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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영원한 꼴지’ 캔자스시티의 몸부림

by 카이져 김홍석 2008. 2. 19.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연속 100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2007년에는 69승(93패)을 거두며 100패의 늪에서 벗어났지만 4년 연속 지구 최하위에 머물고 말았다.


이제는 꼴지팀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캔자스시티지만, 2000년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밝은 미래가 예상되는 좋은 팀이었다.


자니 데이먼-카를로스 벨트란-저메인 다이-마이크 스위니로 이어지는 1~4번 타자까지는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생산력을 자랑하는 상위타선이었다. 그 해 기록했던 데이먼의 136득점과 스위니의 144타점은 로열스의 프랜차이즈 기록이었으며, 다이의 33홈런도 기록에 단 3개 모자랐을 뿐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디 브라운과 카일 스나이더라는 투타 최고의 유망주들이 쑥쑥 자라나고 있었다. 월마트 CEO로서 당시에 로열스를 인수했던 데이빗 글래스 구단주의 투자만 이루어졌더라면 로열스는 중부지구 챔프를 노릴 만한 팀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글래스는 전형적인 ‘자린고비’ 스타일의 구단주였고, 1루수 스위니를 제외하고는 변변한 장기계약 제의도 받지 못한 채 외야 3인방(데이먼, 벨트란, 다이)은 모두 오클랜드 단장 빌리 빈이 개입하면서 모두 트레이드 되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그나마 2003년부터 5년간 5500만 달러의 장기계약으로 묶어두었던 스위니는 2005년 이후 급격한 노쇠화를 겪으며 제 몫을 하지 못했고,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계약 기간이 끝나자 또 다시 빌리 빈의 오클랜드로 향했다.


그러던 캔자스시티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07년부터다. 이렇다 할 실적도 없는 길 메쉬에게 5년간 5500만 불을 덥석 안겨주는 예상치도 못한 사고를 쳤던 것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계약이었지만, 메쉬가 지난해 선발로 34경기를 등판해 3.67의 안정된 방어율을 보여주면서 간신히 비난을 면케 되었다.


그리고 이번 오프 시즌에는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드디어 글래스 구단주가 본격적으로 지갑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오프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즈의 트레이 힐먼 감독을 사령탑으로 맞아들였고, 지바 롯데 마린스의 노장 투수 야부타 야스히코를 2년간 600만 달러로 데려왔다. 이후에도 25홈런 90타점 정도는 평균으로 해주는 호세 기옌을 FA로 영입(3년 3600만)했고, 구원투수 론 마헤이에게도 적지 않은 금액(2년 800만)을 보장해주었다.


이들의 가세로 오랜 시간동안 ‘마이너리그 로스터’라 불리던 로열스의 타선과 투수진에 깊이가 더해졌다.


지난해 캔자스시티는 눈을 뜬 에이스 길 메쉬를 제외하고도, 브라이언 베니스터와 호아킴 소리아라는 두 명의 신인 투수를 발굴해냈다. 신인왕 투표에서 마쓰자카를 누르고 3위에 오른 베니스터와, 당장 팀의 주전 마무리 자리를 잘 소화해 낸 소리아의 존재는 암울했던 로열스에 희망의 촛불과도 같았다. 거기에 드디어 정신을 차린 기대주 잭 그라인키 등이 가세하면서, 올 시즌의 로열스는 오랜만에 ‘메이저리그급’이라 불릴만한 투수진을 갖추게 되었다.


캔자스시티는 2000년 이후로 30홈런을 친 타자가 한 명도 없었다. 최근 2년간은 20개 이상 때린 선수도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팀 홈런은 102개로 파업시즌이던 1995년 이후 한 팀의 시즌 기록으로는 최저 개수다. 이러한 타력의 문제도 호세 기옌의 영입으로 인해 조금은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정도 투자로는 로열스가 현재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열세를 극복하기 어렵다. 올 시즌에도 캔자스시티는 지구 최하위가 유력한 팀이며, 그들을 눈여겨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자린고비 구단주가 지갑을 열었다는 것은 팬들에게 희소식이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강팀들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 승부를 겨룰 수 있게 된 것은 분명하다.


팀 역사상 최고의 영웅이었던 조지 브렛이 이끌던 1985년에 월드시리즈를 차지한 이후 단 한 번도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캔자스시티지만, 아직까진 로열스 팬들의 소원은 소박하다. 지구 1위나 와일드카드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들이 소망하는 것은 ‘지난해보다 많이 이기는 것’이다.


패배에 익숙해져 있던 팀에서, 이기기를 원하는 팀으로 변모해 나가고 있는 캔자스시티 로열스. 그들의 2008년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