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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알버트 푸홀스! 10년을 위해 1년만 쉬어라!

by 카이져 김홍석 2008. 2. 18.

작년 내도록 알버트 푸홀스를 괴롭혔던 팔꿈치 부상이 다시금 문제가 되고 있다.


오프 시즌 내도록 팔꿈치 관련 인터뷰에서 ‘괜찮다’는 말로 일관했었지만, 막상 스프링캠프가 시작되자 지난 시즌 동안 느꼈던 아픔보다 더 큰 통증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한 것이다.


그의 팔꿈치 부상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경기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았지만 꽤나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문제였으며, 지난 2003시즌부터는 본격적으로 문제화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은 그로 인해 꽤나 많은 경기를 결장하거나 대타로 출장해야 했다.


현재 푸홀스는 송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고, 타석에서도 자신의 스윙을 100% 가져가지 못한다. 오프시즌 기간 동안 수술을 권하는 이들이 있었고, 푸홀스 자신도 어느 정도 고려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수술 없이 재활을 거쳐 경기에 출장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상태가 이래서야 곤란하다.


푸홀스 스스로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질 것이라며, 지난해와 같은 철저한 보호와 관리 속에 수술 없이 경기에 출장하겠다고 하지만 그 결과가 꼭 좋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다. 어쩌면 그것은 푸홀스의 선수 생명을 갉아먹는 결과만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그 비슷한 상황에 처했던 한 슈퍼스타의 쓸쓸한 은퇴를 본 적이 있다.


2001년 당대 최고의 타자 중 한명이었던 휴스턴 에스트로스의 제프 벡웰은 시즌 중반부터 어깨에 적지 않은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통증 자체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던지, 아니면 그 스스로는 경기에 나설 수 있다고 판단해서 인지 벡웰은 제대로 된 검사조차 받아보지 않은 채 계속해서 시합에 출장했다.


그 결과 가장 통증이 심했던 단 한 경기만 빼놓고 161경기에 모두 출장했으며 39홈런 130타점의 호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후 받은 정밀 진단 결과는 팬과 관계자들을 모두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벡웰은 이미 어깨의 근육이 찢어진 상태였고, 반드시 수술을 해야만 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의사는 그런 몸 상태로 경기에 나서서 홈런을 쏘아 올렸던 이 선수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 경기 장면을 직접 지켜봤던 팬들 역시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오프 시즌 기간 동안 수술을 하고 다시 팬들 앞에 나타났지만, 이미 벡웰의 전성기는 끝나 있었다. 근육이 찢어진 상태로 무리하게 경기에 출장했던 몇 개월로 인해 그의 어깨는 수술로도 완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결국은 그것이 빌미가 되어 휴스턴에서 버림받듯이 은퇴의 길을 걷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던 한 슈퍼스타가 500홈런 고지도 밟아보지 못한 채 역사의 뒷길로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안다”라는 말은 ‘허튼소리’에 불과하다. 어떻게 사람이 자기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은 자기 자신의 상태를 냉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괜찮은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어떤 골병이 들어있을 지는 본인 스스로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운동선수는 기본적으로 의사의 말을 신뢰해야 한다. 자신을 오랫동안 봐온 주치의야말로 그의 몸 상태를 가장 잘 안다.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1년을 위해 욕심을 부리다가는 10년을 포기하게 되는 수가 있다.


알버트 푸홀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뒤를 이어나갈 수 있는 현역 유일의 선수나 다름없다. 에이로드가 가지고 있는 최연소 300홈런 기록 경신은 이미 물 건너갔지만, 250홈런 고지는 그보다 빠르게 도달했었다. 앞으로의 노력과 성적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통산 최다 홈런왕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수술을 받게 되면 올 시즌 출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푸홀스는 앞으로 최소한 10년, 그 이상을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로서 팬들에게 즐거움을 줄 선수다. 괜한 고집을 부리다가 스스로의 꿈과 팬들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가게 되는 비극이 벌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현재 세인트루이스 팬-포럼 게시판에는 때 아닌 ‘음모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미 푸홀스의 수술은 결정된 상황이며, 카디널스 구단은 시즌 티켓을 더 많이 팔기 위해 그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지만, 팀과 감독 그리고 선수까지 단합해서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지금 상태대로라면 푸홀스는 정상이 아닌 몸으로 시즌을 맞이하게 된다.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모든 것이 기적처럼 해결되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중요한 것은 푸홀스 자신의 선택이다. 앞으로의 10년을 위해서라도 정말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잠시 미련을 접어두고 그라운드를 떠나 있기를 바란다. 현지의 세인트루이스 팬들로부터 이름 모를 한국의 메이저리그 팬들까지의 한결 같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