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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롯데 코리는 어쩌다 ‘계륵’이 되고 말았나?

by 카이져 김홍석 2011. 6. 13.

롯데의 외국인 선수 브라이언 코리는 시즌 초반만 해도 양승호 감독의 보배였다. 특히 시범경기에서는 3경기에 등판해 2, 평균자책점 0.90으로 눈에 띄는 호투를 펼쳤다. 그로 인해 개막전 선발 투수로 낙점 받았고, 4 2일 한화와의 사직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의 역투로 국가대표 에이스 류현진과의 맞대결을 승리로 이끌며 단번에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시즌 초반 좋은 피칭을 선보이며 기대를 모았던 코리이기에, 그의 퇴출(?)은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3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코리는 정교한 제구력과 노련한 경기운영을 바탕으로 타자들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지난해 사도스키 이상의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상대적으로 떨이지는 스피드가 약점으로 지목되었지만, 이성득 KNN(부산경남방송) 해설위원은 제구력만 놓고 따지면 역대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중 최고일 것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기도 했다.

 

하지만 코리의 최대약점은 체력이었다. 나이도 나이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했던 코리는 투구수가 60~70개를 넘길 경우 눈에 띄게 구위가 떨어지는 약점을 노출했다. 실제로 한화와의 개막 첫 경기를 제외하고 코리가 선발투수로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인 경기는 거의 없었다.

 

개막 첫 달인 4월 동안 6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했던 코리는 5월의 시작과 함께 갑작스럽게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시즌 초반 마무리로 낙점했던 고원준을 선발로 돌리면서 서로의 보직을 바꾼 것. 팀을 위하여 어떤 자리든 가리지 않겠다는 코리의 자원도 한몫을 담당했지만, 경력상 짧은 이닝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 더 위력적이라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이 작용했다.

 

불펜 보직 변경 후, 초반에는 페이스가 나쁘지 않았다. 처음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했던 53일 삼성전부터 12일 넥센전까지 6경기에서 11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1 2세이브를 추가, 빠르게 보직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 경기 안타를 자주 내준 것이 흠이었지만, 특유의 위기관리능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며 버텼다.

 

하지만 불펜에서도 코리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첫 번째 이유는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 구속이었고, 두 번째는 투수의 상태와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코칭스태프의 지나친 마구잡이 식 등판이었다.

 

코리의 직구 구속은 올 시즌 내내 시속 140km대 초반에 머물렀다. 초반에는 뛰어난 변화구 제구력으로 버텼지만, 볼 배합이 노출되면서 타자들은 더 이상 코리의 유인구에 쉽게 현혹되지 않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불펜으로 보직을 바꾸기 전부터 이미 공이 높아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계속 선발 자리에 있었더라도 그 정도 구위로는 어차피 오래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단지 불펜 보직 이후 잦은 등판이 그 수명을 좀더 단축시킨 것 뿐이라고 진단했다.

 

노장 투수에게 불규칙적인 잦은 등판 일정도 악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 보직 변경 이후 코리의 초반 등판 일정을 돌아보자. 5 3일과 4일 사직 삼성전에서 각각 1⅔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불과 이틀 후 6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6회말부터 마운드에 올라 무려 4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첫 세이브를 챙겼다. 그리고 이튿날인 7일 또 마운드에 올라서 1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시즌 두 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불펜으로의 보직 변경 이후 코리의 등판 일정 및 결과(자료=Statiz.co.kr)

 

이때부터 코리의 컨디션은 점차 하향세를 띄기 시작했다. 코리는 불펜에서도 마무리와 셋업맨, 롱릴리프를 오락가락하며 일관성 없는 등판을 강행해야 했다. 아무리 용병이라지만 한국무대 첫해인 38세의 노장투수가 시즌 개막 한달 만에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되고, 등판일정 또한 들쭉날쭉한 것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장 컨디션이 좋았던 시점에서 투구수와 등판일정을 관리해주지 못한 것이 결국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가장 큰 빌미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컨디션이 떨어진 외국인 선수의 구위 회복을 마냥 기다려줄 수도 없는 것이 롯데의 현재 사정이다.

 

결국 코리는 최근 3경기에서 4 2/3이닝 동안 9(8자책)을 허용하는 난조를 보인 끝에 2군으로 강등되고 말았다. 어느새 가장 믿을만한 투수에서 만만한 투수로 전락한 코리를 두고 코칭스태프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끌고 가자니 이미 약점이 노출된 상황이고, 버리자니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무엇보다 외국인 선수답지 않게 팀을 위하여 누구보다 헌신적인 모습을 보여준 코리였기에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 구사일생 이준목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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