위에서 놀라우리만큼 침착했다. 상대가 최강 SK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오늘 서동환에게서는 간절함이 엿보였다.

오늘 그가 던진 최고 144km의 패스트볼도 인상 깊었고, 예리하고 파고드는 슬라이더도 인상적이었지만,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그가 말로하지 않아도 와닿았던 간절함이었다. 그것은 마치 아우라처럼 풍겨져 나왔다.

4회 초,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될 조짐이 보이자 서동환은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리드한 상황에서 노게임이 선언되는 것은 어느 투수들이 원치 않는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서동환의 표정은 단순히 승리를 따내지 못한 아쉬움이 아니었다. ‘오늘 경기에서 더 이상 던질 수 없을지 모른다‘는 아쉬움이, ’천금같은 기회를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이 묻어져 나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약 40분 후 경기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자 급 화색을 띄며 다시 활기를 되찾았을 때 나는 느꼈다. 그가 얼마나 간절히 ‘야구’를 원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올 시즌 개막 전, 서동환은 모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말을 했던 적이 있다. ‘두산에 서동환이라는 투수가 있다는 존재감은 팬들에 알리고 싶다’고 말이다. 서동환의 야구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